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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친정과의 힘든 문제를 털어놓으신


BY 인생 2011-01-27

 먼저~ 제가 시간이 없는 관계로 말이 정리가 좀 안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하시구요.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았다는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할 것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님이 하신 이야기는 문제의 경중에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이기에 겪을 수 있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차분하게 얘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저는 파란만장,우여곡절끝에 경제적으로나 저자신의 직업으로나 여러모로 남들이 부러워할만큼 여유있게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저를 비롯하여 남편,친정쪽 언니등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가족간의 갈등으로 상처를 주고받고 소외를 시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을 감내하기도 하고 지켜보기도 하며, 인간의 인지왜곡과 사회심리,상처치유등 개인,가족,사회간의 많은 문제들을 수십년간  연구한 사람들의 저서를 샅샅이 섭렵하고 남들의 인생도 들여다보면서 저자신도 많은 평안과 상처치유의 경험을 한 사람입니다.

 

 먼저 저자신과 우리친정가족의 문제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TV드라마에도 나와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인생 그 자체가 고난인 분이었으나, 어릴적에는  비교적 여유있는 집안에서 자라나셔서 교양이 몸에 밴 분이었지만, 전쟁고아가 되어 성격이 괴팍하시고 무지하신 아버지와 그 집안에  "나뭇꾼과 선녀"처럼 결혼을 하셔서, 전쟁고아된 것도 부족하여 어쩌면 그렇게 가지가지 고난과 시집살이, 남편의 핍박이 이어졌지만 묵묵하고 성실하게 우리를 돌보시고 집안을 일으키셨습니다. 하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었는지(이제는 다 이해합니다. 저라면 미쳐버렸거나 목을 멨거나 자식들 두고 집을 나갔을 것 같아요.)  예나 지금이나 그 여리고 착하신 분이 꼭 한 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증오하며 사십니다. 성장기에는 그 대상이 엄마닮아 마음이 여리고 만만한 나였고 지금은 큰언니입니다. 엄마가 미워하는 것은 별 이유없습니다. 맨날 집안일은 안돕고 책보고 공부나한다. 남앞에서 부끄럼탄다. 등등  거기에다 날마다 편한 날이 없이 할머니,부모님이 싸우시고 경제적문제에다 6남매는 서로 사랑과 보살핌이라는 따뜻한 가족의 개념을 알지 못한 채 다들 외롭게 자랐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저는 대인기피증에 브리핑공포, 범불안장애.강박증,우울증등 남들이 그리워하는 10대와 20대를 , 그 각박한 친정에서 벗어나려는 피눈물나는 노력으로 남부럽지않은 자리를 잡았음에도 그것을 누려보지 못하고 힘들게 방황하며 살았네요. 원글쓴 님도 여러 가지 증상이 있었겠지만 저도 창피해서 남들에게 말도 못할 정신과적 증상이 많았네요.

 

 내가 아무리 학벌,직업,외모가 괜찮아도 자존감과 자신감이 없고, 상처로 인해 약해질대로 약해진 자아를 가지고 있으면 제대로 된 결혼을 하기가 힘들더군요. 저도 환자이면서 저보다 훨씬 심한 환자를 덜컥 만나버렸네요.

제가 위궤양이면 우리 남편 증상은 위암 말기쯤 되었을 겁니다.(과거형)       

 

 우리 시아버지 마음 밑바닥은 여리고 선량하신 분이나 어렸을때 계모손에서 자라시고 사랑과 보살핌을 못받아 자아가 너무 약해, 그 반대로 자아가 너무 강해 주변사람들을 떡주무르듯이 주무르시고  어떻게 보면 여장부스타일로 무소불휘의 권력을 휘두르며 집안팎의 질서(?)를 잡으시는 시어머니의 그늘에서 그나마 안전하게 사시는 방법을 선택하셔서 시어머니의 말이 곧 법입니다.  울시어머니의 증상은 "자기애적 인격장애"로써 남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며, 사이코패스의 특징처럼 배려,공감의 능력이 전혀 없어 중국왕비열전의 서태후처럼 자기속으로 낳은 자식들까지 사랑은 커녕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이용하고 착취하시고 피눈물나게 대하십니다.                      

 

 그런 집안의 7남매중 맏며느리로 내발로 기어들어간 내 인생은 어땠으며 장남인 울 남편의 고통은 경험자는 알 겁니다. 저는 시어머니에게서 받은 고통에다, 마음속에 항상 "상처받은 어린 아이"가 울고 있는 남편이 주는 크고 작은 사건으로 인한 고통으로 다시는 돌아가기도 싫은 십여년의 결혼생활은 눈물과 불안,우울,원글님처럼 정신없이 보내면서 직장에서도 성실하지 못하고 왠지 산만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살았네요.

