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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병원 좋아하시는 시어머니


BY 화딱지 2010-11-02

저희 시어머니

참으로 병원 좋아하십니다. 뭐 돈이 많아 병원쇼핑한다는 그런 차원은 아니지만요, 왜 있잖아요.. 조금만 콜록해도 바로 병원가서 바리바리 약사드시고, 코맹맹이 소리만 나도 바로 병원 직행이고...

 

저희 집 꼬맹이도 조금만 어쩌면 병원 타령이십니다. 미련하게 버티자는 건 아니지만, 에지간한 감기는 쉬면서 소금물로 입안 헹구면서 과일먹고 몸 따뜻하게 하면서 자연히 낫게 하도록 하는게 아이 건강에도 좋을 듯 한데.. 암튼  옛날 분이라서 병원을 더 신뢰하시는 건지 뭔지, 그러시더라구요.

 

워낙 건강을 조심하셔서 그런거고 결국은 좋은 일이다 하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건강의 기본이라 볼 수 있는 음식에 있어서는 조미료, 육류, 짜다못해 쓰기까지한 음식의 간이며, 아무리 말씀드려도(혈압과 당뇨도 있으시기에 더욱더 신경쓰셔야 한다고 말씀드려도) 어디서 뉘집 개가 짖고 있냐 예요.

 

특히 조미료(왜 있죠 쇠고기 다시다)는 모든 음식의 기본 재료입니다. 이게 안들어가면 맛이 안난다며 정말 모든 음식에 빼놓지 않고 듬뿍 넣으시구요.

 

김치는 너무 짜서 그냥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고, 물에 푹 담궈뒀다가(그냥 씻는걸로는 어림도 없어요) 찌개를 끓여 먹지 않으면 입도 댈 수 없어요. 정말 짜다못해 쓰다니까요..

 

아이한테 아토피가 있어서 제발 조미료만큼은 좀 넣지 말아 달라고 해도 그래 너는 짖는구나, 나는 뿌려댄다 입니다. (아이가 할머니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가 많거든요. 제가 직장맘이어서요). 아, 정말 요즘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보다도 건강프로그램 많이 보시고 더 주의하시던데 도무지 이 분은 60대 초반이신 분이 70먹은 우리 엄마도 다 알아듣는 이야기를 못알아듣고 흘려버립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다 약으로 약으로 그러세요..

 

급기야, 이분, 산책하시다 다리 삐끗하셔서, 인대 늘어났는데요. 병원에 입원하셨답니다. 병원 왔다갔다 하시기 영 아프고 불편하다고...

 병원에서 의료 수가상 2주 입원 가능하다고 하니 바로 2주 동안 입원하시겠답니다. 그래서 지금 병원에 계시더군요. 좋게 생각하려해도 치밀어 오르는 화가 달래지질 않에요. 뼈가 다치신것도 아니고 인대 늘어난게 2주동안 병원 입원 하실 일인가요?

 

저희 엄마도 그렇고 주변에 아는 어르신들도 그렇고, 솔직히 제 직장이 인대 늘어나는 사람들 많은 그런 직장이거든요(직장의 성격상). 인대가 늘어난건 별다른 치료도 없구요, 그냥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면서 기다리는게 가장 좋은 치료인걸로 아는데, 그래서 지난번에 아는 이가 병원에 가니, 치료고 뭐고 없다고 그냥 집에 가만히 계시고, 병원도 오실필요 없다고 그랬다더군요.

 

정말 밉고 화가납니다. 병원에 가보니 다리에 반깁스하고, 그냥 멍하니 계시더군요. 개인병원에서는 봉잡은거죠. 전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드네요.

 

이런 저런거 조심히 살면서 병원 좋아하는 노인네라면 또 덜 화가날까요? 뻑하면 병원으로 달려가서 아프네 어쩌네 하는 노인네가 미운건 제가 못된 며느리라서 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