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빨래통에 못보던 티셔츠와 청바지가 있더라구요.
속초갔을때 입고 다녔던걸 빨래도 안하고 내내 차에 싣고 다녔더군요.
가위로 박박 잘라버리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벌써 빨아놓으신거라 참았습 니다.
오늘아침 날씨도 꾸덕꾸덕해서 채 마르지도 않은 그 꿉꿉한 걸 걸치고
서방은 또 나갔답니다.
바로 상간녀에게 문자했지요.
'빨래도 못해 입히는 주제가 남자만 쪽빨아먹겠다고-'
2.
명의 바꾸자던 휴대폰은 결국 버려두고 새 기계를 갖고 왔더라구요.
그동안 데면데면 서먹거렸던 큰 아이와는 스마트폰 하나로 간만에 히히낙낙 여느 부자사이 못지않아 보였지요.
오히려 구형폰 쓰는 저는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그러구선 밤새도록 카톡카톡 딩동딩동 자다말고 나가서 전화질
나중에 물어보니까 아빠가 반가웠던게 아니라 신상갤2가 좋았더래요.
3.
어제는 딸아이 생일이었습니다.
아빠없이 생일케익자르게 될까봐 하루종일 신경곤두세우고 있었더니
요즘 저의 이상성향을 눈치챈 팀장이 선심쓰듯 일찍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기왕에 이렇게 된거 장기전이 될 듯싶어 커밍아웃했습니다.
'심각한 가정사가 생겨서 이혼을 고려중입니다'
'..아.. 동병상련.. 나중에 같이 상담좀 하죠..'
후련했습니다.
밤이 다되도록 집에 오지 않는 서방과 상간녀에게 같이 문자했습니다.
'딸래미 생일 망칠거냐'
다행히 오래만에 온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생일케익을 자르긴 했습니다.
딸아이만 모르는 이 개떡같은 상황
- 이곳에 글올리고 일주일 남짓 지나네요.
한편으로는 동네방네 속좁은 여자라고 떠벌린게 아니었나, 조금 더 모른척
했으면 나아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거겠죠..
문자메신저 확인해봐도 이젠 별게 없으니 그동안 내신세 내가 볶았구나
진작에 버렸어야 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다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다음주는 월급날이 있고 곧 카드결제일이라 소심한 복수좀 하려구요.
바람난 다음부터 다림질을 손놨더니 어머니가 대신 고생하셔서
이번엔 통장잔고를 바닥내 볼까 합니다.
그동안 해왔던대로 모두 다 제가 알아서 할꺼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이 시국에 제가 그런거 챙길 정신은 없는거지요.
카드에 차값에 대출이자에 돈나갈 일 줄줄이 있는데 카드 정지되고
미납독촉 전화좀 받게해줘야겠어요.
상간녀에게 속초에서 쓴 돈이랑 계좌번호 문자보내줄까요 ㅋㅋ
님들 걱정해 주신 덕분에 저 이렇게 가벼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