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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아줌마’에 대한 원망을 내던진


BY 일필휴지 2010-07-01

 

1년의 시작은 1월이고 한 달의 시작은 역시나 1일이다.

이런 맥락으로 견주자면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랄 수 있다.


근데 아침에 재수가 없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침체되는 것이 우리네의 일반적 정서라 하겠다.

어제 아침이 꼭 그랬다.


업무 시작 시간이 되자마자 독자의 어머니라는 분에게서 전화를 걸려왔다.

내용은 자신의 아들이 이미 신청하여 구독하고 있는

모 월간지에 대한 중도 해지와 관련한 클레임(claim)이었다.


“울 아들은 객지에 나가 있어 이 책을 보지도

않거니와 재구독을 신청한 적도 없다고 하니 해지 조치해 주세요!

가만 보니 강매한 건 아닌가요?”


아침부터 얼굴 붉히기 싫어 흔쾌히 이를 수용하면서

어쨌든 ‘고객은 왕’이란 사관에도 충실했다.

내키진 않았지만 중간에 착오가 있었음까지를 에둘러 수긍했다.


그리고 기왕에 받으신 월간지를 반송해 주시면 즉시 처리를 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아줌마는 막무가내였다.


처음엔 우편으로 보내 주겠다더니 갑자기 돌변하여

이젠 날더러 자신의 집(그 먼 데까지!) 으로 와서 그걸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부아가 활화산으로 치솟는 걸 가까스로 억제하곤

이번엔 재구독을 신청했던 그 아줌마의 아들에게 전화(휴대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 것이거늘

어찌 그리 경우 없는 전화를 아침 초장(初場)부터 할 수 있느냐고 조용히 충고했다.


그 아들은 “어머니를 대신하여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바람에 화를 겨우 억눌렀으나 기분은 여전히 ‘꿀꿀했다’.


아울러 내 직업에 다시금 회의(懷疑)의 격랑이 일었다.

그 바람에 온종일 흥뚱항뚱 잡생각으로

일관하느라 능률은 저 밑바닥에서 꼼짝도 안 했다.


그런 내 기분을 간파한 사장님과 직장의 선배님이

“퇴근길엔 모처럼 야구 구경이나 가자”고 다독이셨다.

할인점에서 술과 안주를 사 가방에 넣고 야구장으로 들어섰다.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한화와 두산의 야구경기.

그러나 한화의 성적이 여전히 최하위인 까닭인지 아무튼 관중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관중석에서도 빤히 올려다 보이는

보문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말미암아 시원하긴 그지없었다.

“피서지가 따로 없군요! 시원한 술까지 마시니

온종일의 짜증과 스트레스까지 씻기는 기분이고요...”


“그러시다니 다행입니다.”

한화는 어제 경기에서 1대 0으로 ‘또 졌다’.


관중들은 이에 연연치 아니하고 대범했다.

한화의 잇따른 패배에도 불구하고 아낌없는 박수로서 응원했다.


오늘은 졌지만 내일은 이길 거라며.

그같은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마음을 다잡았다.


인생이든 경기든 간에 이 세상에 힘들지 않은 건 없음이라고.

또한 태산을 넘어야만 비로소 평지를 볼 수 있음이라고.


아침부터 맘속에 웅크리고 있던 ‘막무가내 아줌마’에

대한 원망을 내던진 건 바로 그 야구장이었다.

밤에 걸맞게 더 시원해진 산바람이

“잘 했다!”며 이마에 솟은 땀을 냉큼 식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