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형주는 신발을 들고 아우성이다.
매일같이 저녁먹고 늘쌍겪는 일이다.
우리부부는 어찌 좀 면해보려고 아이를 달래보지만 허사다.
과자를 줘도 싫고, 선전을 보여줘도 싫고, 그림책을 보여줘도 싫단다.
제대로 꿰지지도 않는 신발을 발가락에 걸쳐놓고 칭얼거린다.
간신히 옷만 걸치고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 모기 물리지 않게 조심해!
부자는 뭐가 신이 난건지 내 목소리는 뒤로 한 채 벌써 사라지고 없다.
혼자서 설거지며 집안정리를 좀 하고 씻으려하면 어김없이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 다 치웠니?
이리 나올래?
늘 계획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우리 가족의 늦은 산책은 시작된다.
아파트를 한 바퀴 돌고, 옆에 있는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크게 사거리를 한 바퀴 돈다.
그리고 집 앞 볼링장 앞 쓰레기더미 옆에서 또 다시 개미를 찾기 시작한다.
가로등이 무척이나 밝아서인지 가끔 늦은밤 일하는 개미 몇 마리를 구경할 수도 있다.
내키지 않아하는 아이를 핑구보러 가자 달래서 간신히 들어온다.
물론 이때도 아파트 한 바퀴를 더 돌아야 한다.
개운하게 샤워를 끝낸 후 우린 넓다란 대자리에 누워 마감뉴스를 본다.
늦은 여름밤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에 아이는 벌써 잠이 든다.
딱딱한 아스팔트길에서 요리조리 차들을 피하며 걷는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짓는다.
쓰레기 더미를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아는 아이가 가슴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