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과 제자가 한 전쟁터에서 만났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적으로 만나야 했다.
순간적으로 그들은 함께 생활했던 교실이며
또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던 교정의 벤치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만난 곳은 전쟁터이고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기가 죽고 말 그런 상황이었다.
"쏴라!" 먼저 스승이 말했다.
그러나 제자가 어찌 스승을 쏠 수 있겠는가!
"먼저 쏘십시오." 제자 또한 그렇게 말하곤
고개를 돌렸지만 스승 역시 사랑하는 제자를 쏠 수 없었다.
"그럼 함께 쏘자." 스승은 방법을 강구해 냈고
제자는 스승이 마련한 그 방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함께 쏘기로 하죠." 하나, 둘, 셋 구호가
떨어지자마자 요란한 총성이 울려 퍼졌으나 쓰러진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다.
그 사람은 스승이었다.
제자는 울부짖으며 황급히 쓰러진 스승에게로 달려갔다.
제자는 구호 소리에 맞춰 총을 쏘았건만 스승은 쏘지 않았던 것이다.
스승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는 제자의 가슴에 안겨 스승은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이상은 어떤 책에서 본 구절이다.
스승이냐 선생이냐의 차이는 각자의 입장과 생각하는 척도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헬렌켈러와 셜리번 선생’의 경우는
여전히 유명한 ‘역사’로써의 교훈까지를 내재하고 있다.
셜리번 선생이 없었다면 헬렌켈러의 위대한 이름은 생성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모 초등학교의 교사가 어린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또
고교 교사가 학생들을 주먹 등으로 때리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러한 교육현장에서의 폭력 현상은 많은 느낌을 던지는 화두인데
우선 드는 생각은 ‘과연 자기 자식이었더라도 그랬을까?’ 라는 점일 터이다.
아울러 그처럼 폭력을 일삼는 이른바 ‘깡패 교사’는
스승은커녕 선생의 자격조차도 상실한 무뢰배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와는 별도로 교장이나 된다는 자들이 학생들을 ‘팔아’
각종의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챙긴 혐의로 말미암아
마치 줄줄이 사탕만치로 수십 명이나 파면과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는 뉴스는 더욱 더 스승과 선생의 차이를 천착하게 만든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선생은 숱한 학생들을
미래의 동량으로 만드는 그야말로 성스런 직업이다.
해당 학교의 수장인 교장은 또한 군인으로 치면
하늘의 별을 딴 ‘자부심 빵빵’의 대단한 직위에 다름 아니다.
고로 교장이나 된다면 최소한 자신의 명예에
욕을 칠해선 안 된다는 당연한 결론의 종착역에 닿음은 물론이다.
스승은 차치하고라도 선생 자격에도
미달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시절이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