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시대 조류에 역행하면서 미래형이라고 주장하는 웃지 못할 교육과정이 날 속상하게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이 줄어들고 학교에서의 자율성이 늘어나며 고질적인 사교육비가 줄어 들게 하고, 나아가 '글로벌 창의 인재'를 만들겠다는 '미래형 교육과정'의 허구성을 폭로한다. 왜냐면 그들은 이것을 올해 안에 확정하여 공포할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은 것이 결코 아니기에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이런 10가지 이유 때문에 미래형 교육과정에 반대한다.
첫째, 이제껏 교육과정을 만들어 온 사람들에 의한 또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실험과 시도는 이미 여러 번 실패한 것으로 끝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과 코드를 같이 하면서, 이번엔 교육과정을 전공한 원로와 소장학자들이 손을 잡고 우리 교육을 개혁할 듯한 미사여구만 늘어 놓는다. 그들이 내놓은 교육과정 개혁안은 이미 찢어진 거미줄을 사람의 손으로 고쳐보려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제껏 그들이 만들어 왔었던 교육과정 개혁안은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사교육 시장만 부풀려 왔다. 무슨 결자해지의 자세도 아니고 망가뜨린 자가 다시 고친다고 설쳐대는가? 막대한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어간 '2007 개정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을 지켜볼 여유도 그들에게 없다는게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그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가 개발되어 당장 내년부터 적용이 되려 하는데, 올해 안에 미래형 교육과정 공포하여 곧 시행하겠다고 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전 정권의 작품은 모두 폐기되어야 한단 말인가? 교육은 계속성도 필요로 한다. 왜 무조건 전부 새로 고치려고만 하는가? 목욕물 버리려다가 아이까지 버리려고 하는 그들의 작태가 난 너무 못마땅하다. 과목 수 줄이려다가 우리 아이들의 영혼도 함께 버릴까 심히 걱정된다.
둘째, 지금의 교육 현실을 개혁하기는 커녕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국영수 위주의 사교육 시장을 더욱 부추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솔직이 말해 우리 사회에서 신분 이동 혹은 계층 이동의 통로는 로또에 당첨되거나 명문 대학에 들어가 돈 많이 버는 직업을 택하는 것 외에는 거의 없는게 사실이다. 이런 전근대적인 사회 풍토가 오래되다보니 어느 부모가 자식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가? 게다가 말이 내신이요 논술이지 사실상 수능 점수 하나에 의해 인생이 좌우된다. 또 수능은 언외수의 등급과 점수에서 판가름이 난다. 잘 알다시피 사탐과 과탐으로 뒤집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 모두가 국영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국영수를 기초 교과군으로 묶어두고 군소과목들은 이리 저리 통합하고 학교장에게 20% 수업 시수 가감 권한을 준다는데 어느 교장이 국영수를 외면하고 다른 과목 시수를 늘이는 교육을 실시하겠는가? 그들은 이것을 '학교의 자율성'이란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있으나 대안이 없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또 다른 형태의 타율성에 불과하다. 학교의 시간표는 온통 국영수로 짜여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국영수로 신음하는 아이들을 이젠 아예 말려죽일 속셈인가보다.
셋째, 6개월이라는 짧은 연구 기간과 연구 방법의 부당함이다. 국가 교육과정이 소수 전공자들에 의해 그리고 형식적인 공청회를 통해 날림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연구방법에서의 신뢰성이 보이지 않는다. 개혁안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설문조사 방법은 연구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지지해주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원하는 답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설문 문항만 사용하는 연구 부정 행위도 저지르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라고 하면서 고작 교사 500명, 학부모 500명을 전화로 조사하였다. 그리고 교사의 경우는 대부분 교장, 교감, 부장급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평교사들이야 수업해야 하는데 전화 통화로 이루어지는 설문 조사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교사들의 의견도 고르게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한 나라의 교육과정이 어찌 교육과정학 전공자들 손에 의해서만 놀아나야 하는가? 왜 비밀리에 연구하고, 교과교육 전공자들의 참여는 봉쇄하는가?
