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핸드폰도 혼자 개통을 못하고 계좌이체도 못하는 천하의 빙충이가 보안카드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생활비는 줄테니 본인 빚은 본인이 알아서 하겠답니다.
드디어 조종당하는구나 생각했지만 두말없이 줬습니다. 지꺼니까..
저녁에 잔고조회해보니까 솔로몬에서 1400만원이 입금됐습니다.
명색이 제1금융권에 다니지만 연봉의 2배를 직원대출로 받아써서
이젠 한도가 바닥이라 믿어라 했더니 도를 넘는 미친짓을 합니다.
카드결제날에는 리볼빙과 현금서비스로 돌려막기를 했고..
아마 대출받기 전이라 똥줄이 탔던 모양이지요.
이름모를 아무개에게 500만원을 송금하고, 롯데마트에서 카드결제 15만원.
월세보증금 보내놓고 세간을 사들인거죠.
새벽에 집에 들어온 서방은 부지런히 짐을 쌉니다.
칫솔뭉탱이랑 맥주 2박스까지 챙기더군요.
아침에 출근해서 보니, 공인인증서 재발급받고 10년간 방치했던 이메일
비번도 바꿔놓고, 대출받은 돈 건드릴까봐 꽁꽁 싸놨습니다.
하루종일 학원비 보내라, 대출이자 이체해라, 보험료 나간다, 스쿨뱅킹시켜라 문자로 들들 볶았습니다.
저녁때 딸아이가 서방에게 영상통화를 하더니,
'엄마, 근데 아빠 여자친구랑 있다. 나 손이랑 볼이랑 봤어..'
궁금한 딸아이가 다시 통화를 시도합니다.
'아빠, 누구랑 같이있어? 나 친구 봤는데..'
당황한 서방은 급하게 잘자라며 전화를 끊습니다.
ars로 카드내역을 조회해보니 회사에 있을 시간에 장보러 다녔습니다.
상간녀 집근처 마트..
아침에 늦게 일어나나 했더니 출근을 안한거지요.
큰 아이에게 같이 자자 했더니 순순하게 그러겠답니다.
아이들을 양쪽에 끼고 누웠는데 순간 희희낙락하는 남녀가 상상이 됩니다.
상상하지말자 잊어버리자 또 한번 아랫입술 꽉 깨물고..
제마음도 입술같이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별거 이틀째.. 외박했을 때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다들 돈 떨어지면 들어올거라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참고 기다린다 했지만 제 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 기억속에는 어떻게 남겨질까요.
제발 영영 지워져 버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