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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 인과응보(因果應報) 1


BY 일필휴지 2010-07-03

원수로(元首露)는 마침내 목적지를 찾았다.

그는 후들거리는 발걸음을 겨우 지탱하면서 노파가 운영하는 구멍가게로 들어섰다.

 

가게는 겨우 주먹만 하여 노파가 연탄난로 곁에

혼자 앉아있는 데도 얼추 꽉 찬 느낌이었다.

 

날씨는 매서운 폭풍한설로 말미암아 두터운 코트를

입었음에도 수로의 뼛속으로까지 침투하는 듯 했다.

“어서 오슈, 뭘 드릴까요?”

 

노파가 물었다.

“아, 네... 날이 하도 추워서 소주나 한 잔 먹고 가려고요.”

 

노파는 흔쾌히 답했다.

“그러시구랴, 마침 나도 혼자인지라 적적했고 (또한)

손님마저 뜸하고 해서 그렇잖아도 문을 닫으려던 참이었는데 잘 됐수.”

 

수로는 소주 한 병에 마른 안주도 챙긴 뒤

라면 박스를 의자 삼아 노파 곁에 앉았다.

속은 이 가게를 들어설 적부터 부글부글 끓는 용광로였으나 애써 감추려 노력했다.

 

노파는 연신 손을 비비면서 난로 곁에서 꼼짝을 안 했다.

“할머니, 그리 추우세요?”

 

“말도 마우. 연탄 값이 올라서 그나마 아끼자고 한 장만 달랑 때자니 더 춥수!”

순간 수로는 노파에 대한 반감의 욕이 목울대까지

펌프pump로써 울컥 올라오는 걸 절감해야 했다.

 

하지만 ‘확인’은 하고 볼 일이었다.

“날도 추운데 할머니도 이 술 한 잔 하세요.”

 

노파는 수로가 주는 술을 마다치 않았다.

“고맙수.”

 

수로는 자신이 따른 술을 노파가 마시는 걸 보면서 병째로 벌컥벌컥 병나발을 불었다.

취기가 금세 온몸을 쏴~하고 감싸 돌았다.

 

“인기척이 전혀 없어 여쭙는데 할머니는 혼자 사세요?”

이에 노파는 금세 속내를 드러냈다.

 

“그렇수...”

침을 꼴깍 삼킨 수로는 소주를 또 한 병 땄다.

 

두 잔째의 소주를 마신 노파는 이제 속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나저나 날씨가 이렇게나 추운데

할머니 혼자서 주무시자면 퍽이나 적적하시겠네요!”

 

수로의 걱정에 노파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 내 업보인데 어쩌겠수?”

 

노파는 모처럼 말동무가 생겼다 싶었는지 무너진 제방(堤防)인 양 거침이 없었다.

“총각이 내 아들또래 같아 얘기오만 이제 와 생각하면 난 천벌을 받은 게요.

나는 고작 두 살도 안 된 아들을 떼어놓고 집을 나왔지요...”

 

수로는 아연 긴장했다.

‘이제야 비로소 진실의 실체에 근접하는구나!’

 

“집을 나오신 이윤 뭔데요?”

할머니의 입은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

 

“당시 남편의 벌이도 시원찮았고 만날

술이나 먹길레 홧김에 나와 버렸지요, 하지만...”

“하지만?”

 

“이 방 저 방해도 내 서방이 최고라더니 그 말이 꼭 맞습디다.

이후 숱한 남정네들을 만나 살림도 차려봤지만 죄 실패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