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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깍은 잔디를 보고


BY 김귀순 2002-06-27

마 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반상회가 열렸다.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 집에서 반상회가 열렸지만 나는 수업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되었다. 안건 중의 하나는 모기 때문에 잔디를 짧게 깍아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내가 매일 아침 창밖을 통해 바라보는 아름다움이 없어졌다. 토끼풀 크로바 꽃이 이슬과 만나 하얗게 빛나던 눈부신 아침을 나는 잃어 버린 아쉬움에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모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잔디 짧게 깍음을 원망하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연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보통이다.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생물시간이나 자연시간은 자연을 접하는 교육이 아닌 백과 사전식 지식이라 자연에 대한 이해를 막는다. 환경운동을 하면서 스터디 투어를 갈 때 그제서야 나는 자연을 새로 배우고 있음을 깨달았다.

들판에 나가 개망초, 억새, 애기부들 등을 보며 나는 이 생명체와 내가 하나라는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독일에는 전문가들보다 일반 시민이 자연 생물에 대한 책을 많이 사 간다고 한다. 아이들과 들놀이 가면서 아이들에게 야생생물에 대해서 가르쳐 주기 위해서이다.

이제 내게는 아이가 지금 다 자라 고등학교에 다녀 안타깝게도 더 이상 그럴 기회가 없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내 뼈아픈 후회를 전하고 싶다. 동물원도 가끔 갔지만 나는 우리 아이가 어릴 때 놀이 동산을 즐겨 갔었다. 놀이 동산보다 엄마가 자연 학습도감을 들고 야외에 나가서 풀이나 나무의 이름을 찾아 보고 왜 이 나무가, 풀이 여기서 잘 자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나비가 어떤 종류가 오는지, 잠자리는 어디에 많이 살고 있으며 왜 그러한 곳에서 많이 볼 수 있을까를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떠올리고 있다.

아이들에게 관찰력을 심어 주고 함께 풀이나 나무의 모양을 스켓치해 보면서 산교육을 우리 젊은 엄마나 아빠들이 시켜야 되지 않을까. 우리가 학교에만 우리 교육을 너무 맡기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그리하여 많은 생물이 자라도록 서식처를 조성해 주어야겠다. 잔디를 짧게 깍으면 서식처가 줄어들어 다양한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도시 속의 야생을 볼 수 있도록 캐나다의 뱅쿠버시는 시청안의 화단이나 가로변의 화단을 모두 야생 들풀이나 갈대 등을 심어 놓았다. 이러한 것은 생물종 증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권장이 되고 있다. 또한 정서적으로도 온실에서 재배한 보기 좋은 아름다운 꽃보다 우리가 산에 가면 볼 수 있는 풀이나 꽃들이 우리가 마주하는 도시의 길옆에 있다면 얼마나 정겨울까. 산내음 들내음을 맡으며 출근한다면 발걸음도 가벼워지리라. 아! 나비를 보며 잠자리를 따라가며 길을 걷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