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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후에.............


BY 일만하는소 2010-02-17

남편과 2년전부터 조그만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가게물건이 명절선물로 많이 나가는 품목이라 명절때가 되면 내몸

이 내몸이 아니라고 잊어버리고 죽을 둥 살둥 하지요. 첨에 너무 신나고 좋아 배곯아도 곯은 줄 모르고 열시간 넘게

화장실을 못가도 생각도 안날만큼 신이나서 일했는데 몇번의 명절을 보내보니 명절 전즈음과 후의 매출은 허당이라

한달 매출로 따지면 거의 비슷하니 그때반짝 피곤할 뿐이란 걸 알았죠. 물론 이렇게라도 장사가 유지되니 고마운 거

겠죠. 헌데 문제는 명절엔 가게만 바쁜게 아니라는거... 형제둘인 집안의 둘째며느리지만 시어머니도 형님도 안계셔

서 외며느리로 차례상을 홀로 차려야 한다는게 너무나 힘들지요. 가게일이 밀리다보면 집안일이고 조무래기 아들

들 끼니챙기는 일마저 그리쉽지가 않을 만큼 눈코뜰새가 없다보니 남들 음식장만 다한 명절전날 저녁에서야 장보고 그날 밤부터 밤을새워 음식장만을 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며칠가게일만으로도 녹초가 되다보니 밤새워 일하다보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싶지요. 얼굴도 모르는 시댁조상님들 음식은 이렇게 밤을 새워 정성으로 차리고 막상

돌아가신 친정부모님 살아계실 때 따끈한 진지상한번 못차려 드린 걸 한탄하면서요.

이렇게 나름대로 부족하지만 정성껏 음식하고 아주버님댁 재혼하신 아버님댁 빈손으로 가시지않게 과일한가지도 빼놓지않고 바리바리 싸드리고... 항상형편어려운 큰집조카 이번에 대학입학하길래 정말정말 큰맘먹고 100만원챙겨드

리고 작은조카용돈조금 아버님 설용돈 챙겨드리고 차례비용까지... 이번 명절은 정말 몇날며칠 뼈빠지게 장사한돈 거

금이 홀랑 나가버렸네요.  그렇게 시댁식구들가고나니 긴장이 풀어지며 너무 힘들어 친정에 쓸쓸히 있는 결혼안한 언

니에겐 너무 힘들어 갈 수가 없었어요. 명절 전에 저는 통화했던터라 애들 아빠에게 인사전화라도 하라고 했더니 `내

가 해야되나? 그쪽이 먼저 해야 하는거 아냐?` 하는데 순간 섭섭했지요. 시댁 손님들 언제 갈 줄 알고 언니가 편하게

전화하겠으며 아무쪽이나 먼저 하면 안되는 건가요?  차례지내고 자기쪽 친척들한테는 이모고 외숙모고 쭉 전화돌리

면서 우리쪽 달랑 언니한테 전화하기도 그렇게 꺼려지는지....그러더니 저녁에 하는 말이 더 가관입니다. 이제 가게일

나혼자서 좀 보면 안되냐구요. 자기는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여행도 좀 다닌다나요. 물론 농담처럼 말했지요. 제가

무슨말을 그렇게 하냐고 하면 분명 벌컥화를내며 `농담인데 그런다`고 했을겁니다. 아마 농담을가장한 진담일 겁니다.

가게차리느라 얻은빚이 억대가 넘어가는데 열심히 하자고는 못할망정 아무리 농담이라도 그런말이 나오는지...

그런말 하면 내가 `정말 위트있네...`라며 웃어주길 바라는지.....며칠동안 고생하고 밤새워 차례상 차리고 벌은돈 시

댁에 다털어바친 부인에게 할 소리가 그것밖에 없는지... 궁둥이 토닥여 주며 `애썼어, 고생많았어...`이러기가 그리

도 힘든건지... 이렇게 원망하는 마음가득이면서도 멍청하게 가게에앉아서  담달로 다가온 시아버님 팔순 여행팜플렛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우리만 비용댑니다.

 

항상 후회할 짓만 하고있습니다. 내가 안챙겨도 남편이 시댁 더 잘챙길텐데 내가 나서서 잘하려고 애썼고 며느리 도리 다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허튼짓(?) 말입니다.

 

담번엔....정말 담번엔 허튼짓 조금만 하렵니다. 조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