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한 말이 마음에 남아 며칠째 새록새록 우울하고 슬프네요.
남편이 형,누나 만나고 온 다음날 술이 좀 취해 들어와서는 자리에 누워 혼잣말처럼 하는 말이 '집안에 여자가 잘 들어와야 하는데..' '여자가 집안을 말아 먹는다더니..' 그러는 거예요.
왜냐고 따져 물었더니 제가 시어머니께나 큰동서,시누이에게 너무 연락 안한다고, 이러다 시부모님 돌아가시고 형제사이 멀어지겠다고... 가족이 모였을 때도 일 안하고 몸사린다고 하고.. 여러가지로 자기가 민망할 때가 많았다고 해요.
이 사람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연락 잘 안하는 거 맞구요, 일도 나서서 하지 않는 거 맞아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결혼 5년차에 아이가 셋입니다. 임신중이거나 젖먹이가 딸린 몸이거나 그랬으니 명절이나 제사때 큰동서가 나서서 일하고 저와 시어머니가 도왔죠. 일하기 힘든 상황의 며느리를 시댁식구가 배려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최소한 일만 하는 제가 맘에 들지 않았나봐요. 연락 잘 안하는 문제만 해도... 결혼 초에는 1주일에 한두번 시어머니께 전화드리다 지금은 한달에 두세번 정도 통화하는 정도예요. 가까이 사시니까 결혼 초보다 뜸해졌어도 한달에 한두번 찾아갑니다. 자주 전화하면 좋겠지만..애 셋 키우다 보면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거든요. 핑계지만 사실이구요. 아랫사람이 꼭 먼저 전화하고 문안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고 윗사람이 먼저 전화해서 안부를 묻기도 하고 그럼 좋잖아요. 동서지간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죠. 남편은 제가 연락 잘 안하는 게 며느리의 의무를 등한시하는 거라고 생각하나봐요.
' 당신 너무 비약한다.. 앞으로 잘하면 되지 뭐' 하고 넘어가긴 했는데.. 좀 억울하기도 하고 그렇게 심한 말을 들을 정도로 내가 정말 잘못한 건가 자괴감도 들어요.
악의를 가지고 시댁을 휘젓고 불화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사람사이를 이간질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 넘치게 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 문제인가요? 남편이 가진 가부장적이고 희생적인 며느리의 환상을 만족시킬 수 없을 뿐 더러 그러고 싶지도 않아요. 남편도 한발 양보해서 같이 노력해서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면 좋잖아요. 왜 며느리의 역할만 강요하면서 집안 운운하는 것인지... 너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몰아가며 비난하는지... 생각의 차이가 너무 크니 답답하고 우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