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애가 12월생이고 해서. 그냥 놀아라. 지금 아니면 언제 놀겠니~ 하고는 있는데
정말 체력 좋은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네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저희 애는 정말 건강하기만 해요.
너무 노는것만 열심이었는지 얼마전부터 숫자를 가르치는데 워매 답답한거.
저랑 신랑이랑 둘다 수학만큼은 (신랑은 전과목을 다 잘했지만) 잘했거든요.
신랑이야 뭐 말할 것도 없지만, 저도 수학만큼은 학교 대표로 올림피아드 나가고 막 그랬었는데
오늘 가르치다 가르치다 "야이늠아 너 누구뱃속에서 튀어나온거야!! 응? 엄마아빠 수학 진짜 잘했거든!!!"
하면서 애를 잡았네요.
애가 음악적 소질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뭘 알려주면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진득하니 앉아있는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손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린이집에서 해온걸 가지고 왔는데, 가위질도 전혀 못하고. 색칠도;;; 이건 색칠이 아니에요.
정말 비교 안하고 키우겠다. 일단은 놀리겠다. 하면서 애써 누르며 키운게 오늘 갑자기 폭발해버렸네요.
노는것만 시켰다지만, 저 정말 얘 데리고 각종 체험전부터 놀이시설 문화시설 공연 동물원 안데리고 가본게 없거든요.
거기서 뭔가를 얻어와야지 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런건 정말 어릴때 아니면 나중엔 하기 힘드니까
지금 가나다라 가르치고, 1,2,3,4 가르치는것보다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한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린애들을 벌써부터 학습지 전선에 뛰어들게 하는건 아이들을 그 틀에 가둬버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저희 애한테 누가 "너 뭐잘하니?" 라고 물으면 저희 애는 "저 뭐든 잘먹어요!!" 라고 대답해요.
실제로 정말 뭐~~~든지 잘먹죠. 어지간한 어른들보다 가리는 음식이 없으니까요. 마늘장아찌 먹고, 풋고추 먹고, 멸치 다시마 육수낸 멸치랑 다시마 주워먹고 앉아있으니. 뭘 주던지 먹어보고는 음~ 맛있네~
얼마전까진 그런 모습이 참 대견스러웠는데, 요샌 어휴 저 돼지같은 놈 이라는 생각도 들고.
갑자기 내년엔 6살이라는 생각이 드니 정말 미친듯이 조바심이 나네요.
애들 책도 척척 읽고 편지까지 쓰는걸 보니 너는 왜그러니 싶은게....(책만 읽어줬을 뿐인데 한글을 깨쳤다고들... 저도 책은 누구 못지 않게 읽어줬는데ㅜㅜ)
식습관하고 예절교육. 정말 이것뿐이에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경비아저씨 보면 항상 씩씩하게 안녕하세요!!
어른들한테 반말하는 법 없이 항상 존댓말 쓰고 말은 진짜 이쁘게 해요. 다들 애가 말 참 예쁘게 한다고
다들 애가 밥 참 잘먹는다고.
전엔 그런얘기 들으면 뿌듯했는데
요새는 애가 그거면 됐지 하는 사람들 보면 나도 내 애가 아니면 저렇게 말해줄 수 있어 얼마든지. 라는 나쁜 생각이 들어요.
친정부모님 시부모님께서도 슬슬 걱정하시거든요.
"우리 xx(남편)는 3살때 한글 다 읽었다. 난 따로 안가르쳤는데, 애가 그냥 혼자 읽더라. 애가 4살때는 숫자 만까지 다 셋다. 세상에 두시간동안 바닷가에 앉아서 그걸 다 세고 있더라. 그만한 집중력이 됐다는거지. 애가 리더쉽이 있어서 항상 대장이었어~" 등등등 끝도 없음
저희 친정부모님도
"넌 뭐 하나 가르쳐주면 열은 아니어도 둘 셋은 알았지. 한글 가르치는게 어렵냐? 그냥 이게 가야 그러면 다음날 물어봐도 안잊어버리고 가 라고 대답했는데(저희 아들은 가라고 백번 말해줘도 딴소리) 어릴땐 숫자에 강박증같이 뭐 여러개다 싶으면 무조건 셀려고 들어서 좀 걱정이 됐었어(저희 아들은 뭐가 몇갠지 관심도 없음. 단 먹는거에관해선 많은거 기가막히게 고른다는)"
공부 잘해도 S대 나와도 사는거 고만고만하지. 학교에서 그렇게 상받고 그럴땐 내가 고작 이렇게 살 줄 알았나. 싶다가도. 그래도 그나마 그정도 공부했으니 이정도 사는거 아닌가? 이런생각도 들거든요.
당장 초중 친구들 보면 힘들게 산다 싶은 친구들이 더 많은게 사실이니까요.
정말 저희 아들 걱정돼 죽겠어요.
여기 계신분들... 애가 어릴땐 영 띨~~~해보였는데 커서 다른 재주를 보이거나, 아님 공부를 잘하거나 뭐 그런분 계세요?
초등 5학년짜리 딸 둔 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다 부질없어. 어차피 할놈은 하고, 안할놈은 안하는거야. 안되는 놈 시켜서 뭐할거야? 어릴때 무슨 브레인 스쿨이니 이딴거 다필요없어. 어차피 공부 잘하는 것도 재주고, 그런 재주 타고난 애들 몇 없고. 그나마 이렇게 아둥바둥 시키는건 그래도 서울에 있는 대학이라도 가라고..." 윽 -_-
사실 요새 시부모님이 계속 압박을 주시거든요
"요새애들 엄청 똑똑하고 빠르던데... 넌 엄마라는애가 걱정도 안되니? 나는 우리 아들 그렇게 안키웠다!! 저희 애만 보면 너도 아빠랑 같은 학교 가야지~~~~~"
저희 신랑이 왜 애한테 그런 소리를 하냐며 정말 버럭!! 했거든요. 그뒤로는 더 스트레스 받게 제앞에서 항상 그러세요. 신랑 없을때만. 아직 내공이 안되는지 그냥 흘려듣기가 안되네요.
시댁 가기 며칠 전이 되면, 특히 친척이 모이는 명절이 되면 더 불안해지는게. 다른 조카들이랑 비교가 되니까...
누구는 벌써 숫자를 어디까지 안다더라. 누구는 한글을 안다더라.
저희 아들을 보고는 "의외네... 제일 잘할 줄 알았는데"
얼마 뒤면 추석이잖아요. 요며칠 계속 애한테 짜증이네요. 넌 왜 가르쳐줘도 몰라? 하나를 가르쳐주면 두개를 까먹어요 아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