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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 인과응보(因果應報) 2


BY 일필휴지 2010-07-03

회한의 먹구름에 갇힌 노파의 미간엔 수심이 가득했다.

수로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할머니가 그렇게 내팽개친 아들은 그 뒤 어떻게 되었나요?”

여기서 잠시 노파의 말이 주춤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무슨 죄를 짓곤 교도소에 갔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곤 어찌나 괴롭던지...”

 

“할머니가 왜 괴로우셨는데요?”

“그야 당연한 것 아니겠수!

어쨌거나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인데 내버려두고

집을 나온 이 년으로 말미암은 거니까요.”

 

수로는 순간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걸 제어하기 어려웠다.

이제 전신까지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노파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따지고 보면 다 이년이 못 된 탓이었지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남편과 새끼랑 국으로

궁둥이 붙이고 살았더라면 그 놈이 어찌 교도소엘 갔겠수...”

 

수로는 떨리는 몸을 감당키 어려워 노파가

차지하고 있는 연탄난로 곁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젊은 사람이 어찌 그리 추위에 약하우? 더욱이 술까지 마신 사람이.”

수로는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려는 자신의 입을 가까스로 막았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살다보니 유독 그렇게 추위에 약합니다, 제가.”

“저런 저런! 나처럼 악독한 어미가 또 있었구려.

하여간 이번엔 젊은이가 얘기 좀 해 보구려.”

 

수로는 기다렸다는 듯 담배에 불부터 붙였다.

“저를 낳은 어머니는 제가 고작 두 살 때

남편과 새끼를 버리고 집을 나가 버렸지요.

그 바람에 아버진 만날 술독에 빠져 사셨고요.”

 

“쯧쯧~”

노파는 혀를 찼지만 수로는 이에 아랑곳 않고 입에 고속도로를 깔았다.

 

“하여 저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라면 이를 갈았지요.

아울러 언제든 만나면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말이죠!”

 

어느덧 수로의 눈엔 이슬이 담기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만취하시면 집 나간 어머니 욕을

해대며 애꿎은 저까지 마구 때리곤 했지요.

그럴 때마다 저는 더욱 이를 악물었습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 년이 참 나쁜 년이네!”

“그렇게 폭행을 당할 때마다 저는 늘 공포와 증오심에 활활 붙타야 했지요.

그래서 더 다짐했습니다.

내 반드시 엄마를 찾아 내가 당하고 겪은

이 잔인한 대우에 대하여 꼭 복수를 하리라고 말입니다.”

 

“옳아, 그래서 그 엄마 때문에 교도소를 간 게로군요.”

“그게 뭔 말씀이십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그 증오의 대상이었던

엄마를 찾아 마구 팼다든가 아님 협박을 했다는 혐의 등으로 말미암아...”

 

“아닙니다. 다만 어머니로부터도 버려진

더러운 인생이란 자조감에 그만 세상을 막 살았지요.

일부러 시비를 걸어 싸움을 하기도 다반사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