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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만나고 왔습니다.


BY 슬퍼 2010-03-17

아침부터 전화통화가 안되어 무작정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대충 챙겨 입고 시외터미널로 향했어요.

마침 택시서 내리자마자 차가 보여 얼릉 표를 구입하여

차를 타자마자 출발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그렇게 한시간을 달려 도착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20분간 가서

친구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는데 아직 오전 업무를 안맞혔는지 집엔 없더군요.

집앞엔 남편의 것으로 보이는 녹쓴 자전거만 보이는데 오늘따라 왜그리 쓸쓸하게 보이는지..

집밖에서 무작정 기다리기엔 한시간이 더 필요한것 같아

혹시나 길이 엇갈릴까봐 작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로 찿아갔어요.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아이를 찿아 오전 수업이 끝나는 아이와 함께

교문앞에서 친구를 기다렸습니다.

친군 항상 아이 장애인 복지관 수업이 있어 일주일에 두세번 그 시간에 늘 거기서

작은 아이를 기다리는걸 제가 알거든요.

그래서 만나자고 약속 못했고 통화 안해도 무작정 갔습니다.

만날거라는 예감도 했지만 못만나고 온다해도 다녀오고 싶더라구요.

10여분 기다리니 친구 차가 오는데 의외로 친구 만난 반가움에  첨엔 둘다 서로를 보고 웃었네요.

만나면 서로 부둥켜안고 울줄 알았는데 지는 예고도 없이 찿아준 제가 고맙고 반갑고..

저는 혹시나 길이라도 엇갈려 못만나면 어떻하나 싶어 가슴을 졸이며 갔기에 안도감에 더 반가웠구요.

그녀 차로 함께 아이 수업장소로 이동하면서 그냥 평소때처럼 안부 주고 받으며

아이 사고 나는 장소를 지나면서 여기서 그랬다는 하는데 그후 한동안 둘다 말을 못했네요.

아이 복지관 수업에 들여보내놓고 둘이서 인근 식당으로 가 늦은 점심을 먹으며

그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서로 주고 받고 다시 차로 와서 못다한 이야기 꽃을 두시간 가까이 피웠더랬습니다.

작은 아이에게 유일한 친구이자 든든한 도우미였는데 그런 형이 없으니 친구도 불편한게 너무 많고

아이 혼자 놔두질 못하니 불안해서 지금 일도 제대로 안된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그리고 친구  이웃 엄마가 며칠전 꿈을 꿨는데 꿈에 죽은 아이가 친구 아파트 대문앞에서

정말 이쁜 보라색 꽃을 안고 서있더래요. 아이는 사고로 몸을 많이 상한채 갔지만

꿈에서는 평소옷차림에 얼굴도 좋고 꽃을 한송이씩 복도식 아파트인 친구집 작은방 창문에다

꽃아두면서 지금 엘리베이터 타고 빨리 내려가야 하는데(친구집 고층) 엄마가 집에 없다고  

아줌마가 저 대신 이꽃을 울 엄마에게 전해주라면서 나머지 꽃을 가슴에 안겨주는 꿈을 꿨다고 전해주더래요.

아마 아이가 갑자기 그렇게 가게되어 엄마에게 작별인사를 못한것이 맘에 걸렸는지 그렇게

이웃엄마 꿈에 보이고 갔나보더군요.

차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둘이 울기도 했지만 저도 그말을 들으니 조금은 맘이 편해지더라구요.

그 녀석이 그렇게 부모 뒷통수를 사정없이 치고 간게 밉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래도 마지막 인정은 보이러 온걸 보면 지도 부모 생각은 했나봐요.

늘 아픈 작은 아이 신경 쓰느라 큰애는 별루 챙겨주지도 못하고 늘 양보만 하길 바랬다면서

그게 죽은 아이한테 참 미안하고 아쉽다는 친구를 보니 그저 눈물밖에는 안나더라구요.

작별 인사도 못하고 갑자기 부모곁을 떠나게 되어 작별인사를 하러 온것 같다면서

아이가 그 이웃 엄마에게 꿈속에서 안겨준 꽃도 정말 예쁘고 싱싱했지만

아이 표정이나 차림새가 좋았으면  분명 좋은곳으로 갔을터이니 너무 슬퍼말라고 위로해줬네요.

시간이 왜그리 빨리 가는지 제가 아이들 저녁도 저녁이지만 퇴근시간 전에

돌아오는 차를 타지않음 차가 너무 밀려서 시간이 거의 두배로 지체가 되기에

오후 네시 되기전에 서둘러 헤여져야 했어요.

준비해간 조의금 봉투를 내미니 이게 뭐냐고 하기에 아이 49제 올리는 비용에 보태라고

했는데 이미 돈 다 지불해서 돈 들일 없다고 안받겠다는걸 그럼 너 나중에 보약이나 해먹으라고 그랬어요.

사실 친구가 그새 살이 많이 빠졌더라구요. 당연하겠지만..

이십년 동안 봐온 친구 그렇게 날씬한 모습은 첨이었어요.ㅜㅜ

팔짱을 끼는데 친구 팔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 안할수가 없더군요.

아직 입맛도 없다는데 그래도 기운 차려야 하니 꼭 해 먹으라고 했네요.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하기에 빚내서 주는거 아니니 부담가질거 없고

이보다 더하고 싶은데 갑자기 오게 되어 이미 출근한 신랑이랑 상의할 시간도 없고

혼자 버니 약간은 눈치도 보여서 이것만 한다면서..

남편도 이정도는 할 사람이니 그냥 넣어두라고 제가 친구 가방에  넣어줬어요.

태어나서 첨으로 제 이름으로 된 통장에 돈 안넣고 산거 후회가 되더군요.

아침에 서둘러 가느라 미처 제 명의로 된 신용카드도 챙겨가질 못했고..

신랑이름으로 된 계좌엔 여유자금이 좀 있는데 이게 내가 카드로 찿을때마다

핸드폰에 내역이 찍히니 참.. (님들 제 맘 이해하시겠죠?)

마지막에 차비라도 받아가라며 그래야 지도 맘이 편하다고 몇만원 쥐어주려는걸

시외버스비 오천원이면 충분하니 정 주고프면 만원짜리 한장이면 된다고

니가 맘이 편하다고 해서 나도 받는다며 만원짜리 한장 친구 손에서 빼서 왔어요.

네시 십분 차를 탔는데 집에 오니 다섯시 반이 넘었고  잘 도착했다고

아이 49재 지나고 또 보자고 전화를 했더니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그럽니다.

당연히 가봐야 하는데 별소리 다한다면서 나도 너 보고 오니 한결 맘이 편하다고

다음에 만나서는 둘이 한동네 살 구체적인 의논이나 하자면서 웃으면서 전화 끊었네요.

저도 마침 설전부터 집을 팔려고 내놓은 상태였고

막상 팔리면 어디로 가나하며 고민이 많았는데..

오래전 서로의 소원대로 이제 한동네 살게 될지될지도 모르겠네요.

신랑이랑 의논해봐야 하겠지만 잘되서 친구 옆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빨리 집이 팔려야 할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