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난 엄마한테 많이 맞고 자랐다.마음에 상처가 될 말도 많이 듣고 자랐다.난 사고를 치거나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오히려 착하다는 소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듣고 살았다.다만,다른 형제들에 비해 공부가 좀 떨어졌고(그래도 중상위권은 됬다),행동이 느리고 답답하고 고지식하다고.성격은 급하면서 완벽주의인데 몸은 약한 엄마가 바깥일을 하랴 많이 지치셨던거 같다.
살면서 형제간에 차별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했다.그건 지금 생각해도 그런거 같다.자라면서 엄마가 계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
그러면서도 난 엄마가 죽는 꿈을 꾸면 자면서 엄청 울었다.꿈에서 울다 깨면 실제로도 엉엉 울고 있었다.난 그때 엄마는 완벽한 존재,나는 바보같은 애라고 생각하며 지낸거 같았다.그래서 엄마가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나보다.
하지만 자라면서 사춘기가 지나고 성인이 되면서 엄마랑 많이 부딪치고 싸우게 되었다.그렇다고 탈선을 하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나 역시 엄마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그때쯤엔 했던거 같다.
그게 지긋해서 빨리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27이라는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래도 부모 품에 있을 때가 낫다는 말이 와닿는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가족 이기주의의 표본인 시댁,며느리는 시댁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몸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난 거기서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하녀였던 것이었다.말이나 행동으로 나를 소 돼지 취급을 해도 토 달지 않고 그렇게 지내야했다.난 그때 그래도 내 엄마가 참 고마운 분이었구나 이 정도로 나를 구박하지는 않았으니...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 시댁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결혼전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고 큰 병은 커녕 잔병치레도 안 하고 잘 먹고 건강했던 내가,결혼하고 1년만에 수술도 하고,2년만에는 유산을 하고,3년만에 겨우 아이를 가져서 낳게 되었다.
첫 아이가 딸이었는데,남들은 딸은 수월하다던데 우리 앤 참 부산스러웠다.
소파,침대에 오르락 내리락하다 떨어지는거,눈 깜짝할 사이에 우유나 물 쏟고 그 위에 주저앉아 문지르고 있는거, 침대에서 뛰고 농장에 요 이불 다 꺼내서 둘둘 말아가며 노는거 이정도는 기본이고 시댁가서 내가 일을 해서 아무도 안 봐줬더니 계단에서 2번이나 구르고 카트에 앉지 말라고해도 말 안듣고 앉다가 뒤로 떨어져서 병원가고...지금 세세히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아무튼 쉬운 애는 아니었다.
그런 애가 자라서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는데,아직도 그리 부산스럽다.눈치도 없고.그래서 약은 애들로부터 이용도 당하고 다른 애들이랑 다 같이 장난치다 다른 애들은 눈치껏 빠지는데 혼자 뒷북치다 혼자만 혼나고 그러는 아이다.
눈치가 없다보니 선생님도 아이들도 별로 안 좋아한다.아이가 좀 산만하고 고집이 있다보니 난 매해 담임선생님께 부름을 받아 학교엘 간다.
아이가 좀 자기고집이 있는 편인데다 눈치없고 생각 단순하고 본능에 의해서 움직이고...내가 보기에 모든게 너무 답답해보여,아이는 가끔 나한테 맞는다.그 옛날 울 친정엄마가 나한테 그랬던거처럼.
난 평소엔 애들하고 장난도 잘 치는데 아이로 인해 한번 뚜껑이 열렸다하면 눈이 아주 확 뒤집혀서 울 큰 아이를 멍이 들도록 팬다.
아이가 말썽을 피우지 않을 때 가만히 얘기해보면 아이는 엄마를 사랑한단다,엄마가 너 때리고 그러는데도? 하면,엄마가 때리는건 사랑의 매니까 괜찮단다.이게 어디서 주워들어서 하는 말인지 진짜 그 애의 맘인지 모르겠다.
난 이 말이 거짓이거나 아이의 착각이면 어쩌나 겁이 난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내 친정엄마를 바라보는 방식대로 내 아이가 나중엔 날 그렇게 보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다.인정하기 싫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던 지금의 내 모습은 내 친정엄마의 모습과 비슷함으로.
얘기하기는 길지만,친정엄마는 내 결혼 이후에, 믿었던 다른 자식들한테 배신 당하고 오직 나만 맘적으로 의지하신다.나도 자식된 도리로 그 정도 의지는 되어드려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그게 눈물 날 정도로 애뜻함은 아니다.객관적으로 볼 때,웬만한 딸이라면 울 엄마 불쌍해 하며 엉엉 울 상황인데,인간적으로 안되긴 했어도 난 그 정도는 아닌거 같다.
하지만,난 엄마한테 그 마음을 들키지는 않는다.그냥 맘 편하게 얘기 들어주고 동조해주는게 자식된 도리라 생각되어 그것만을 충실히 이행할 뿐이다.
나도 참 못됐지,그러면서도 내 자식은 나한테 내가 엄마에게서 갖고 있지 못한 그런 애뜻함을 느끼길 바란다.그러지 못할까 겁이 난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결혼전부터 지금까지 참 힘겨웠는데(물론 엄마처럼 크게 한방은 아니었어도) 내 딸이 나중에 그걸 진심으로 느끼고 엄마에 대해 정말 사랑을 느껴줄지,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하면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