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공부하라고 그 좋아하던 책도 못읽게해
공부하라고 중학교 미술쌤이 애 한번 키워보자는 말에 내가 한푼두푼 모아 마련한 당시로선 엄청 비싼 화구용품들 싹 갖다 버려.
공부하라고 피아노에 맛들릴만하면 피아노 그만두게해. 서예에 맛들릴만하면 서예 그만두게해.
대학다닐때도 통금시간 9시. 술한잔 마실 줄 모르며, 화투 그림조차 맞출 줄 모르며(그림을 맞춘다는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그흔한 베낭여행한번 못가봤으며(국외를 뜻하는게 아니라 친구들과 여행), 노래방에서 노래하나 멋들어지게 부를줄도 모르고(뭐 이건 내가 노래를 못하니) 흥을 맞출줄도 모르고.
사람들이 저를 보면 '너는 대체 무슨 재미로 사니?' 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고.
솔직히 나는 애 그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하는거 너무 많습니다.
너무 어린나이부터 애 공부하라고 닥달하지 말아야지.
어릴때는 그저 놀려야지. 체험학습도 많이 해주고, 미술놀이도 많이 해주고, 좋아하는 책 맘껏 읽게하고,
한글 몰라도 닥달하지도 말고, 숫자 좀 몰라도 뭐라 하지 말아야지.
대신 애 티비는 보여주지 말아야지. 울 엄마아빠처럼 당신들은 깔깔거리며 코미디 프로 드라마 보면서 방에 가둬놓고 되지도 않는 공부 하라고 하는게 아니라, 아예 나도 티비를 보지 말아야지.
물론... 저희 부모님도 저를 최선을 다해 키우셨다는건 압니다. 없는 형편에도 제 학원 과외는 꼭 보내주려 하셨던거 잘 알고 있구요. 제 도시락 친구들과 비교를 해봐도 얼마나 정성스레 만드셨는지 알고, 초중고를 통틀어 저 지각한번 안시키고 학교 보내셨고(아침에 제가 제깍제깍 일어난 것도 있지만^^) 압니다 아는데요
방법이 맘에 들었던건 아니거든요?
그런 엄마아빠 저만보면 애 교육에대해 왈가왈부합니다.
그만 놀려라. 그만 좀 돌아다녀라.
저희 애요. 잔병치레한번 안해본애에요. 솔직히 전 제가 예민하게 굴지 않고 애를 막키운덕이라고 생각해요-_-
신종플루가 유행하니 집에 있으라고 하시는데, 솔직히 애들 면역력은 집에만 있는 애들이 더 없는거 아닌가요?
애들이 닭도 아닌데, 가축도 아닌데 왜 갖혀있어야 하냐구요.
방 하나를 싹 비워놓고 도화지를 다 발라서 거기서 미친듯이 물감놀이도 하구요. 비눗방울 놀이
풍선에 물감 넣어서 터뜨리기 놀이. 그런 재미있는 놀이도 친구랑 함께해야 재미있지 라는 생각에 아들 친구들불러 놉니다. 전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 한번도 안해봤어요.
애가 어린이집 다니는데, 그곳이 좀 정적인걸 많이 추구하는 어린이집이라 집에와서는 많이 놀려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을뿐이구요. 다만, 잠자기 한시간전에는 무조건 책읽는 시간. 애가 번잡스럽게 논다지만 자기혼자 레고놀이도 하고, 가베도 가지고 놀고, 그림도 그리고, 아직 한글을 몰라 제가 붙잡고 책읽어주고.
저희 엄마가 독감 예방접종 맞췄냐는 얘길 하면서 한달전부터 알아봤지만 백신이 있는 곳이 없더라.
라고 했더니 대뜸 다른건 다다다다거리는 애가 노는데 정신팔려서 애 예방접종도 안맞추고! 이러는데 순간
기분나뻐 해버렸어요.
그랬더니 고함지르시고 화내고 하시기에
내새끼 내가 알아서 키울테니 신경 꺼!! 라고 해버렸어요.
그래 니새끼 니가 알아서 잘 키워라. 그말 꼭 지켜! 하는데
언제부터 애 봐줬다고. 딸래미 수술대위에 세번 올라가는 동안 애 봐줄 자신 없다고 입원해야할거 무통기끼고 퇴원하고. 산후조리원 2주 있다가 친정 갔을때도 밥만 해주셨지 걸레질 하라고 시키고 하셨으면서. 친정에 있는 2주동안 밤에 애가 울어도 당연히 너무도 당연히 제가 돌봤죠. 단한번도 엄마가 봐주신적 없습니다. 물론!!!! 산후조리원에서 2주동안 조리는 한거고. 그렇지만, 엄마가 봐준적도 없으면서 저런식으로 말씀을 하시니 갑자기 피가 끓어오르네요.