 

 하지만 40대중반이 되는 지금 제 인생은 어느정도 편안하고 행복하네요. 30대때 그 힘든 시절이 있었지만 저는 항상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 같아요.(맞벌이했지만 남편때문에 빚만 주렁주렁달고 적자인생에다 정말 힘들게 살았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난 지금 어렵지만 언젠가는 꼭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의 증상과 남편의 증상, 우리 친정부모님,시부모님의 정신세계가 너무 궁금하고 그곳에 나의 상처치유길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돈없어서 틈만 나면 서점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마구마구 읽었고 그 시간들이 내가 나의 문제를 벗어나서 인간심리와 사회심리를 탐구하면서 내 문제에 대해 객관성을 가지게 되면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아가면서 내 내면에도 자존감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더군요.

 

 그리고 우리부모님이나 시부모님도 그 부모님이나 조상들의 남겨진 피해자이며, 무지하여 그 상처를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적어도 나자신을 위해서라도 그 분들을 용서해야하며 용서를 하더라도 그 분들이 변하지 않으면 내 자신의 행복과 내 후손들에게 그 악연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심리적,물리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내자신의 행복과 상처치유에 주력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한국은 효이데올로기로 끝까지 이런 자식에게 죄책감을 심고 물고 늘어지지만 전 그것에서 벗어난 것 같습니다.)

 

 울 남편도 원글님처럼 시댁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스스로를 자기가 감당할 수가 없어 크고 작은 일들을 저질러 저에게 엄청난 상처와 아픔을 주었구요. 저 또한 이런 남편을 연구하기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편지를 썼습니다.어떨때는 이혼장을 들고 법원까지 들락거렸구요. 당신이 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지 깨닫고 그 캄캄한 터널에서 빠져나와  같이 행복한 인생을 누려가자고...   남편을 대신해 시어머니와 투쟁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 남편 많이 ..꽤 달라졌습니다. 앞으로 갈 길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절반은 온 것 같네요.어떤 때는 저한테 이러더군요. "당신덕에 자기가 철학적사고를 하게 되었다구요."

 

 "신은 한 문을 닫으면 다른 문을 꼭 열어주신다."는 말이 있죠. 저는 이 말을 믿습니다. 불우한 어린시절, 자살까지 생각하며 신경쇠약에 절어 살던 십여년의 결혼 생활동안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적어도 내새끼들에게만은 나의 업보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책과 자아성찰에 씨름하던 시절을 지나고나니 그래도 살만한 날이 오네요. 전 적어도 우리 아들만큼은 성공했다고 자부합니다.  고등학생   울 아들은 아빠와 다르거든요. 자존감이 강하고 내면세계가 공고하여 어디가든 위.아래 살필 줄알고 사랑받고 무엇보다 자기상처와 씨름하며 사느라 자기를 보살피지도 못한 아빠를 아끼고 사랑하네요. 그리고 항상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고 행복하고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으니    사람들이 아주 좋은 집안에서 교육 잘 받고 잘 자란 아이같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어렸을때 많은 문제가 있었던 아이입니다. 전문서적보고 많이 공

부하며 무진장 공들였습니다.) 아빠도 이런아들을 보며 안정감을 느끼고 행복해합니다.

 

 아! 참, 위에서 언급한 울큰언니에게도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큰언니, 온 가족이 언니를 피하는것 같고 소외시키는 것 같아 아주 힘들지? 언니도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겠지만 그것 때문에 더 자격지심이 심하고  힘들거야.그렇게 되고 싶지 않고 자존감있게 살고 싶고 인격적으로 존중받고 싶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 수렁을 빠져나가야하나 싶고 혼란스러울거야. 언니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유전적인 요인도 약간은 있겠고 무엇보다 불우한 어린시절의 상처가 많은 원인이 되었겠지만, 그것은 언니 책임이 아니겠지만 , 적어도 지금과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서 어떻게 사느냐는 철저히 언니자신의 몫이고 언니책임이야. 난 부모형제도 외면하는 짐덩이남편과 시부모가 있지만  언니는 누가 봐도 짐인 언니를 전혀 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알고 살아가는 착하디착한 남편이 있고 천하에 나쁜 년 만드는 시부모도 없고  괜찮은 외모도 있잖아.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면 언니도 꽤 가진 게 있는 사람이야.

 

 내가 지난번에 보내준 책들부터 차근차근 읽어보고 자신의 문제를 냉정히 직시하며 전문상담센터도 가보고 , 어떻게 하면 남은 제2의 인생을  지금과는 다르게 살아볼까? 열심히 연구해봐. 처음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 좌절도 겪겠지만 "이보전진, 일보후퇴"의 정신으로 마음단단히 먹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봐. 그러다보면 어느날 언니를 보는 사람들의 눈이 편안해질 거고, 아름다운 세상이 눈에 보이며 찬란한 태양이 언니에게 쏟아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