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13년 되었고,지금까지 남편의 약점이나 자격지심 같은걸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았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정말 해도 너무 한거 같아 오늘은 남편의 그 약점이라는 걸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남편의 약점이란 키가 작은 것과 군대에 다녀오지 못한 것입니다.하지만 남편은 그것 때문에 움츠러드는 성격은 아니고요,애써서 합리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자기가 약점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장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헐뜯으므로써 열등감을 표시합니다.
평소에 남편과 시어머니는 어떤 일이 있으면 며느리 탓으로 돌리는 버릇이 있습니다.남편과 제가 둘다 안경을 쓰는데 남편은 16살때부터 저는 15살때부터 안경을 썼거든요.그러면서도 제가 아이한테 티비 가까이 보지 말라고 했더니 저희 시어머니 그러시데요.티비 뒤로 가서 봐라,니 애미처럼 눈 나빠져서 안경쓸라.그러면서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 아이가 눈 나빠지는건 100퍼센트 엄마 유전이다(저희 아이는 여자 아입니다),아빠하고는 상관없는거다,이러셔요.
그러시면서 저희 남편이 키가 작거든요.시댁식구들 전부 키가 작아요.남자들 165 안팎이고 여자들 155 안팎이예요.반면 저희 친정쪽으로는 다 키가 큽니다.저만 보통키예요.163입니다(저 올해 40입니다).친정 엄마도 166이고요.
그런데,시어머님과 남편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똑같이 말하는 것이,키는 요즘 아이들 영양이 좋아서 엄마가 환경만 잘 만들어주면 얼마든지 클 수 있다 그래요.
그말이 아주 틀린건 아니지만 유전적인 요소가 더 많이 작용하잖아요.실제로 제 주변을 보면 부모가 큰 사람은 100퍼센트 크지만 부모가 크지 않은데 큰 사람은 아주 극소수더라구요.
더구나 제가 평소에 환경적인걸 중요시해서 먹거리도 유기농으로 먹이고 음식 종류도 조심해서 먹이고 인스턴트나 조미료 들어간 음식 안 먹이고 키웠어요.샴푸나 비누도 인공계면활성제 안 들어간 비싼걸로만 키웠구요.저희가 형편이 좋아서 그런 것도 아니구요,좀 무리해서라도 아이가 성장이 일찍 멈추지 않게 신경쓰며 키웠어요.그건 아기때부터 계속 그랬고,모유로만 키웠고 이유식할 때도 한번도 시중에 나온거 사먹인 적 없었고,제가 엄선한 재료로 직접 만들어 먹여 키웠어요.물론 그러기까지는 남편의 잔소리가 한몫 하기도 했구요.
물도 정수기 걸른 물 끓여서,그것도 몸에 좋다는것들 이것저것 돌려가며 넣어서 끓여 먹였구요.특히 아토피 아이들에게 좋다는 루이보스티를 많이 끓여먹였구요.아이가 아빠처럼 알러지성 비염이 있고 피부가 예민해서 목욕물도 유노하나 풀어서 씻기고 공기청정기 틀어놓고 살았고,건조할 때는 실내에 빨래를 건조 시켰구요.
사실 성장기 아이여서 고기도 자주 먹였어야 했는데,저희 남편과 시어머니가 채식주의자예요.남편은 그나마 조금 먹지만 시어머니는 고기를 전혀 안 드십니다.
저는 고기를 좋아하는 편인데(시어머님도 저 고기 먹는거 보고 아십니다) 시어머니가 저 볼 때마다 애들 고기 먹이지 마라 하도 노래를 하셔서 자꾸 그게 맘에 걸려 많이는 못 먹이고 한달에 3~4번 정도 먹고 살았습니다(그것도 좀 비싸더라도 한살림에서 천연사료로 자연방목해서 키운 소고기만 먹였습니다).
그런데,시댁 올 때 형님이 아이들 먹을 반찬이 없으니까 고기를 사오시곤 해요(형님이 고기를 많이 안 드시는 편이라 그런지 그건 뭐라 안 하시데요).아이들은 평소에 고기를 잘 못 먹으니까 때 만났다 하고 맛있게 먹게 되죠.그래서 아이들이 잘 먹으니까 평소에 애들 고기 많이 먹이는 줄 아세요.
