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주에게는 슬픈 비밀이 있다.
어쩌면 평생 그로 인해 내 가슴 한구석 슬픈 빛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잔병치레라도 할라치면 가슴이 철렁한다.
다른 아이들보다 거의 5~6개월 늦되는 걸 보면 내가 좀 더 노력할 것을 하는 후회가 든다.
요즘도 잘때면 꼭 내 팔꿈치를 만지며 자는 걸 보면서,
혹여 이것이 애정결핍 증세는 아닐까 두렵기까지 하다.
쿠쿠!!
다름이 아니라 형주는 제왕절개로 세상에 태어났고,
초유도 제대로 못먹고 젖소엄마에게 입양되어 자랐기 때문이다.
내 나름대로는 자연분만을 해보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였지만,
그 노력이 지나쳐서 양수가 미리 터져버린 것이다.
양수가 터졌어도 어떻게든 자연분만 해보려 했는데,
예정일이 훨씬 못미친데다 아이가 아직 아래로 내려와 있지도 않았고,
골반도 작은데 아이의 머리를 돌리기에 양수가 너무 부족하다고 수술을 권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배 한번 아파보지 못하고 형주를 출산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암담한 일이 생길줄이야..
형주는 나면서부터 젖 자체를 빨려고 하지 않았다.
처음에 먹은 분유때문인지 도통 젖꼭지를 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빨기만 하면 나오는 젖인데도 도무지 먹지를 않아서 유축기에 짜서 젖병에 넣어 먹였다.
하루종일 손아프게 짜봐야 100ml 가 될까말까.
아이가 빨지 않으니 자꾸 젖이 줄어들고, 급기야는 나오지 않게 되었다.
아이는 분유만을 먹고, 내가 조바심에 소의 초유로 만든 제품을 섞어 먹였다.
결국 형주는 소의 초유에 소의 우유를 먹고 자란 것이다.
그것도 프라스틱 젖병에 담아서.
내 아이를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았다.
따뜻한 내 품에서 통통이 젖오른 앞가슴을 풀어헤치고,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그렇게 수유하고 싶었다.
아이가 내 체온을 느끼며, 심장박동을 들으며 젖을 물고 새근새근 잠든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어릴적 엄마의 가슴은 가슴 이상의 것이었다.
만지작 만지작 거리는 장난감이요, 추운 겨울엔 따뜻히 손녹이는 작은 난로였다.
잠을 자면서도 엄마 가슴에 코를 박으면 비릿한 땀냄새가 무척 좋았다.
하지만, 우리형주는 내 가슴보다 팔꿈치를 더 좋아한다.
팔꿈치가 없으면 잠이 들지 못한다.
잠이 들었다가도 뒤척이다 엄마의 팔꿈치를 못찾으면 벌떡 일어나 앉는다.
그래서, 오늘도 난 잠옷의 팔을 걷어올리고 자야할 것이다.
물론 환경육아를 주창하는 곳에서는 많은 이유를 내세워 모유수유를 당부한다.
아이의 정서적 만족과 감각 인지발달에 모유수유가 도움을 준다.
엄마 역시 자궁수축을 촉진하고, 유방암 발생률이 낮아지며, 체형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젖소들의 사료는 농약을 대량살포해서 얻어진 목초들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젖소와 기타 가축이 먹어치우는 곡물이 전체 곡물생산량의 1/3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 보다도 모유수유를 못해 슬픈 이유는
팔꿈치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내 젖가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