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약을 먹고, 잤는데도 아파서, 감기약을 먹었고,
감기약을 먹고 잤는데도 몸이 안 좋아서,
청소도 못 했고,
청소도 못 했는데, 저녁때가 됐고,
입맛도 없는데, 밥은 해야 하고,
밥은 해야 하는데,
또 머리가 아프고,
목이 아프고,
코가 막히고,
뒷목부터 뒷골이 땡기고,
두통약을 먹자니 너무 먹어대나 싶고,
감기약을 먹자니 멍 때리게 독하고,
안 먹자니 힘들고,
벌써 열흘째 이모양 이꼴이고,
혹시 요즘 신경 쓴 일때문에 그런가 싶으니 한심하고,
커피 좀 마셨더니 잠깐 괜찮다가 다시 지끈거리고,
전화는 오고,
할 말도 없고,
전화는 해 보라고 하고,
할 말도 없고,
전화는 왜 안 받냐고 하고,
전화를 받으면, 별 말 아니고,
전화를 안 하는 내가 나쁘다고 하고,
전화를 끊어버릴 수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전화 하고 싶지도 않고,
전화기 옆에 붙어 살 이유가 뭔가 싶고,
전화가 뭔가 싶고,
전화가 어쨌다고,
내, 이 넘의 두통약 너무 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