대체 언제 애를 봐주셨다고 저런 말씀을 하시는건지. 단한번도 단한시간도 나 없이 봐준적 없으시면서.
친구들 엄마들과 비교 안되는거 아니었지만, 그게 정상이 아닌거다 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시댁이고 친정이고 죄 간섭만 하려고 하고, 훈수만 두려고하는데 정말 짜증이나서 미칠 것 같아요.
어릴때 성적 떨어지면 다음날 교복이 안들어갈정도로 두들겨 패던 양반이
애 때리지 말라고. 동생이랑 싸우면 누가 잘못했든 나이대로 맞는데, 누나인 내가 먼저 나이대로 맞는덕에
어린나이에도 이해 안가고 억울하고 했었건만.
초2면 알거 다 아는 나인데 실오라기 하나 안걸친 상태에서 내쫓긴적도 있었고
난 다 기억하는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
엄마아빠는 나 안때렸다고? 내 인생에 10%는 맞는데 소비했구만! 했더니 그렇게 키워보니 안되겠더라고.
어릴때부터 호기심은 죄악이라고 알고 살아왔건만. 그렇게 키워보니 안되겠더라고.
중학교때 특정 남자애들이 제 머리를 보고 놀릴때. 선생님들이 곱슬은 머리 길러도 되니까 머리 기르라고 해도
저희 부모님 당신 눈에 흙이 들어가기전까진 머리 못기르게 할거라며 저 머리 3센치미터인 상태로 학교 다녔어요.
그 예민한 시기에.
보다못한 선생님이 너 파마 해도 되고, 머리에 뭐 좀 발라도 내 뭐라지 않으마. 다른 애들도 아니고 넌 FM이잖아.
그얘길 전하며 나 스트레이트 파마 시켜줘라고 했다가
어디 학생이 멋을 내냐며 비오는날 먼지나도록 맞았건만.
내가 남학생들한테 무슨 꼴을 당하며 학교를 다녔는데... 듣지도 않으시던 양반이.
애데리고 각종 문화행사며, 도서관, 에버랜드, 서울대공원, 어린이대공원, 박물관 따라다니는게 그렇게 잘못된건지
요즘도 동네 아줌마들이 우리 술한잔 하자하면 난 그런데 취미도 관심도 안가져지고 가도 힘들기만 하는데
그럼 내가 이런 재미도 없이 애데리고 어릴때 못해본거 하는게 그리 잘못된건지
이제 4살인 애를 끼고 대체 뭘 가르치라는건지.
안가르쳐줘도 어느순간 숫자도 다 읽고. 친구들 이름에 들어가는건 글자도 띠엄띠엄 읽고.
따로 안가르쳐줘도 한문책 가지고 와서 읽겠다고 하는 애를 데리고.
뭘 더 어쩌라는건지.
어린이집. 제가 욕심을 좀 내서. 국공립인데, 평도 좋고, 시설도 좋고. 대기인원만 150명이 넘는 곳에 순번이 돼서 내년에 들어갈 수 있게 됐는데, 유난떤다며. 거리가멀거든요.
시설좋아. 선생님 수준도 일반 어린이집보다 나아. 그런데 원비는 반값인데. 멀어도 다닐 수 있는거 아닌가요?
애까지 낳았는데 부모한테 캥거루처럼 붙어서 지가 낳은 새끼마저 키워달라는 엄마들 이해도 안되고
젊디젊은 지가 힘들면, 우리 키우느라 뼛골까지 곯은 노인들은 얼마나 힘에 부칠지 생각 못해? 뇌가 없어?
라고 생각하던 저에요.
제가 부모에게 바라는게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 가는 친정에서 반찬을 좀 싸오기는 하지만 한달에 한번 이상 간적도 없었구요. 갈까 하면 반기지도 않으시면서.
그래도 크고나서 엄마가 좀 이해가 되는 면도 있고, 엄마도 힘들었겠지 동정이 가는 부분도 없지 않았는데
독감주사 시내를 다 뒤져봐도 백신이 없었던걸 절 반푼이 취급하며
마치 제가 칠렐레 팔렐레 바람이라도 나서 놀러다니느라 애 예방접종도 못맞춘 취급을 당하니
왜이렇게 서럽고 내부모지만 미운걸까요?
당분간은 엄마 얼굴 보고싶지도 않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