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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산


BY 힘든 명절 2009-02-02

결혼 11년차고 성실하고 자상한 신랑이에요.

애들에게도 잘하는 아빠죠.

점수 주라면 백점 만점에 백점 주고 싶어요.

그런데 문제는 저에요.

제가 어릴때부터도 제 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결혼생활이 이제는 불편하고 귀찮게 느껴져요.

특히 시집 문화에 따라야 하는 그 억울함이 싫어요.

늘 똑같이 반복되는 제사 명절 분위기도 지겹고

평생 이러도 살아야 한다는 그 아득함도 질리고..

남편 오래 연애해서 정말 순수한 나이에 사랑 하나 보고 결혼했어요.

신랑이라면 지옥이라도 따라갈것 같은 맘으로

땡전 한푼 없이 시작해도 행복하고 좋았어요.

지금도 싫은건 아니네요.

넉넉하진 않지만 맘 하나는 편하게 살고 있으니..

그런데 남편을 잡고 있으니 그에 따라 내맘대로 안되는 것들이 속상해요.

특히 시집은 신혼부터 사이가 안좋지만 아이들 때문에 숙이고 들어갔는데

요즘엔 내가 왜이러고 사나 싶은게 막 짜증이 나요.

나도 자주 못보는 내 형제들 많이 보고 싶은데

시누년은 명절 사흘전에 있는 시부제사때부터 나흘간을 시댁에 들락거리는데

저는 명절 연휴 반나절만 친정 가서 서울서 내려온 작은 여동생 보고 왔어요.

큰여동생은 결혼하고 차례를 지내기에 명절엔 내려오지도 못하죠.

여동생이 둘인데 둘다 몇년전부터 서울로 올라가 살아

자주 보지도 못하다보니 그나마 있던 정도 희미해져 가니 속상하네요.

피붙이도 자주 보고 해야 정이 드는데 기껏해야 1년에 한두번 하루 보는게 전부이니

이제 서로 할말도 별루 없어지는것 같아요.

전 친구도 없어 외로운데 동생들 마저도 멀어질까 염려됩니다.

원래는 하룻밤 자고 오려고 했는데 시댁에서 4박5일 지친 몸이라

친정 가서는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 하룻밤도 참을수 없을만큼

피로가 몰려와 자고 가라는 엄마의 말도 무시한채 부랴부랴 제 집으로 가족들과 돌와오고 말았어요.

급기야 다음날 아침 유산을 하고 말았답니다.

바라던 아이는 아니지만 낳으려고 맘먹고 있다 일이 이렇게 되고보니

어찌나 황당하고 성질이 나던지..

좁은 집에 올케들 생각 안하고 신랑 애들 데리고 들락거리던 시누년도 밉고

형님과 둘만 사니 평소엔 넓다는 이유로 실평수 10평도 안되는 집에서

열명이 넘는 식구가 모여 제사 명절을 지내게 하는 시숙도 넘 미워요.

형님은 차례도 제사라고 같이 음식 안된다고 해서 할수없이 예전처럼

이틀 간격으로 그 많은 음식을 우리 신랑과 형님 저 셋이 붙어서 다했습니다.

튀김 4가지 전 4가지 7남매라 며칠 먹고 싸주고 할 양이니

셋이 붙어 하는데도 반나절은 족히 걸리더군요.

허리 다리 아픈거 입덪 참아가며 도와주는 신랑 봐서 겨우 했어요.

입이 많아 음식양 줄이자 소리도 못한채..

동서 하나는 집이 좁아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예 내려오지도 않는데

그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저처럼 아주버님한테 질려서

몇번 내려오고는 다시는 안오네요.

마지막으로 온날 시숙 시누이 험담을 하기에 담부턴 안오겟구나 했는데 역시나..

시집 형제들은 어릴때부터 많은 형제들과 좁은 집에서 붙어 자는게 버릇이 되서

잘들 참는데 동서나 저나 각자 방을 가지고 자란 사람들이라 그런지

형님네 집에서의 생활이 너무 불편하기만 해요.

동서 안오는걸 두고 시누년은 1년에 한두번 그걸 못참느냐고 하는데 확 입을 찢어버리고 싶더라구요.

속으로 쌍년 니년도 10평 공간에서 시댁 인간들 열서너명이랑 4박5일 함께 있어봐

입에서 좋은소리 나오나 했어요.

이건 뭐 돌아서면 엉덩이 부딪히고 발 밟히고 사람 피해다니며 일해야 하는 이공간을 보고도

그딴 소리가 나오는지 임신만 아니었음 아마 쌈 났을거에요.

어지간하면 시누년들이랑 말 안썩고 싶어 기본적인 할말 외엔 대꾸도 안하기에

겉으로야 조용합니다.

제발 시누이들은 올케 앞에서 입조심들을 하시기 바래요.

