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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문화 ....언제 바뀔까요?


BY 블랙티 2010-02-08

여기 여러분들 사연보면 제 얘기는 푸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 고민때문에 잠이 안오는데요.

다들 너무 이상한 시댁식구나 너무 상식 없는 시부모님들을 비교적 잘 모시고, 잘 참고, 잘 버티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 더이상 참고 버티고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 설에 시댁을 안가볼까 그런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 9년차 주부네요.(30대 후반이에요) 귀머거리3년, 벙어리3년, 눈감고3년 ....시간이 다 됐어요.

 

결혼할 때부터 지금까지 속상한 거 다 끄낼려면 그냥 ...숨이 막혀 올 것도 같네요.

시아버님은 6남매의 셋째아들로서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는 서열인데요. 그런데도 5대조부터 남편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 당신이 지내시고 싶어서 제삿상이 자꾸 늘고 있어요. 다른 친척들은 장손이 있는 서울로 가서 차례를 지내구요.

네째 작은 집만 오지요. 어쨌든 그러므로 해야할 음식이 너무 많구요. 제사음식 먹고싶어하는 입들이 가족과 주변친지중에 너무 많아요.

 

 남편의 형제자매는 6남매나 되는 데 위로 아들 셋, 아래로 딸 셋을 내리 낳으셨더군요. 네째인 큰 딸은 2년전 쯤 시집을 갔고 시누이 둘이 남아 있는데 다섯째는 좀 거드는데 막내 시누이는 일을 하나도 안해요.

9년 동안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 결혼하면 여자의 위치가 왜이리 낮아지는 지 이해할 수가 없는 우리나라 풍습, 명절이라는 이름 아래 아름다운 풍속이라고 하기에는 잔인한 노역, 그렇다고 그런 노동에 대해서 시부모들이 수고했다고 공치사라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시아버지는 구두쇠예요. 저 결혼할 때 해주신 거 없는 것까지는 그렇다쳐도 손자들 세뱃돈 한번 안주시고 애들 돌잔치도 못하게 하시고 돌반지같은 것도 일절 없어요. 하지만 당신 환갑잔치는 정말 거하게 했지요.

 

시어머니는 곰같이 일만 열심히 하고, 며느리시절 당신 시어머님께 구박많이 받은 무뚝뚝한 스타일이고 아버님이 제사지내는 것 반대하시는 것처럼 하면서 결국 며느리들한테 일을 은근슬쩍 미루려고 하시죠. 미신같은 걸 믿으셔서 우리집 이사문제로 고생한 적도 있고요. 아버님이 우리애를 데리고 밭에 나갔다가 돌보지 않으셔서 크게 화상을 입어서 피부이식수술을 2회했는데 그 당시 마취하는 거 무섭다고 우리 애 수술을 결사 반대하셨어요. 우리 친정엄마를 붙들고 설득해달라고 하셨네요. 세상에 애 손이 오그라들고 있는데 수술을 하지말라고 자식들에게 생떼를 쓰시니,,,

 

작년 추석때 어마어마한 양의 송편을 빚었는데 어머님이 시장상인말을 듣고 찬물로 반죽을 하는 바람에 더 더뎌져서 새벽 2시까지 빚었어요. 그것도 바깥 콘테이너박스에서...나중에 이가 덜덜 떨리고...어머님은 조금 하다가 주무시고 시누이들은 아주 조금 빚다가 애들 챙긴다고 놀다가 잠들고 결국 며느리 셋과 아들 둘이 조금 도와서 그 시간에 끝났는데 추운 몸을 녹이고 잠들 자리도 없는 거에요. 서럽게시리...식구는 늘고 했는데 집은 여전히 좁고 사랑방에 불도 안 지펴서 잘 곳이 더욱 부족했어요.

 

그렇게 몸을 대충 오그리고 선잠자고 일어나서 일하려니 참...머리 아프고 짜증만 나대요. 어머님은 일꾼 다루듯 고함질러대면서 역정내면서 일시키고 정말 피가 솟는 일은 ...나중에 그렇게 당신들 하인처럼 일시켜 놓고 네째 작은 어머니한테 당신 며느리들이 일을 못한다고 일 하나 시켜면 셋이 모여 떠들고 있다고 흉을 보시대요. 아니 우리가 일만 하러 거기 가는 건가요? 동서들 만나서 수다라도 떨면서 일해야 일할 맛 나는 것 아닌가요?

 

며느리들한테 고함지르고 욕도 하시는 것은 흉이 안되고 며느리들 일 더딘 것만 흉이 되나요? 우리가 일꾼으로 태어났나요? 그렇게 함부로 대하셔도 어른이라고 입 꾹 다물고 있었건만 자기 며느리를 남들에게 흉이나 보시니...참...할말이 없대요.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명절을 지내야 할지...이제 겨우 환갑되신 젊은 시부모님을 무병장수하라고 빌고 싶지도 않고 이렇게 누구를 미워하게 되는 상황과 역할이 너무 싫어서요. 전 아들 둘인데 제가 이렇게 괴로운 며느리 노릇끝에 통큰 시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봐요. 난 고생했어도 넌 하지마라. 그렇게 안될 것 같습니다.

 

정말 과감하게 며느리도 시댁에 안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