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5일장에 다녀왔어요.
'삶이 무료할 때는 재래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어요. 재래시장은 늘
장꾼들의 질펀한 말솜씨와 훈훈한 인심이 살아 있는 곳이지요.
그래서 늘 활기차고 떠들썩해요. 저는 그런 분위기를 참으로 좋아해요.
오늘은 날씨도 좋아서 시장구경을 좋아하는 저는 남편과 함께
옥천 오일장에 가기로 했어요.
날씨가 조금 덥기는 해도 간간히 달큰한 바람도 불고 차안의 에어콘도
빵빵하고 든든한 남편과 떠나는 길인만큼 마음이 참으로 여유롭습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초록빛 파도를 바라보며 옥천으로 향했습니다.
옥천장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부터 왁자지껄한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풍경이 눈에 들어왔어요. 입구에서부터 빼곡히
쌓인 채소와 과일 등이 시골장의 정취를 물씬 풍깁니다.
옥천장은 5일과 10일에 열리는데 충북 옥천군 옥천읍 금구리 일대를
중심으로 골목골목마다 장꾼들이 모여듭니다. 재래시장을 정기적으로
돌아다니는 고정 상인들도 있고 손수 가꾼 채소를 들고 나오는 촌로들의
치맛자락만한 노점들도 아주 많아요. 알록달록 고운색깔의 바구니에
담긴 야채들은 장보러 나온 아주머니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어요. 장이 선 골목을 따라 느린 걸음을 옮겨봅니다. 파랗고 싱싱한 채소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재래시장답게 각종 채소와 과일 생선 등 없는 것이 없습니다. 물론 동네 마트에도 물건은 많지만 깔끔하고 세련 된 그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이곳에는 있어요. 덤으로 건네주는 넉넉한 인심과 질박한 지방사투리, 시골 아낙네들의 장난기 섞인 장흥정이며 알록달록 고운 색깔의 파라솔 아래서 펄럭이는 전원일기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일용엄니 패션 몸빼바지와 낫이나 괭이 등 농기구를 파는 곳, 비릿한 바다내음이 풍겨오는 생선가게, 등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건들이 손님을 기다려요. 도심의 마트에서 보기 힘든 올갱이도 있지요. 일명 '어부'라고 불리는 사람들만이 냇가에서 천렵을 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나 있어요. 바다 생선과 또 다른 민물생선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장 주변에는 매운탕 집이나 올갱이 국밥집도 있답니다. 좁다란 골목사이에 펼쳐지는 장. 예전에는 주민들이 유일게 부식을 살 수 있는 곳이었어요. 집집마다 반찬거리가 궁해지면 장날을 기다렸죠. 장날에는 순이 엄마도 옆 집 철수 할아버지도 깨끗한 차림으로 성장을 하고 읍내로 모여들었어요. 해질무렵이면 새끼 줄로 엮은 조기 몇 마리와 운동화 과일 등이 사람들의 손에 들려 집으로 갔고 어른들을 기다리며 동구 밖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의 기다림이 있었던 장날은 시골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장소였었죠.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날의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어요. 충청지역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올갱이 풍성한 채소와 과일 기물 상점이 밀집해 있는 시장골목을 지날 때 쯤이면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가 있죠. 떡볶기, 꼬치어묵, 호떡 등 깔끔한 가게보다는 그냥 노점의 포장마차에서 먹는 그맛이 더 일품이죠. 괭이와 낫을 판매하는 곳 가운데 큰 고추는 일명'아삭이'라고 부르는 고추랍니다. 시골장답게 곡괭이 호미 낫 등 농기구를 파는 곳도 있고 촌로들의 입을 만족시켜 줄 순대와 막걸리는 재래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입니다. 다리 위로는 강아지와 오리나 닭을 판매하는 곳이 있어요. 눈이 큰 강아지들이 고물고물 기어다니며 언제 팔려갈 지 모르는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장난을 칩니다. 특이한 냄새가 난다 싶더니 좀약 파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네요. 일명 '푸세식'이라 불리는 재래식 화장실의 그 구린내를 날려버리는 데는 나프탈린이 최곱니다. 이골목 저골목 어찌나 골목이 많던지 시장구경은 지루한 줄도 몰라요. 요즘은 장아찌용 6쪽마늘이 한창 쏟아져 나올 계절입니다. 풋내가 날 것같은 청매실도 요즘이 제철입니다. 현충일 이후에 사는 청매실이 질이 좋다고 하네요. 머위 대궁도 고급스런 반찬이 될 수 있어요. 5일과 10일에는 습관처럼 저자거리로 나오는 시골의 아낙네들. 오랜만에 친구들과 어울려 보리밥도 사먹고 올갱이도 사며 한바탕 수다를 떨어봅니다. 낡아버린 옷을 생각하며 물색좋은 몸빼바지도 한 벌 골라봅니다. 꾸깃꾸깃한 쌈짓돈이 바닥을 드러내 보일 때쯤이면 시장구경도 끝이나죠. 생선가게 남편과 나는 시장골목을 헤집고 다니며 실컷 눈요기를 했습니다. 저녁 국거리로 올갱이 두 그릇 사고 달디단 참외를 맛본뒤 참외도 한보따리 샀습니다. 낑낑대는 강아지들이 귀여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가 시장기를 느끼며 북적거리는 시장골목을 빠져나옵니다. 올갱이국을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올갱이국밥 전문집으로 들어섭니다. 시원한 올갱이국밥에 목에서는 땀이 흐르고 한그릇을 다 비워갈 때쯤이면 주인아주머니가 서비스로 내오는 프라스틱 컵에 담긴 커피 한 잔으로 입가심을 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물건들로 채워질 옥천장, 구리빛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인상적인 시골사람들의 훈훈한 인심을 생각해봅니다. 덤으로 얻은 노오란 참외 한 알을 생각하며 차에 올랐습니다.
![]() |
박영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