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다모임>이니 <모교사랑>이니 하는 곳에 들어가봤어요.
초딩 게시판엔 이름만 들어도 뺨에 붉게 홍조띤 얼굴까지 떠 오르는 이름들이 수두룩 했죠.
저는 초딩때 워낙 숫기 없고 소심하고 말 없고 싸움도 못했던 눈에 뵈지도 않던 계집애라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아무도 못 알아볼 지 몰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게시판은 북적북적했어요. 서로 이름을 쓰고 서로 알아보고 10년이 훨씬 넘었음에도 친한 척 하고 정팅이니 뭔팅이니 공지사항 올려 놓고...그 활기찬 분위기에 저도 그만 매료 당해 저를 알리는 글을 써 볼까..하던 중.
어느 녀석이 올린 글. "아무나 저 기억 나시는 분은 쪽지 주세요."
가만히 이름을 보아하니 언젠가 같은 반 했었고, 짝 이었나 앞에 앉았나 했었고, 동그란 바가지 머리에 처음엔 안 쓰던 까만 뿔테 안경을 나중엔 썼었고 교사용 문제집을 가지고 있길래 어디서 났냐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교사라고 했었던....그 공부도 보통, 말수도 보통, 장난도 보통이었던 그 녀석의 모습이 화르르~생각이 났어요.
저는 서둘러 위 내용을 적어 쪽지를 보냈어요. 그 때 할아버지는 지금쯤 교장 선생님이 되셨겠다고 하면서...
그리고 답장을 기다렸어요. 얘도 날 반가워하겠지. 내가 이렇게 상세히 기억하고 있는데, 얘도 날 반가워하겠지.
답장이 왔어요.
"헉!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니...정말 반갑다..."
역쉬, 반갑다는군.
그런데, 마지막 문장이 저를 다시는 동창 사이트엔 발을 들여놓지 않게 했으며 동창이라면 누구도 반갑지 않게 만들었답니다.
"그런데......누구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