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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주와 장보기


BY 통통감자 2000-09-08


> (까르르륵) 므엉, 므엉,!!!

형주가 또 강아지를 발견했나보다.
그 많은 사람들 틈으로 종종거리며 달려가는 아이를 찾느라 아빠는 진땀을 흘린다.

> 조심해! 형주 잘 봐!

대답도 못하고 엉거주춤 뛰어가는 남편을 뒤로한채 부지런히 부식거리며 우유를 주워담는다.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꼭 아이를 안고 가까운 마트에 간다.
마음 같아선 재래시장에 가고 싶지만, 여건이 여의치 못해 아쉬우나마 대형마트로 간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형주는 애완견을 안고 가는 아줌마 뒤를 쫓는다.
강아지를 쫓는 아이를 뒤에서 헐레벌떡 쫓아가는 남편의 모습...

우리가 마트에서 늘쌍 겪는 하나의 헤프닝이다.
간신히 아이를 잡은 남편은 내가 식품매장을 다 돌고 있는 동안 1차 약속장소에서 기다린다.

우리의 1차 약속장소는 생선코너.
횟감으로 살아있는 고기를 볼 수도 있고, 재수가 좋은 날엔 펄펄 뛰는 미꾸라지가 형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회를 뜨는 모습은 아이의 눈에 보이지 않기에 자연학습장으로 애용하고 있다.
만약에 사람이 너무 많거나 아이가 싫증을 내면 남편은 2차 약속장소로 향한다.

우리의 2차 약속장소는 금붕어와 새들이 있는 2층 애완동물 코너.
왕래하는 사람들이 적고, 아이가 가터에 앉아서 편안하게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새장이 늘어져 있는 곳에서 가터를 정지시킨다.
아이는 사람들에 시달려 자거나 축 쳐저 있는 새들에게 고함과도 같은 소리를 질러댄다.
그러다 새들이 맞대응이라도 할라치면 자지러지듯 웃는 울 형주의 웃음소리가 2층 매장을 들썩이게 한다.

그리 되면 시선이 따가운지라 장소를 옮겨 금붕어가 있는 수족관 전시장으로 간다.
이상하게도 물고기를 보면 아이는 차분히 않아서 구경을 한다.
어린 눈에도 평화스러워 보이는가 보다.

집에 수족관을 들여놓고 싶지만, 게으른 내 성격에 청소며 밥을 제때 못할 것 같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작은 청거북이라도 키워야 할지...
어쨋든 다음번엔 꼭 가까운 재래시장에 다녀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