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효자아들 둬서 좋겠다!!
신경이 곤두선 시어머님의 말씀을 뒤로 한체 우리 세 식구는 밖으로 나갔다.
이유없이 우리 형주는 시어머님을 잘 따르지 않는다.
게다가 평촌 시댁만 가면 내 뒤를 껌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질 줄 모른다.
설거지라도 할라치면 징징거리며 떼를 부리고, 아이 성화에 앉아 쉬시던 어머님도 일어나 거들 수 밖에 없다.
이번 추석때는 유별나게 더 떼를 부려서 그나마 하던 설거지도 못하고, 셋이서 즐겁지 않은 산책을 나선 것이다.
염치없이 웃으며 나오기는 했지만,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 허허.. 이것도 색씨 복인가봐.
어색해하는 나를 위로하느라 신랑이 멋적은 농담을 던진다.
밖에 나오니 금새 아이는 신이 난다.
뛰는 듯 나는 듯 걷는 아이가 육교를 향해 걸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평촌의 육교는 참 잘 지어져있다.
완만한 경사에 넓고 얕으막한 계단, 그 사이로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 수 있는 둔턱없는 매끈한 길.
작은 배려가 얼마나 큰 기쁨이 될 수 있는지, 새삼 느껴지는 곳이다.
걸어서 중앙공원까지 꽤 먼거리를 혼자 걷는 아이를 보며, 정말 내가 효자 아들을 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형주야.
제발 설거지 할때는 떼부리지 말아라.
엄마도 밥값은 해야할 거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