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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마을의 확산을 바라며..


BY 김귀순 2003-12-29

1. 생태마을의 정의

생태마을에 대한 이론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도 오래 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태마을이란 기존의 주거지를 떠나 외로운 금욕적인 집단 생활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그 보급이 쉽게 확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기존의 마을에 생태마을을 건설할 수 있음은 많은 문헌을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생태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환경보호를 실천하며 모든 이의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생태마을은 도시나 농촌은 물론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도 동일하게 그 모델이 적용될 수 있다.

<생태 마을의 의의와 일반적 특징>

자연에 통합된 삶의 중심지를 건설하고 마을 이념에 따라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인 생태마을 주민들은 열린 마음과 공동 이념을 지닌 그룹으로 팀이 잘 짜여져 있고 연대가 강하다. 또한 목표 달성에도 매우 적극적이며 역동적인데다 외부세계와의 건설적 관계면에서도 개방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실업문제 증가, 신 진보주의 지향, 사회분열 등의 사회상이 나타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사람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재능과 능력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세계평화와 정의를 갈구하며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치유하고자 하는 생태마을 공동체에게 자기 파멸과 절망상태인 인류를 구원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선구자 역할을 기대해 본다.

생태마을 공동체는 자연과 그 다양성을 보전하고 가능한 한 지구를 생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스스로를 지구의 한 구성원이며 자립심을 가진 책임 있는 사람이 모인 곳으로 모든 존재와 자연에 대한 의식적인 사랑은 지구적, 생태적 의식과 책임감을 수반하게 된다.

생태마을사업 목표중의 하나는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건강한 생물권을 창출하는 것이며 소비절감, 재활용시스템 개발, 채식, 퍼머컬쳐 재배 농장 조성, 특정식물 식재를 통한 자연의 자정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또한 자연 생태 보전뿐만 아니라 사람사이의 건전한 관계 수립에 도움을 주는 사회 생태학도 매우 중시하고 있어 인간관계에서 오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폭력적 요소를 배격하고 사랑, 신뢰, 협동의 정신을 통한 자연 치유력을 높이 평가하고 이러한 가치를 지향한다.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려면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세네카의 말을 모토로 삼는다.

인간이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의 창조적, 정신적, 잠재력 활용을 장려하고 생물권 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자연과 인간을 포함한 전체적인 시스템 통합과 활력을 보장하는 환경보전 철학의 출현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이제 생태마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2. 생태마을의 사례

미국 워싱턴 D.C에서 통근용 기차를 타고 Point of Rock 기차역에서 내려서 5마일, 북 버지니아주에서 Leesburg 북쪽으로 9마일 떨어진 산속에 깊숙히 위치한 라우도운 카운티 생태마을은 아직도 개발중인 생태공동체이다.

2002년 봄 입주하기 시작한 이 마을은 에너지 효율적인 “녹색 디자인”과 최신 기술을 적용하여 자연형 태양열 패널 설치, 벽면 슈퍼 단열재 처리, HVAC 지열 시스템설비를 도입하여 생태효율적으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종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매우 세심한 토지 이용 계획을 세우고 입주민들에게 환경관리 및 환경 책임주의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있다. 기존 숲의 보전, 야생생물과 토양, 수자원 보호 등을 건설 관행으로 정립시키고 있으며 조경은 지표면 보호, 토착식물과 야생화 심기 등에 역점을 둔다.

다음은 이곳 생태 마을의 차별성은 환경적으로 건전한 주거공동체 건설 이외에도 ‘정다운 이웃 만들기’에 있다.

<정다운 이웃만들기>

프라이버시와 협동을 장려하는 인간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이 마을의 목표이다.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지구와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주민들이 생태마을 계획, 설계에서부터 관리까지 참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환경에 책임지는 집 설계와 건축, 건강한 가정, 안전하고 다정한 이웃 분위기 실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이 마을의 사회적 목표의 하나인 가버넌스의 특징을 들어보겠다.

