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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에 데워도 괜찮습니다.!!??


BY 통통감자 2001-01-08

모처럼 쉬는 토요일.
형주와 함께 늦잠을 자고 있는데, 낯익은 음악소리에 잠이 깼다.
꽤 오래전부터 충전기속 핸드폰이 울려대고 있었나보다.

이번달에 출산 예정인 친구가 형주가 쓰던 아기 침대를 가지러 오겠다고 한다.
비상!! 비상!!
오늘 아침 설거지부터 빨래 너부랭이며, 가득찬 쓰레기통, 형주의 살림살이, 더러워진 싱크대, 욕실,...
이사 후 처음오는 친구인데, 남편까지 대동하고 오겠다니,...
2시에 출발한다는 친구를 반 강제로 3시에 출발하라 어름장을 놓고,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이리저리로 뛰어다녔다.
허둥대는 엄마뒤를 뛰어다니며 숨바꼭질이나 하는 줄 아는지, 형주는 연신 깔깔대며 웃는다.
엄마가 치우면 뒤에서 형주는 꺼내고, 뒤돌아 치우면 다른 곳에서 또 꺼내 놓는다.
헉! 헉!
3시.
퇴근한 신랑과 함께 마지막 뒷정리. 짠!!
휴~. 한숨 돌리니 딩동!
친구는 4번의 유산 끝에 얻은 귀한 아이다.
불룩나온 배가 예뻐보이기까지 하다.

이것저것 꺼내 먹으며 한참을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부엌에서 탄성이 나온다.

> 야~ 이게 뭐야. 잡채잖아.
내가 얼마나 먹고 싶었는데, 이거 나 먹어도 돼?

물을 가지러 갔던 친구가 아마 냉장고 속에 잡채를 봤는가 보다.

> 그럼. 물론이지.

요깃거리를 위해 잠깐 슈퍼에 다녀와보니 벌써 데워진 따끈따끈한 잡채가 있다.

> 잠깐!! 잠깐!!
이거 어떻게 데운거니?
후라이 팬에 데워야지~~

> 랩에 씌워서 전자레인지에 데웠지.
그냥 편하게 먹자... 왜?

음식을 데우기 위해 전자레인지에 가열할 때 많이들 랩에 씌워서 사용한다.
랩은 140~160℃를 넘지 않으면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잠깐 데울때는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름이 많은 음식은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
기름은 온도가 쉽게 상승하기 때문에 잠깐 사이의 전자레인지 열로도 140~160℃를 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름에 묻은 열로 랩에서는 어떤 화학물질이 나올까?
우선은 염화비닐계로 구성된 랩이라면, 연소시 다이옥신이 유출 될 수 있다.
다이옥신은 발암물질이라는 것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이 뿐 이겠는가?
내열성이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안정제, 가소제, 곰팡이 방지제 등 여러 가지 화학 첨가물을 사용하고 있다.
부득이 랩을 사용해야 한다면 폴리에틸렌 제품의 랩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컵라면 용기나 기타 도시락 등의 인스턴트 식품에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괜찮습니다"라는 이야기는 용기 자체가 그 온도를 견뎌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온도에서 화학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배출된 미량의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느냐는 더더욱 모르는 일인 것이다.

주부가 된 지금 랩을 사용하며 편리해진 생활을 모두 포기하라 주장할 수는 없다.
단지, 무분별하게 남용하거나 잘못된 사용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야채를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면 꽤 많은 시간동안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뚜껑있는 그릇에 남은 음식을 보관하면 랩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제품의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도록 철저히 규명되는 것이다.
컵라면 사건이 발생한지도 벌써 수년이 흘렀다.
<사용해도 됩니다> 가 <사용해도 안전하다>를 의미하는 것인지 분명히 해줘야 하는 것이다.

데워진 음식을 먹으면서도 산모와 태아에게 안전할지 걱정하면서, 씁쓰레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