아무튼 그랬는데,저희 아이가 초2 말에 젖몽우리가 생겨서 소아과(여의사 있는)에 데리고 가서 성조숙증에 대해 상담을 했더니 좀 빠르긴한데 자기는 호르몬제 투여는 절대 반대다,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아이가 키가 좀 더 크고 다른데 문제 생기면 좋겠냐고 막 엄마를 꾸짖더라구요.
다른 것도 아니고 호르몬제라 저도 조심스럽고 해서 맘을 접었지요.남편은 큰 병원에 데리고 가봐라 했는데,의사가 안정성이 입증 안되서 맞지 말라고 한다 하니까 좀 잔소리 하다 말을 접더라구요.
그러다 지금 4학년인데 이젠 가슴도 제법 나오고 얼마전부턴 음모도 조금씩 나기 시작했어요.남편이 또다시 아이 큰 병원 데리고 가보라 하길래 집에서 젤로 가까운 종합병원에 예약을 했다가 오늘 갔습니다.
뼈나이가 성조숙증(성조숙증은 현재의 성장 패턴으로 봐서 최종키가 150센티미터 미만일 때라고 합니다)이라기 보다는 뼈나이가 1~2년 정도 빠른데 부모키로 산출한 평균키가 158.5인데 그것에 미치기는 힘들거라 합니다.
그러면서 호르몬제라는게 사춘기를 늦춰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을 정상적으로 해준다는 의미인데,보통 12세까지만 투여하는데 지금 11살이니 1년이라는 시간 밖에 없어 그 효과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의사가 남편과 상의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얘기했더니,아이가 환경만 좋게 해주면 얼마든지 클 수 있다는데 158도 안된다니 그게 말이 되냐고 왜 진작에 큰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냐고 소리 지르고 생 난리를 칩니다.지금이라도 호르몬제를 맞추라고 합니다.
제가 산부인과 의사이신 아주버님한테 여쭤보니 그 분도 호르몬제 투여는 절대 반대 하십니다.시조카들도 아무도 그거 맞은 애 없고요.생리 5학년때 하고 성장이 멈춘 상태인데 키 작은 편이고요.
그런데도 남편은 오직 키를 키우겠다는 일념하에 아주 난리도 아니고 제가 잘못 키워서 애가 키가 못 큰다는 둥 제가 제 때에 병원에 안 데려가서 애가 클 키도 못 큰다고 저한테 악다구니를 하는데...정말 기가 막힙니다.
정말 제가 13년동안 남편한테 키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남편이 정말 이렇게까지 얘기하니,저도 한마디 했습니다.아무리 요즘 애들 키가 크다지만 키 큰 애도 있고 작은 애도 있는거지 당신이 키가 작은데 어떻게 키가 클 수가 있겠냐고요.그게 왜 제 탓이냐고요.난 최선을 다해 키웠을 뿐인데요.
저도 애가 키가 작다니 좀 속상하기는 하지만 부모로써 키우는데 최선을 다했고 그게 그 애의 팔자라면 어쩔 수 없다라는 식으로 맘 접으려고 하는데,남편이 모두가 제 탓이라고 뒤집어 씌우니 정말 너무너무 속상합니다.
그리고,저희 시어머니도 남편이랑 똑같은 말씀 하시겠지요.니가 어떻게 키웠길래 그러냐고.니가 고기 많이 먹여키워서 애가 일찍 조숙해진거라고 그러시겠지요(실제로 돈 없어 고기 많이 먹지도 못 합니다).
아주버님 보니 아이들이 키가 작아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시던데,울 남편은 왜 이리 난리인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어느 한 구석이든 부족한데가 있으면 나은데도 있는거 아닌가요? 키가 좀 작아도 다른 좋은 점을 가지고 있으면 되는거 아닌가요?
아이들한테 무슨 일만 있으면 엄마탓이라고 몰아부치는 남편과 시어머니 때문에 제가 아주 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