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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BY 왕눈이 2018-05-15

해마다 오늘이 되면 떠오르는 선생님.

선생은 있지만 스승은 없는 시대에 이런 선생님이 많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시고 교사 첫해 저의 담임선생님이 되셨습니다.

당시 27세.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나이였는데요. 총각 선생님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아무래도 첫 교사직이니 열정도 많으셨죠.

매주 한편의 글짓기를 해서 제출을 해야했구요.

덕분에 글쓰기 실력이 늘어나긴 했습니다.

저도 마음속으로 꽤나 좋아했는데요.

어려운 가정 형편때문에 입학하고 아직 추위가 대단하던 때 그냥 교복차림으로 학교를 오갔습니다.

허리라인이 예쁘게 들어간 교복코트를 살 형편이 안됐습니다.

어느 날 교무실로 절 부르셔서 많이 낡고 일자 스타일의 외투를 건네셨습니다.

솔기끝이 너덜할 정도로 낡은 외투였는데 소재는 좋은 것이어서 엄청 따뜻해 보였습니다.

주시면서도 많이 미안한 표정이었습니다. 어린 제자에게 낡은 외투를 주시는게 미안하셨나봅니다.

요즘 아이들처럼 스타일에 민감한 것도 모를 때라 그냥 따뜻한 외투가 좋았습니다.

너무 낡고 스타일이 후져서 조금 창피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도 가끔 찾아뵈었습니다.

대학에 다닐 무렵 배재고등학교로 전근가셨는게 그곳도 찾아 갔었죠.

후에 제가 다니던 중학교보다 그 학교에서 더 많이 근무하셨는데요.

제가 찾아가면 여자제자 있는 동료 있냐면서 뿌듯해하셨는데요.

10여년 전 찾아뵈면서 고깃집에서 식사를 같이 했는데 혹시라도 내게 부담이 될까봐 고기도 아주

조금만 드시고 배부르다고 하시더니...그 다음해 이맘때 학교로 연락이 드렸더니..

그만 갑자기 세상을 뜨셨다고 하네요. 불과 환갑정도의 나이셨는데...

우연히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다가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아주 가볍게 수술실로 들어가셨는데

무슨 쇼크때문에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사모님이 우시면서 말씀하시더군요.

간직하고 있던 교사수첩에 내 기록이 남아있다고 하시면서 첫해 담임을 맡았는데 네가 가장 IQ가 높았다고 하시면서

잘 자라줘서 감사하다고...그리고 더 많이 못 도와줘서 늘 마음에 남았다고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셨던 선생님. 하나님도 너무 필요하셔서 빨리 데리고 가신 모양이네요.

좀더 많이 찾아뵐걸....그립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