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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서 무엇을 배울까


BY 김귀순 2002-07-23

마 전 미국의 워싱턴의 습지 조사를 하러 가서 동물원을 가 보았다. 스미소미언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이 동물원은 ‘동물원(zoo)'이 아닌 '생물공원(biopark)’ 이라고 명명이 되어 있어 적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동물원은 동물들을 우리 속에 가둔 개념이 아닌 최대한 자연 상태 속의 동물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물들이 살고 있는 서식처를 최대한 배려하여 설계하고 조성하였다는 점이 기존의 동물원과 차이가 난다.

우리 나라를 방문한 어느 외국인 전문가가 한국에서 제일 간다는 과천의 동물원을 보고는 한국에 환경친화적 동물원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고는 그 전제 조건으로서 과천과 같은 동물원이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동물원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휴일이면 가족과 나들이하기에 정말 좋은 장소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 동물원이 있는 근처에 살고 있어서 동물원에 자주 놀러 갔다. 그 당시 아무 생각 없이 동물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먹이도 주면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닌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동물이 우리 속에 갇혀 있어 좀 답답하여 견디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우리의 동물원에는 우리 속에 갇힌 채로 보여 주기 위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이 동물원을 원래의 살던 공간으로 최대한 만들어 주어 불편 없이 살도록 해 주면서 생물종과 서식환경에 대한 상호 관련성 등을 담는 생태해설 프로그램을 방문객들에게 운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효과적인 동물원 학습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동물원에 가기 전 기린의 먹이통은 어떻게 생겼을까를 아이에게 물어 본다. 보통 아이들은 온갖 상상을 다하여 대답할 것이다. 이렇게 관심을 가진 상태에서 동물원에 가서 기린을 본다면 아이들은 더욱 세심한 관찰을 하면서 보게 되고 기린이 자라는 환경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 볼 것이다. 먹이는 무엇을 먹으며 어떤 풀이나 나무가 기린이 살고 있는 주변에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것도 이해가 부족하면 엄마랑 아빠랑 방문객센터나 서점을 찾아서 책을 사서 보게 되거나 동물도감을 찾아서 연구를 하는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다.

린의 먹이통은 꼭 농구 골대 같이 생겼다. 키 큰 기린은 다른 동물들 마냥 고개를 숙여 먹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비단 기린뿐만 아니다. 사슴, 코끼리, 물개 등 저마다 살고 있는 곳이 다르다. 사슴이, 코끼리가, 물개가 어디서 놀고, 자고 무엇을 먹는지, 또 이 동물들을 더 잘 살게 해 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아이와 끊임없는 물음과 답을 주고받는 가운데 우리 모두가 이 동물들에게 얼마나 의지를 하면서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마움이 자연스레 생겨날 것이다. 이러한 고마움은 뭇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나타나 휴메니티 실천의 밑거름이 되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와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