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23

취미가 이사에요...


BY 저는 2009-08-26

결혼 12년차인데 이사가 열번째 입니다.ㅎㅎ

그런데 그중 절반은 싫증 잘내고 참을성 부족한 제가 원해서 했고 나머지는 자의반 타의반 ..

애 하나때만 해도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로 이사가 즐겁고 설레이더니

애가 둘이 되고부터는 학교문제며 살림도 늘어나는데다

저도 이제 마흔을 바라보니 나이를 먹는가 이사가 스트레스로 느껴지네요.

딱 요앞에 이사부터가 그렇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그렇습니다.

우리집 사놓고 잔금 칠 날짜는 한달도 안남았는데

저는 지금 사는 전세집을 내어놓지도 않고 있어요.

전세금을 빼야 대출금을 조금이라도 더 갚을텐데

남의 일인것 마냥 왜이러고 있는지 몰라요.

그냥 지금 사는집 주택이고 좁지만  1년 겨우 넘어가니

이제서야 살짝 정이 들고 안정이 되는가 싶은데

또 살림 들고 일어날걸 생각하니 왜이리 만사가 다 귀찮은지요.

여기 딱히 살기 좋은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기 꼬옥 가고싶은것도 아닌

걍 넓은데 살고싶어하는 남편 성화에 내집이라고 사놓으니 들어가기는 가야하는데..

대출이 있어 전세 놓기도 힘들지만  마루바닥이니 월세 주기도 싫고

결국 우리가 들어가 살지 않으려면 다시 팔아야 하는데

다시 팔려니 이래저래 한 오백만원 생돈 날리게 생겼어요.

신랑 월급이 이백 조금 넘는데 오백만원이 누구 애 이름도 아니고..

그렇다고 15평 좁은 주택서 애둘 키워가며 오래 살기는 힘들것 같고..

한번 귀찮아도 역시나 옮겨야 하는게 맞겠지요?

이제 겨우 집주인 노부부 하고도 정이 들고 한마당에 세들어 사는

옆집 또래 엄마하고도 편해지는데 너무 아쉽기도 하고...

오늘 낮에 한번 이사갈 집 보고 왔는데 동네도 조용하고

환경도 깨끗하니 맘에 들고 이상하게 첨엔 안그렇던데

가면 갈때마다 여기와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구요.

집 첨 게약할때만 해도 뭐가 뭔지 어디가 어디인지 눈에 안들어오던데

언제부턴가는 화단에 꽃들도 마당에 주차장 선 그어놓은것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네요.

이제 곧 마흔이고 큰애가 내년에 중학생 되는데 이제 더이상 이사는 못할것 같아요.

살림 들고 일어나는거 정말 힘들어서 거기가면 한 십년은 눌러살 생각으로

 일부러 층간소음도 적은 오래된 아파트로 먼지나 차량 소음이 없고

공기도 좋은 조용한 고지대 아파트를 골랐어요.

집 보러 다니면서 무지 신경을 섰더랬지요.

햇볕도 잘 들어야 하고 학교도 가까워야하고 시장도 멀지 않아야 하고 동네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데도 싫고..

이사를 많이 다녀보니 대충 어떤 집을 사야한다는건 눈에 훤하더라구요.

디귿자 미음자 형태로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도 여름에 무지 시끄럽고 답답해서

  가급적이면 일자형 배치로 동간 넓은 아파트만을 찿아다니며 열심히 발품을 팔았어요.

가격도 맞춰야 하니 정말 안쉽더라구요.

초여름부터 더운데 버스 타고 다니면서 하루에 두세군데를 보러다니며 그렇게 돌아다니다보니

마침 운좋게 제가 원하던 그런집을 고를수가 있었네요.

고생한 보람이 있더라구요.

그나마 그 동네는 그래도 예전에 살던 동네옆이라 몇번 다녀본적이 있어 그리 낯설지도 않아요.

 그래서 친정이랑 신랑 직장이랑 좀 멀어도 일부러 그 동네로 집을 샀는지도 몰라요.

산밑이라 약수터도 있고 등산도 가능하고 아이들도 많고 노인네들도 많이 사는걸 보니

 이만함 중년까지 눌러살아도 괜찮겠다 싶으더라구요.

시골가서 살고파 쉰살 되면 고향에 가서 살기로 남편과 약속했거든요.

집을 보러다닐땐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걍 별 생각없이 보러 다니다 덜컥 사게 되었는데

이제 이사는 피할수없는 과제가 되버린것 같아요.

한동안 맘편히 눌러살집 들어간다 생각하고 지금의 이사 스트레스를

즐거운 맘으로 넘겨야 하는게 맞겠지요?

사실 저도 사놓고는 막상 이사가 귀찮아서 어걸 다시 파는냐 어쩌나 하며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 집을 한번 더 보고 오니 가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고

또 가야하는게 맞을것 같아서 제맘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글을 올려봅니다.

무엇보다 돈 벌어다 주는 남편이 가자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잇어 딴생각도 더 못하네요.

지 말로는 어쩌다 바람에 대문을 세게 꽝 하고 닫아도 세입자라 집주인 눈치가 보인다나요.

여태껏 그렇게 세 많이 살아도 아무집이나 살아도 자기는 괞찮다고 해서

이사도 그렇게 제맘대로  자주 다녔는데 한번 내집 살다 또다시 세를 살아보니 이제는 불편하고

쉬는날 소파 없이 하루종일 방에 앉아있으려니 허리가 아프다고 하질않나..

이사가면 작은애도 초등 들어가니 맞벌이 해서 십년간 열심히 돈모아

꿈에 그리는 고향입성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겠어요.

좋은 신랑 덕에 그동안 제맘대로 많이 살았는데 이번엔 남편말을 듣는척이라도 해야

나중에 시골로 같이 들어갈것도 같고..ㅎㅎ

집 사놓고 한달을 넘게 이사 가나마나 고민하다 오늘에야 그 종지부를 찍습니다.

참 고민스러운 올해 여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