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신 분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소개팅으로 46살 노총각(초혼)을 만났습니다. 저는 41살 노처녀입니다. 하지만 소개해주신 분조차 이 남성분의 가정환경을 모릅니다. 그냥 자신의 회사에 결혼 아직 안한 노총각 있다고 해준 것이었습니다.
남성분이 적극적이지 않지만,(전화를 안함) 3번째 만남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날 "나는 부모님이 두분이세요. 저랑 결혼하는 여성은 양쪽 부모님에게 자주 전화도 드리고 잘해야 돼요." 그러더군요. 팥빙수를 먹다 좀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제가 이것 때문에 아직 결혼을 못했습니다. 다들 이해를 못하겠대요" 하더군요.
고아나 이혼 이런 것은 아니구요. 큰아버지집에 양자로 갔나봐요. 그래서 큰 아버지 집에 장남으로 올라가 있고 그걸 모르고 성인까지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친아버지를 작은 아버지라고 부르고 살며, 키워준 부모님을 친부모라고 부르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아버지, 즉 작은 아버지라 부르는 사람이 아들을 낳아서 형 집(전주)에 아들이 없다고 대가 끊긴다며 보냈다고 합니다. 태어나자마자 100일도 안되어서요.
그래서 낳아준 부모님 형님 집에 가서 장남이 된 거라더군요. 그런데 살다보니 2년 후 형님이 아들을 낳았다고 합니다. 배 다른 남동생(실제론 사촌지간일텐데)이 된 거죠.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호적에 오른 집에 10살 차이 나는 쌍둥이 여동생이 있는데 그들은 또 다른 형제가 낳아서 준 딸들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장남, 차남, 쌍둥이 모두 배가 다른 것이죠. 차남만 친부모인 셈입니다.
그러면서 "외도를 해서 낳은 건 절대 아니구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우애가 워낙 좋아서 그랬다"고요. 아이를 못 낳는 집안도 아니고 형제끼리 아이를 낳아서 줬다는군요.
그런데 이 사람은 고등학교 때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고 합니다. 그 전엔 쉬쉬 해서 전혀 몰랐다고 하네요. "우리 부모님 형제들은 우애가 워낙 좋아 건물도 돈을 합쳐서 산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방황을 했는데 매우 미안해하면서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차를 사주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것 때문에 결혼을 못하고 있으니 매우 미안해하신답니다.
현재 이 사람은 낳아준 부모님과 98년부터 살고 있습니다. 이유는 키워준 부모님 댁은(호적에 오른, 아버지가 부르는) 전주여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기에 경기도 하남에 있는 작은 아버지(낳아준 분)에서 살고 있답니다. 46살 되도록 분가도 안하고 그 집에서 살고 있는데, 그 분들이 아들 때문에 뒤늦게 하남으로 이사를 온 건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부양을(80이 넘었대요) 하고 있어요. 이 분들 역시 2남 2녀가 있는데 호적에도 오르지 않은 이 분이 모시고 살더군요. 뒤늦게 아들 노릇하면서요. 하지만 여전히 호칭은 작은 아버지라고 부르더군요.
그리고 가족 간에 화목이 심하게 좋아 가족모임이 지방에서 매우 자주 있다고 합니다. 1년치 스케줄을 미리 짠다고 합니다. 그래서 키워준 부모가 있는 전주에 서울에서 한달에 두번 내려가더라구요 주말마다.
주변엔 이런 일을 본 적도 없고 심한 유교사상이 있는 집인가 처음엔 아니라고 생각했죠. 이 사람도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구요 그 어떤 것보다 성장환경이 가장 중요한데 평범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도 있었어요.
대기업 부장으로 한 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인데 그 분은 이 이유로 결혼을 하지못했다고 합니다. 집안에서 여자를 소개해줘도 그걸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님 심하게 가족적인 분위기가 부담됐던 모양입니다.
저 또한 나이가 적다면 그냥 포가하고 다른 사람 찾겠는데
제 나이가 기회가 별로 없고, 애 딸린 이혼남 만나는 것보다 그래도 문제없이 자랐다면
다시 만나봐야 하나 고민입니다. 제 친구는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친부모 밑에서 학대받고 자라거나 부모가 이혼해서 불우하게 자라는 사람도 있는데, 양자로 갔지만 잘 자랐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예전엔 그런 일이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족끼리 화목한 건 더 좋은 게 아니냐고"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분이 처음 말을 꺼낼 때 "양쪽 부모에게 다 잘해야 한다. 전화도 자주 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매우 집 어른들에게 잘 하는 지고지순한 여자를 찾는 보수적인 말인 것 같기도 해서 부담스럽습니다.
조언을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