넷째, 연구자로서의 부도덕성이다. 공청회 장에서 보여준 그들의 작태는 수준 이하 그 자체였다. 발표자와 토론자, 사회자의 수준 모두 기대 이하였다. 사회자는 불필요한 내용 요약으로 시간을 낭비하며 공청회 시간을 갉아 먹었다. 연구진을 대표한 사람이나 발표자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하였다. 토론자는 동원된 토론자임을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자기네 이야기만 하고 뭐 대단한 것인 양 홍보만 하고 교과별 질의 시간 적당히 주고는 바로 끝을 내었다. 같은 학자라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스스로 교육을 정치의 노예로 만들고 있는 그들의 작태에 분노하기에 더욱 반대하는 것이다. 게다가 공청회를 하고 있는 그 시각에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미래형 교육과정을 홍보하기 시작하였다. 그 자리에 있었던 권위있는 일간지 기자들의 글 가운데 균형있게 쓴 기사를 읽을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한다. 공청회장의 청중들은 모두가 절규하고 통곡하였는데 기사 제목은 미사여구로 가득 차 있었다.
다섯째, 도대체 교육과정 개정을 하는 철학적 근거가 미약하다. 글로벌 창의 인재를 만드는 것 외에는 철학적 기반을 찾을 수 없다. 글로벌 창의 인재의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로 교양인을 설정하여 놓고 있는데 그것은 도덕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처럼 서론에 써 놓고는 교육과정 편제안에서는 도덕을 사회 교과군에 통합하는 치졸함을 보이고 있다. 가정을 선택 교과에 집어 넣지 않나? 철저한 이론 연구와 현장 진단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라 밀실에서 자기네끼리 토론해서 만들어낸 급조된 안에 불과한 것이다.
여섯째, 개혁의 전제가 되는 기본 가정과 해결 방안의 허구성이다. 학습 부담을 줄여 즐거운 학교가 되도록 한다는데 그들은 학습 부담이 과목수가 많아 생긴다고 보고 있다. 학습 부담은 과도할 정도로 많은 학습 내용을 담고 있는 국영수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도덕, 음악, 미술, 가정 과목에서 생기는 것인가? 그들은 또 군소 교과에 대한 집중이수제를 들고 나왔다. 아니 인간의 도덕성이 한 두 학기 집중 이수로 만들어진다고 믿는가? 한 인간의 예술성이 집중 이수하면 만들어지는 것인가? 가정교육이 한 학기 배우면 해결되는 것인가? 집중 이수제가 도입되면 도덕, 음악, 미술, 가정, 한문 교사들은 담임을 거의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일례로 도덕을 고1에만 배우면 2학기 때는 도덕 선생은 자기 반 아이들을 수업에서는 전혀 볼 수 없으니 담임 배정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까놓고 말해 교육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면 국영수는 학원에 맡기고 기타 과목들만 학교에서 가르치는게 가장 나은 대안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달리 말해 학원에서 잘 안 가르치는 것만 학교가 가르치는게 우리에겐 더 나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이미 학생들은 학교에서의 국영수 수업이 학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믿기에 비싼 돈내고 학원에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되면 교사 집단에서 수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거대집단인 국영수 과목 교사들이 들고 일어날테니 이번에도 도덕, 음악, 미술, 가정이 과목 축소의 희생양과 타겟이 되는 것이다!
