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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입는 귀한 아들


BY 통통감자 2002-03-28

"아휴~ 왠 옷들이 이리도 많아?" 거실 가득히 쌓인 옷들을 보고 윗층의 민서 엄마가 호들갑이다. "응~ 우리 친구들끼리 아이들 옷을 돌려 입히거든.. 자기도 맞는거 있으면 몇개 가져가서 입힐래? " 여기저기서 들여온 옷들하며, 우리 애들 작은 옷을 정리중인 나에게 이상하다듯 던지는 말. "살만하면서 왜그래? 귀한 아들한테,... 우리 민서는 3대 독자여서 이런거 입히면 나 혼나.." 커피 한 잔 마시고 금새 올라가는 민서엄마를 보며 은근히 서운했다. '살만하면서~ ' '귀한 아들이라~ ' 옷사기가 어려워서 돌려입히고, 귀하지 않아서 얻어입히는 걸까? 철지나 작아진 옷들을 하나하나 들춰보며 내가 이 옷을 고를때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입혀서 아장아장 걸릴때 뛰어가 앞서보고 뒷서보며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이 옷들이 아직은 멀쩡한데, 헌옷수거함으로 돌아가는게 아까웠다. 재활용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재사용이다. 친구들에게서 온 옷들 하나하나 이러한 추억이 있을텐데, 우정과 그네들의 사랑까지 함께 입히면 일석이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