지도 시집을 갔음 올케들 맘을 이해하고 큰오빠에게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제촉은 못할망정 며느리들 불평만 탓하면서 꼴에 시누행사는 하네요.

지야 친정이니 좁아도 좋고 가만앉아 노니 좁아도 좋겠지만 우린 그게 아닌데..

더 답답한건 울 아주버님을 이걸 알면서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않는다는거에요.

그러니 이사 생각을 안한답니다.

돈이 없다는거에요.

씨발놈 나이 마흔중반에 새끼도 없으면서 여태 돈 다 벌어 뭐했는지..

맨날천날 지가 다 쓰고 돌아다니고(씀씀이 큼) 사람도리 하느라 남 퍼주면서

지고생 마눌고생 피붙이 고생은 생각은 안하는지..

지 여동생 결혼전까지 재레식 부엌에서 쪼그리고 앉아 많은 형제들 밥해주며 살림 사느라

좌골신경통 걸려 고생 된통 하는거 보고도 정신을 못차리고..

아무도 안하는 명절 친인척 선물을 혼자서 십년 넘게 하더니 이제는 지쳤는가

올해부터는 안하네요.

미친놈..

제발  헛지랄 하지말고 돈 모우라고 형제들이 그리 말해도 말 안 안드더니 이제서야 느꼈나보죠.

정말 시숙이란 인간만 생각하면 그 아둔함과 미련함 융통성 없음에 숨이 탁탁 막힙니다.

시동생들 서울서 월세 살며 경기 많이 타는 인테리어 업종에 종사하는데

이번에 내려오면 돈 좀 빌리려고 했다나??

미친놈새끼 누가 저 줄라고 돈 버나. 다 지들 앞가림 하기도 힘든데

한명은 결혼식 앞두고 최근 일이 없어 신혼여행도 취소하고

한명은 일이 안풀려(빚 많음) 몇년째 죽을상을 하고 사는줄 알면서

어디서 그런 소리가 쉽게 나오는지 정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이런 인간을 뭣이 좋다고 우리 형님은 남자로 생각하는지

이왕 하는 재혼 나같음 고르고 골라 가겠건만..

세상에 50평대 아파트 월수 천만원 버는 신랑 마다하고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주택 보증금 천오백 걸고  사는 씨없는 불알만 찬 초등졸업이 전부인 남자

뭣이 좋다고 사는지 이유를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형님이 인물이 딸리나 학벌이 딸리나..

제가 오죽했음 첨에 농담반 진담반 형님 나중에 후회말고 눈 크게 뜨세요 했는데..

이래서 어른들이 재혼해봐야 별수 없다고 했나봐요.

울 형님처럼 재수가 없음 이런 얄구진데 처박히는 경우도 있으니.

정말 같은 여자로써 형님 인물 인품 공부 한게 너무 아까워요.

다 잘나도 남자 보는 눈구멍은 없으니 것두 자기복인걸 어떻해.

 

제가 여태 잘 참아오다 지금 일이 이리되고 보니 몸조리도 잘안되서

여기저기 몸이 아프고 힘드니 내가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러고 사는지..

오랫만에 만나  여동생과 길게 이야기도 못나누고

친정에 숙모 삼춘들 이모들도 얼굴 몇년동안 못보고

오로지 시집 일가 어른들만 억지로 보러 다니는지..

내맘은 어릴때 정을 나누던 친정 친인척들이 더 보고 싶은데 말이죠.

맘같아서는 아이들 데리고 동생들이 사는 서울로 올라가고 싶습니다.

정작 내 피붙이는 1년에 한두번 얼굴 보기도 힘든데

별루 만나고 싶지않는 시숙 시누년들은  죽어도 1년에 몇번은

억지로 얼굴 봐야하는 이런 생활이 이제는 신물이 납니다.

신랑이 아무리 좋아도 이제는 지겹고 지쳐서 좋은 신랑도 다 던져버리고 싶은데

아이들 때문이라도 차마 그럴수는 없고

어떻하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수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저도 동서처럼 멀리 이사를 가서 자주 안보는게 그나마 좀 나도 편하고

평소엔 내 피분이와 정을 나누다 1년에 한두번 시집 인간들 보면

조금이라도 반가운 맘에 불만이 있어도 군말없이 잘하게 되지않을까 싶어

늘 맘속으로만 생각하던 이사를 오늘 또 한번 고민해봅니다.

몸조리 잘 해야하는데 심란해서  몸조리고 뭐고 다 귀찮고

선녀와 나뭇꾼의 선녀처렴 애들만 안고 훌훌 날아가고 싶은 맘뿐이네요.

격한 감정에 글이 두서가 없어요.

명절에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망치로 두더지 잡는 오락기 있음 그 두더지 머리에다 

시숙 시누년들 이름만 자꾸  적어놓고 밤새 두들기고 싶어요.

그래도 분이 안풀릴것 같네요.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