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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인생 잘못 살았나봐요.


BY 걍나 2011-10-22

어찌어찌해서 남편이 애들을 데리고 놀러가게 되었어요.저만 집에 남았구요.이런 일이 일년에 두세번 정도 일어납니다.

그럼 전 자유의 시간을 갖게 되는거쟎아요.

그 동안은 집청소하고 인터넷 좀 하고 늦잠 좀 자면 시간이 훌쩍 지나갔었는데,이번엔 남편 가기 전에 집청소에 냉장고 청소까지 다 했어요.

그야말로 온전히 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되는거쟎아요.

병원에 갈 일이 있어 오전에 병원을 다녀오고 이불커버와 배게커버 벗겨서 빨아 널고 밥 먹고  책 좀 보다가 낮잠 두어시간 잤더니 할 일이 없는거예요.

그래서 컴퓨터 켜고 네이버에 나와 있는 기사 중에 관심 있는거 다 읽어보고 났는데도 시간이 펑펑 남네요.

누군가와 실컷 떠들고 싶은데,아무도 그럴 사람이 없는거 같아요.

제가 고향이 지방인데 지금 서울 살고 있어서 고향 친구들을 만날 수가 없어요.

대학부터는 서울에서 살았는데,대학때 단짝 친구 외국가서 살고,직장생활 1년 정도 하고 결혼해서 친한 직장동료도 없구요.

성당엘 다니고 있는데 미사만 보러 왔다갔다 하니 별로 아는 사람도 없구요(얼굴은 알지만 친한 사람이 없어요).

동네 아줌마나 학교 엄마들 중엔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구요.

아는 사람들은 있었는데 아이 저학년때 상처 받고 나서부터는 안 만나요.

아주 친한 사람들도 아닌데 가족들이랑 있을 사람 주말에 전화해서 만나자하기도 그렇고...그러다보니 만날 사람이 없네요.

내가 인생 잘못 살았나,그 동안 사는게 바빠서 애들 챙기고 남편 챙기고 나 병원 다니느라 바빠서 못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생각해보니 시간이 없어서 못 만난게 아니라 만날 사람이 없어서 못 만난거더라구요.

잠시 후에 메신저로 외국에 사는 친구를 컴퓨터로나마 만나기로는 했는데,그 외에는 정말 없네요.

여자가 나이가 들면 친구가 필요하다는데,저 정말 인생 잘못 살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