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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기


BY 여자.. 2009-08-01

 생각해보니 20대는 결혼에 대한 환상과 꿈에 부풀어 살았습니다. 저희 친정이 별로 좋은 환경이 못되어서 더욱 탈출하고 싶은 심리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결혼해보니 속은 것도 많고 시어머니 비상식적으로 고약하고 남편은 정서불안에 물질에 대한 과한 집착에서 비롯된 비정하고 자기만 아는 성격에... 시련도 많았지만 내가 낳은 생명체에 대한 집착과 애정이 지나친 관계로 그럭저럭 아이들땜에 울고 웃으며 맞벌이하며 악착같이  살아온 바 시골촌녀가 서울에서 제일 잘사는 동네에서 살게 되었네요.

 

 그런데 어느덧 40대가 되어서 친하게 지내는 동년배  직장(괜찮은 직장이라 동료들 남편들의 직업이나 가정형편도 비교적 괜찮습니다.) 동료들의 가정생활을 직,간접적으로 들어보니 나뿐만 아니라 어찌 그리 한결같이 남편들이 술먹고 밤길 다니고 룸살롱에 여자질에...

 

 한 언니는 알고보니 남편도 엘리트인데 신혼초부터 각자 관심 끊고 딴주머니 차고 철저히 따로 놀고 때론 핸펀에 술집마담문자도 찍혀있고 시간만 나면 밖으로 뛰처나가 돌아다녀서 그 언니가 2년째 우울증치료받고 약먹고 있고 한언니도 남편이 사업하는데 언제부턴가 부부관계 끊어지고 남편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밖으로 돌고 겁나서 뒷조사도 못하고 포기하고 있다고 청승맞게 굴고 동갑내기는 남편이 허구헌날 술먹고 늦게 오고 밖으로 다니고 여자질 한 것 도 몇 번 들키고.. 한 언니는 남편이 사업하다 망해서 심란한데 알고 보니 딴 여자랑 딴살림까지 하고 있어서 고통스러워 자궁수술하고 골프치고 맞바람도 피워보고 나도 남편넘이 바람핀 것 잡아서 2년넘게 쌈질하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 같아 힘들고.. 한 언니는 왠 사연이 그리 복잡한지 얼굴은 항상 흙빛에 결근 자주하고 입만 열면 남들 험담에 왕따되어있고 몇 안되는 40대직장동료들의 자화상이네요. 물론 남편과 별일 없는 듯 보이는 사람도 몇 있지만 그들 사연도 모르지요 왜냐하면 그들 눈에 나도 틀림없이 그럴듯해 보일테니까... 왜냐하면 내가 서울에서 젤 좋은 동네에 살고 남편이 고급승용차를 사줘서 몰고 다니고 차림새도 그럴 듯하고 성격도 명랑하니까..  공무원인 평범한 남편을 둔 친구는 그럭저럭 살고 있는데 변호사와 결혼한 그 여동생은 술집여자한테 노골적으로 생활비대는 남편과 살며 호스트바를 전전하고...미스 때 읽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는 소설의 내용이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40대가 되어서 보니 현실이 더 리얼한 것 같아요.

 

 그런데 공부못해 지방에서 그럭저럭 사는 우리 여자형제들 남편들이나 평범한 주변 사람들의 남편들은 오히려 남편들이 가정 잘 챙기고  착하고 인간적이고..돈걱정은 있어도 최소한 남편걱정을 덜하더군요. 그러니 남편이 돈 잘벌고 잘나가면 밖에 있으면 내 남편 아니다하고 다른 여자들에게 때론 빌려줘야하는 고통도 감수해야하고, 남편이 별볼일 없으면 잘나가는 사람들 겉만 보고 부러워하고 상대적박탈감에 힘들고  돈걱정도 해야하고...이제야 약간 이해가 가는 말들... 강남에 왠만한 여자들 남친들 있다는... 남편들 돈은 꼬박꼬박 벌어오고 자식들 공부는 시켜서 키워야하고 이혼해봤자 현재보다 나을 것은 없을 것 같고.. 세상사람들 마음이 다 나같은 줄 알고 " 에이! 아무리 그렇다고 남친을 사귀나. 가정주부가.." 했는데 .. 그것이 가정 지키고 자식 키우려는 있는 동네 여자들의  최후의 몸부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 공지영씨가 3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성이 다른 세 아이를 데리고 산다고 했을 때 참 과감하고 혁신적인

여자구나 생각했는데 지난 번 서점에서 잠깐 속내를 털어놓은 책을 읽어보니 오히려 아주 보수적이더군요. 너무 원칙적이고 정의롭고 보수적이어서 한국남자들의 혁신적인 문화를 용납못하고 이해못해서 그렇게 살고 있더군요.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지 못하고...

 

 호주같은 경우는 남자가 핸펀을 연속으로 몇 번만 안받아도 이혼 사유가 되고  남자도 퇴근 후에는 제깍 집에 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하고..설사 이혼을 해도 여자가 한국처럼 차별당하고 처참해지지 않는데... 

 

 한국에서 40대 여자로 살아가기 넘 힘드네요. 우리 딸 세대에는 그렇지 않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