일곱째, 시대 조류과 교육 이론에 어긋나는 교육과정이다. 미래는 산업화 시대와는 달리 인간의 감성이 중시되는 사회이다. 그러나 미래형 교육과정에서는 감성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교과를 전부 홀대하고 있다. 도덕, 음악, 미술은 감성의 발달에 도움을 주는 매우 중요한 교과이나 미래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 학생들은 이런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인성교육을 강조한다면서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는 교과들만 축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국영수 위주로 공부하면 학습 부담이 줄어들고 글로벌 창의 인재가 된다고 믿고 있다니 한심하기만 한다. 미래 사회에선 예체능과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세계적 거장들의 경구를 무시하면서 우리의 교육과정은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덟째, 미래형 교육과정은 허점이 너무 많아 학교에서 파행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너무 많다. 단군 이래 최대의 학생 인권 탄압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학교에서 비교과 활동은 국영수 교과로 변칙 운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 수업을 듣는 대학 신입생 40명 학생 가운데 봉사활동을 실제로 하고 이수 시간을 채운 학생은 1/3도 되지 않는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신용 사회가 아닌 그래서 국가 청렴도가 의심받는 우리 사회에서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려면 학생들 포트폴리오 만들어주는 대행사에 의존하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돈 받고 합격시켜 준 입학사정관이 구속되는 기사가 입시 마치고 나면 줄을 잇게 될 것이다. 그 가운데 슬며시 기여입학제도도 나올 것이 명약관화하다. 미국에서도 1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려 도입된 입학사정관 제도를 임기 내에 하겠다고 하니 이 정부는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는 폭주 기관차임에 틀림이 없다. 신용도가 낮은 우리 사회에서 입학사정관제도의 전면 도입은 도 다른 비극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돈 앞에 매수되지 않을 청렴결백한 입학사정관이 몇이나 있을까?
아홉째, 미래형에 대한 반대=교과이기주의로 몰고 나가는 치졸함이다. 미래형 교육과정은 절름발이 교육과정이다. 창의성으로 포장된 합리성만 계발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것은 국영수를 통해 가능하니 그들이 기초 교과를 강조하는 논리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적으로 반쪽인 인간만 양산한다. 좌뇌 가운데 기억력만 좋은 아이를 만들 뿐이다. 도덕성, 영성, 예술성은 우뇌의 몫이다. 그들은 우뇌에 대한 교육을 지독하게도 홀대하고 있는 것이다. 브루너를 광신적으로 좋아했던 사람들이 왜 부르너가 말한 명제적 사고와 내러티브적 사고의 조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왜 무관심하고 실천하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끝으로 연구진과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이다. 미래형 교육과정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인문학의 위기에 동조하면서 정작 윤리와 한문을 탄압한다. 윤리가 사회과에 같은 교과군에 묶이게 되면 당연히 통일교육 부분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남북을 대치 상황으로 몰고가더니 이제는 아예 통일교육도 포기하려는 모양이다. 인성교육을 강조한다면서 도덕과를 왜 그리도 축소하려 하는지? 창의성을 강조한다면서 왜 음악과 미술은 합치려 하고 괴롭히는지? 양성평등을 강조하면서 가정 교과는 왜 그리 못살게 구는지? 이젠 감성도 인성도 결여된 기계 인간으로 우리의 아이들을 주조하려 하는 것인지? 정말 속상하다.
더 이상 교육 개혁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우리의 아이들을 탄압하지 말아야 한다. 정권 바뀔 때마다 철새처럼 기생하며 연구비나 챙기는 몰상식한 교육학자의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미래형 교육과정을 주도하는 그대들 자식과 손자들이야 이미 과학고 특목고 다니거나 외국 유학 가 있으니 별 탈 없겠지만 힘없는 서민 대중을 감언이설과 미사여구로 또 다시 멍들게 하는 졸속한 교육 정책은 이제 더 이상 펴지 말아야 한다. 나도 그대들 잘난 정책 때문에 더욱 늘어난 사교육비에 가계가 흔들거리는 사람이다.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시간을 갖고 해결해야 할 중대한 사안을 그들은 6개월에 연구 마치고 올해 안에 시행하려 하는지? 아무리 밀어부치기에 탁월한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 것이다. 왜냐면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내 아이들을 데리고 그 꼴난 교육 실험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미래형 교육과정은 이제 밀실에서 나와서 공개적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미디어를 장악하면서 현란한 미사여구와 조작된 설문 조사 결과로 마치 국민의 70%가 찬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작태가 유치하기만 하다. 1,000명 전화 인터뷰 결과를 가지고 국민의 소리라고 우겨대고 있다.
우리에겐 알 권리가 있다. 더 이상 국민을 무지몽매한 사람들로 여겨서는 안 된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려는 미래형 교육과정은 이제 심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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