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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큰일이야~ 아이가 수돗물을 먹었어!!!


BY 통통감자 2001-02-01

> 지헌이니?
둘째는 좀 어때?
음~ 걱정하지마, 크면 괜찮아질거야...

모처럼만에 고향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둘째 아이가 많이 아프기 때문에 근심이 많은가 보다.
작년 여름 갑작스런 아이의 병으로 중환자실을 오르내리고, 병원에서는 죽을 수도 있다는 가슴 철렁한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내내 건강하던 아이가 갑작스레 심장에 질환이 생겼다는 거다.

정확한 병명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듯 싶다.
공기중이나 물이나 기타 여러곳에 알수 없는 많은 바이러스들이 존재한다.
이 바이러스는 혼자몸으로는 무생물과 같지만, 일단 숙주(인간)의 몸으로 들어온 다음부터는 왕성이 활동을 하여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우리도 감기 바이러스로 인하여 코도 맹맹하고, 목도 칼칼하고, 머리도 지끈거리지 않는가.
문제는 대부분 바이러스의 치료는 증세를 약화시킬 뿐 치료약은 별로 없다고 한다.

내 친구의 아이에게 침투한 바이러스는 심장만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다.
치사율이 무척이나 높다는데 겨우 8개월짜리 아이가 중환자실에서 잘 견뎌주었다.
내가 갔을때는 숨소리도 쌕쌕거리고 목에서도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다행히 위험한 고비는 넘겼을 때였다.
이제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부어있는 심장이 아이를 괴롭히고 있다.
한 번 부어오른 심장은 다시 원상태로 회복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어제 한 TV프로에서 본 수돗물 바이러스 논쟁을 바라보면서 문득 이 친구가 생각났다.
서울대 미생물학과 김상종 교수의 99년 발표된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다"는 내용의 연구발표로 종국에는 환경부에서 김교수를 명예회손 혐의로 형사고발 하기에 이르렀었다.
결국 고소는 취하되었지만, 지금까지 학계와 정부와 시민단체간의 합의도 이에 대한 대책도 발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학부때 미생물학을 공부하면서 김교수의 책으로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정부와의 사전합의 없이 수돗물이라는 국민전체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문제를 발표한 김교수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앞서 여러번의 논문이나 의견으로 제시된 바이러스에 대한 문제를 환경부가 미리 손써주지 않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든다.

최근 몇 년동안 알수 없는 수인성 질병에 대한 역학조사 조차 철저히 실행되지 않는 것 또한 실망스럽다.
지난해도 무균성 뇌수막염, 급성장염 등 바이러스에 의한 수인성 질병이 발생되었다는 보도가 많았다.
우리나라의 수돗물기준에는 일반세균과 대장균 뿐이다.
학계의 권위있는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였고, 임상에서 실제로 질병이 발생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 국민의 건강과 위생에 책임있는 정부기관에서 역학조사만이라도 철저히 해야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어떤 기준을 새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더군다나 국민의 신뢰를 잃고 싶지 않는 정부가 스스로 문제점을 파내기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존심의 문제도 아니요, 정부의 인기 표몰이에 적용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수돗물의 사태가 어찌 현정권, 현직 담당자에게만 있겠는가?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기에 앞서, 앞으로 내 아이가 아무 탈없이 자라주기를 바랄뿐이다.

> 재수가 없었던거지 뭐.
하필 그 바이러스가 우리 세희에게 들어올게 뭐래니?

"재수가 없다"는 말로 지나쳐 버리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결과이다.
수돗물에 들어있던 한 마리의 바이러스가 재수가 없이 내 아이의 입으로 들어가면 어찌할 것인가.

"여보! 큰일이야~. 아이가 수돗물을 먹었어!!!"
이렇게 외치지 않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