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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한 엄마에게 바치는 글


BY 허허연 2012-08-30

                  91003  섭섭한 엄마에게 바치는 글

 

힘내세요. 세상 사람들이 무어라 해도 엄마만은 아이를 아이 그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성공과 승리와 경쟁과 일등을 위해 적극적이고 외향적이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간형을 정상인처럼 여기고 나머지 성격을 비정상인처럼 생각하는 '세상의 시선'이 문제입니다. 선생님도 그런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시는 분일 뿐입니다. 엄마만이라도 아이를 이런 잣대로 평가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행동이 느린 것은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신중하기 때문이고 멍 때리는 것은 자신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 겁니다. 자제분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닙니다. 동작성 지능이 낮다고 했는데, 그런 말에 너무 상처받지 마세요.

 

 우리나라 심리학은 미국 심리학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외향적 성격을 도전적이고 성공지향적이고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이상적이고 우월한 성격인 것으로 보고 내향적인 성격을 수동적이고 소극적이고 현실도피적이고 자기의견이 없는 열등한 성격인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 판단은 서양이 동양보다 우월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심어주는데도 일조해왔습니다. 유럽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건장한 청년의 나라라서 그런지 근육질의 남성적 성격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추종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이미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려는 반성의 분위기가 크고 있습니다.

 

자제분이 어른이 돼서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여러 가치가 인정받는 세상일 겁니다. 외향적인 성격이 내향적인 성격을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인정하고 돕고 공존하는 세상이, 성공한 사람보다는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빠른 행동 보다는 조용하고 깊이 있는 생각이, 숫자로 평가하는 세상이 아니라 개성을 칭찬하는 세상이, 남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세상이 아니라 특별한 개성의 소유자로 인정하는 세상이 될 겁니다.

 

지금의 판단과 평가에 너무 매달리지 마시고 엄마만 아는 아이의 매력을 칭찬해보세요. 아이는 엄마의 눈빛과 칭찬과 호응으로 큰답니다. 바라봐주는 사람이 거울이 되어 자기정체성을 형성하는 겁니다.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다만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거울이 되어 거기에 비추어 '내가 누구구나' 하면서 자기정체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엄마의 거울이 맑으면 아이는 잘 자랄 겁니다. 누구의 시선이나 평가를 넘어 사랑스런 아이를 아이 그대로 비추어주세요. 비추어주는 거울대로 아이가 자랄 겁니다.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이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후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반에서 20% 정도의 학생을 뽑아, 그 학생들의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믿게 하였습니다. 8개월 후 이전과 같은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게 나오고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교사가 학생에게 거는 기대가 실제로 학생의 성적 향상에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였습니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피그말리온효과' (로젠탈효과, 자성적 예언, 자기충족적 예언)라고 합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름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입니다.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자기가 조각한 여인상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프로디테가 그의 사랑에 감동하여 여인조각상에게 생명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합니다.

 

자제분에게 유일한 피그말리온은 엄마입니다. 엄마의 사랑이 자제분에게 새로운 생명을 갖게 해줄 겁니다. 엄마의 거울이 자제분의 정체성에 확신을 갖게 해줄 겁니다. 엄마의 기대와 관심이 자제분의 숨은 잠재력을 발휘하게 해줄 겁니다.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더 좋아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는 능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걸 더 좋아할 수도 있고 공상에 빠져있기를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혼자 있는 게 나쁜 건가요? 무조건 사교적이며 좋다는 생각도 문제입니다. 많은 업적을 남긴 사람들도 내성적이고 혼자 있을 때 더 편하고 느리고 멍 때리고 비사교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자제분은 부족한 아이가 결코 아닙니다.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완벽하다는 기준이 있고나서 거기에 미치지 못할 때 나오는 판단입니다. 그 기준이 이미 부족한 기준인데 그 기준에 맞춰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세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으니, 자신을 믿으시고 자제분을 엄마의 맑은 거울로 비추어주세요. 자제분만의 잠재력을 키워주세요.

 

혼자 논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친구가 있는 것도 좋지만 없는 것도 좋습니다.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잖아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다른 방식으로도 키울 수 있습니다. 자제분이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제 딸이 어렸을 때 읽은 책 가운데 이원복 선생님의 <사랑의 학교>가 좋았습니다. 책을 너무 많이 봐서 너덜해져 다시 한 권을 더 사야했던 책이었습니다. 지금도 낡은 책으로 같은 책이 두 권이 꼽혀있네요. 엄마에게는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를 추천합니다.

 

 아이와 함께 동네 도서관에 자주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프로그램도 활용하시고 아동도서관에서 그냥 놀게 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음악도 들으면서. 말하기보다 글쓰기를 더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제 생각이지만 엄마도 내성적인 분 같아요.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함께 하셔도 좋겠네요. 그러다 힘드신 일이 생기면 글도 쓰시고 세상에 글로 말해보세요. 여기 아줌마닷컴에 쓰셔도 좋구요. 말이 길어졌습니다. 실은 저도 이런 세상이 이런 학교가 이런 교실이 시끄럽습니다. 그러나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자 누구이겠습니까? 엄마는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