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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형이 7개월 기념 여행기.


BY 통통감자 2002-05-13

주말이라 모처럼 게으름을 피우며 형주랑 세형이와 놀고 있는데, 시끄럽게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우리집 전화벨 소리^^) > 여보세용~ > 빨리 애들 옷입혀서 준비해.. 딸깍!! 무척이나 다급하게 들려서 서둘러 애들 옷입히고 나도 대충 차려입고 기다렸는데,.. 울 신랑 헉헉대며 올라오더니 세형이 안고 카메라만 매고 서둘러 내려간다. 어딜가는지 사진기는 왜 들고 가는지 궁금해 죽겠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눈치만 보고 있었다. 신랑이 무서운 얼굴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 날씨 죽이지~ 우린 지금 바다로 간다~ 히이~히 세형이 7개월 된 기념으로 첫 나들이란다. 물론 가끔 외식을 하거나 공원에 가본 적은 있지만... 가뜩이나 들떠서 함께 소리를 지르는데, 에게!! 차가 향하는 곳은 겨우 시화방조제... > 대부도 가는거야? > 응. > 맨날 가던데잖아. > 이번엔 달라요. 풀코스로 모실게요. 시화에서 대부도까지는 차로 30분도 채 안걸린다. 가끔 따분하면 입던 옷 그대로 입고 드라이브 하던 곳이다. 좀 더 근사한 걸 기대했지만, 모처럼 깜짝 나들이인데 기분좋게 동참했다. 시원하게 뚫린 방조제를 지나는데, 아직 개통하지 않은 도로를 젊은 남녀가 인라인 스케이트로 시원하게 지나간다. 롤러 블레이드를 탄 꼬마들하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무리의 학생들... 심지어 뛰는 사람까지 보인다. 국내 제일의 방조제. 오이도와 대부도 방아머리를 잇는 총 연장 12,676m 의 시화방조제. 양 옆으로 서해 바다가 출렁이고, 멀리 인천 LNG 가스 기지가 보이고, 인천의 연수동과 남동공단까지 보인다. 생각했던 것 보다 제법 괜찮은 경관이다. 같은 장소를 여러번 와봤지만, 새로이 여행이다 싶게 음미해 보니 도로의 가로등 하나하나까지 색달라 보인다. 대부도는 화성군 남양면 쪽에서 바라보면 섬 같지 않고 큰 언덕처럼 보인다고 하여 대부도라고 한다지.. 사실 이젠 섬도 아니다. 옆에서 형주는 지나가는 모든 이에게 인사를 한다. > 갈매기야 안녕~ 바다야 안녕~ 아저씨 안녕~ 누나 안녕~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 아이에게 방긋 웃는다. 세형이 마져 무릎위에서 팔딱팔딱 뛴다. 나는 또 행복해 진다.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잠시 쉬며 초코우유 하나씩을 꺼내 먹었다. 작은 고무 자배기에서 여러 종류의 횟감들이 펄떡인다. 먹지도 않을 것인데, 아이는 그 앞에서 떠나려 하지 않는다. 다음 목적지는 솔밭 야영지가 있는 대부도 해안.. 여기저기 한 무리씩 야영지에서 족구를 하고 있다. 젊음이 느껴진다. 바다는 밀물이었다. 갯벌이 바닷물로 가려져서 형주에게 작은게를 선물할 순 없었지만, 파도 가까이 가서 돌멩이를 던지는 놀이를 했다. 남편의 고집으로 세형이를 유모차에 태워 모래반 자갈반의 바닷가를 끌다가 띰다가 하며 걸었다. 생고생 이었지만, 세형이는 유모차 안에서도 신난다. 바람을 등지고 간신이 사진을 두 컷 찍었다. 선감도와 쪽박섬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비포장 도로 끝에 대하 양식장에 가보니 지금은 제철이 아니란다. 9월 쯤 되어 오시란다.ㅎㅎ 초코우유 하나로 점심을 때웠는데도 형주는 보채지도 않는다. 집에도 안갈란단다.ㅎㅎ 집에 오는 길에 바지락 칼국수 집에 들려서 시원한 칼국수를 먹었다. 마트에 들려 손두부 하나와 몇 가지 찬거리를 사서 집에 갔다. 저녁 8시가 넘어서 슬슬 출출하던 참에 두부김치에 밥 한 그릇을 뚝딱 해먹었다. 거기다 반주로... 소주 한 잔. 그날 저녁 형주와 세형이는 일찍 잠이 들었다. 행복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