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을 살았으니 남편이랑 저랑 참 오래 살았네요.
살면서 서로 의지하고 믿는 마음이 커져야 하는데,저희 부부는 그렇지 못한거 같아요.
남편이 절 사랑해서 한 결혼은 아니지만,고지식할 정도로 정직하고 알뜰하고 꼼꼼한 제 성격 때문에 남편은 그래도 저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시댁에서 절 미워할 때,뒷짐지고 보고 있긴 했지만,저에 대한 불신은 없었던거 같습니다.
어려서 애도 똑똑하고 건강했었고,제가 모유로만 수유하고 이유식도 다 직접 만들어 먹였었구요.
그런데,언제부턴가 남편이 절 못 미더워하고 잔소리가 많아졌습니다.
쭉 거슬러올라가 생각하면 참 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희 친정은 결혼할 당시는 부모님이 사회적인 지위도 있으셨고 아주 부자는 아니지만,자식에게 베풀고 사실 정도로 넉넉한 집이었습니다.
그러다 저희 친정 오빠가 일을 벌리고 부모님 재산 다 들어먹고 저희한테도 빚을졌습니다.그것도 언제 갚는다 말하고 안 갚고 뒤늦게 갚고나서 또 빌려달라하고...
저희 오빠가 빌려달랄 때,전 혼자서 판단할 수가 없었습니다.제가 돈이라도 버는 사람이었다면 모르지만,남편 혼자서 버는 돈이니까요.그래서 남편에게 항상 결정을 맡겼습니다.당신이 빌려주기 싫으면 안 빌려줘도 된다고 당신이 판단하라고 했습니다.그렇지만 남편은 빌려줬구요.오빠는 그렇게 되다보니 남편은 오빠에 대해서 말끝마다 욕을 했습니다.그 심정 이해되서 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 삭혔구요.
그러던 중 어찌어찌해서 남편이 월급통장을 관리하게 되었습니다.저도 살림하는 사람이고 저도 나름 알뜰한 사람이지만 어느 정도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걸 알아야 살림도 하고 미래 계획도 세울텐데,남편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통장을 안 주더라구요.
그것 때문에 몇번 큰 소리가 오고 갔는데도 알았어 주면 될거아냐 하면서 안 주더라구요.그게 벌써 10년 가까이 됩니다.
게다가 저희 아이가 정신적으로 선천적인 질환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고칠 수 없는.이런 얘기하면 안되지만,남편도 본인이 몰라서 그렇지 저희 아이와 성향이 비슷합니다.
아이가 그렇다보니 학교에서 적응을 못하고 맨날 선생님께 부모 호출 당하고 왕따 당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듣고 하니,남편은 제가 아이를 잘못 키워 그렇다고 저를 몰아세우더라구요.병원에서 부모 양육 태도나 환경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 난거라고 하는데도요.
그래서 아이 키우는거 하나하나 다 짚고 넘어가고 제가 애를 혼내거나 하면 애한테 그런다고 애보는 앞에서 절 나무라구요.
솔직히 그런 아이 저도 속상하고 불쌍하고 그렇습니다.남편도 약간 그런 증상을 보이는데,병원에서도 유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남편은 자신이 그런걸 인정하지 않고 저만 원망합니다.물론 제가 남편에게 직접적으로 당신 닮아서 그렇다는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만,전 솔직히 그런 면에서 남편이 야속할 때도 많았습니다.내가 이런 남편 안 만났으면 저런 아이를 낳지도 않았을텐데 하는 마음도 들고요.
그러면서 남편은 살림살이도 하나하나 다 관여하고 체크하고 저를 믿지를 못합니다.
남편이랑 살면 숨이 막히는거 같고,어쩌다 직장에서 밤새고 안 들어오거나 출장가면 전 긴 숨을 내쉬게 됩니다.
제가 대화를 청해도 집에 들어오자마자 티비나 컴퓨터 켜놓고 하다가 그냥 잡니다.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자기 말도 잘 안 하고 제가 말을 해도 반응이 없어서 제가 제 말 좀 들어보라고 하면,얘기해,하면서 계속 티비나 컴퓨터를 봅니다.그러면서 말해도 반응도 없구요.
지나가다 절 보게 되면 째려보거나 인상을 쓰며 지나갑니다.
솔직히 이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정상적이지 않은 아이를 두고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어 마음만 답답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