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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BY 지나다 2010-03-22

친정 엄마는 학교 졸업하고부터 직장일을 하시기 시작해 저 첫 애 나서 몇달 지날 때까지 일을 하셨습니다.저희집이 가난했던 것도 아니고 아버지 월급만으로도 먹고 살만은 했었는데(나중엔 맞벌이 한다고 할아버지 할머니께나 아버지 형제분들에 일이 있을 때마다 돈을 더 내곤 했으니 그 돈이 그 돈이지만요) 엄마가 일 욕심이 많으셨어요.사회적인 야망도 크셨구요.

그렇다고 저희를 방치하거나 내팽개치신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엄마가 집에 있어주는 아이들보다는 손길이 덜 갔습니다.큰 부분에 대해선 여느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신경써주셨지만 세세한 부분에는 아무래도 만족스럽진 못했지요.

직장을 다니는 엄마를 보면서 어떨 때는 자랑스럽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보살핌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자라면서 저도 사회적인 성공을 꿈꾸웠었는데,제 능력이 부족해 원하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헤매다가 결혼이란걸 하게 되었습니다.그 이후 간간이 아르바이트는 했으나 거의 전업주부로 살았구요.초등학생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다른 요즘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 온 신경을 다 쓰며 살고 있습니다.더구나 저희 아이 중 한명이 정신적인 질환이 있어서 엄마가 붙어 있어야 했기에 다른 사람보다 몇배의 신경을 쓰며 살아습니다.

그런데,제가 아는 몇몇 엄마들을 보니 예전의 저희 엄마처럼 사회적 성공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그 분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직장생활 하는건 아니구요.이 분들은 자기집 가까이에 친정집을 두고 거기다 애들을 다 맡기고 직장생활을 하더군요.어떤 분들은  아예 친정 부모님이 그분들 집에서 애들을 키우시고 주말에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분들도 있구요.

때로는 능력이 있어 능력 발휘하는 그 분들이 부럽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려서부터 그렇게 지냈으니 당연하게 생각할까? 엄마를 자랑스러운 엄마라고 여길까? 아니면,예전보다도 엄마 손길이 더 필요한 애들이 요즘 애들인데 좀 쓸쓸해하진 않을까? 그 맞벌이 하는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할까? 내 능력을 발휘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생각은 아이들이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자기가 해줘야할 부분은 그만큼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이런저런 오지랍 넓은 생각이 듭니다.

저도 딸을 키우고 있지만,솔직히 저처럼 집에서 찌그러져 살라고 하고 싶진 않네요.능력 키워서 자기일 하라고 하고 싶어요.하지만,지금의 저,솔직히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못 할거 같아요.아이가 질환이 있어서 그런가 몰라도 남의 손에 애를 맡긴다는게(저희는 시댁도 친정도 다 지방입니다.그래서 직장생활한다면 다른 사람 손에 애를 맡겨야 하는데) 안심이 안돼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제 생각에 모순이 참 많은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