<가버넌스>

이 곳 생태마을에서는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정책과 규칙을 효과적으로 결정하는 사회민주주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운용된다. 처음 생태마을 주민들은 민주주의 시스템으로 의사 결정을 하려 하였으나, 컨센서스 도출이 어렵고 비효율적이며 지치게 하는 등 심각한 분열을 가져왔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를 도입하게 된 후 좀더 효율적이며 상호 조화 속에 많은 결정을 컨센선스를 통해 할 수 있게 되었다.

< 한국생태마을의 향후 과제와 제언 >

앞으로 한국의 생태마을의 집중적 육성을 위해서는 다음 사항에 대한 제도적,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 한국의 생태마을의 본격적 발전을 위해 단독 소유 분양, 마을지분 매입/임대, 생태 보전지분, 생태마을 후원 지분 매매, 지방 자치 단체 생태마을 프로젝트 후원 등의 광범위한 재정 유입 방향이 필요하다.

나. 생태적 관심외에도 인간관계의 사회적 통합성에 기반한 사회생태학에 입각한 건전한 가버넌스 확립이 필요하다.

다. 생태마을 주민 스스로가 식생조사, 야생 동물 서식처 조사 등을 통해 생태 마을 주변의 생물보전과 생물권 향상에 기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태마을 주변의 환경적 가치가 높은 곳을 자연보전지역 지정으로 지정하고 환경이 심히 훼손된 곳은 복원이나 재식림 등을 통해 종다양성 증진에 기여하도록 한다.

라. 앞으로 교육제도의 개선을 통해 재택 수업 학생을 돕기 위한 교사-학부모 네트워크와 대안 학교 육성 등 다양한 방법의 학력인정이 필요하다. 생태마을을 한창 준비하는 젊은이에게 자녀의 교육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획일적 제도권내 교육제도만으로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21세기 비전을 달성할 수 없다.

마. 우리 실정에 맞는 다양한 산지 생태마을 조성이 필요하다. 생태마을조성을 통한 산지 활용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경제적 수익과 환경보전 및 생태복원을 동시에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땅이 좁은 유럽에서는 산지개발을 하여 산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국토의 ⅔가 산인 우리에게 생태마을 단지와 같은 산지개발은 생산적 국토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고려해 볼 만하다. 이 책에 소개되는 미국의 Loudoun County생태마을도 정부로부터 분양받은 주택조성단지이다.

바. 앞으로 조성될 한국의 생태마을은 대안에너지의 실험장으로 재생에너지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독일은 이미 각 가정에서 태양열로 생산된 전기를 쓰고 남아 되파는 플러스 에너지 시대를 열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전지구적 노력에 한국의 생태마을이 그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사. 서울 등 대도시내의 도심 생태마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도시내 구도심의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시 주민 중심의 생태마을 사업에 대한 시의 인적, 물적 지원과 세제혜택 등을 통한 인센티브 부여가 도심 생태마을 확산과 보급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본다. 주민의 생태의식과 공동체의식의 함양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주요한 메카니즘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아. 한국실정에 맞는 생태마을 평가시스템의 개발과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조성중인 생태마을이 여러 곳 되지만 이들 생태마을을 일관된 기준에 의해 평가할 기준이 없어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생태마을 평가지표를 만들어 평가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러한 평가시스템에 의한 생태마을 감사는 생태마을의 지원을 위한 모니터링과 공동체전반의 지속성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자. 문당 생태마을 운동에서 알 수 있듯이 농산물의 유기농경작은 토양과 피폐한 농촌경제를 모두 살리는 농촌재건운동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 국가간의 FTA(자유무역협정)체결을 농촌경제붕괴로 가는 길이라고 여겨지고 있어 그 대책이 필요하다. 유기농재배 면적을 크게 늘려 유기농 농산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화학물질로 뒤범벅된 수입농산물과의 경쟁력에서 우리농산물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차. 현재 농어촌 화장실은 도회지의 수세식 화장실을 집집마다 시설함으로 인해 수질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도시와 같이 하수 처리장이 없는 촌락 단위의 마을은 생태마을 만들기를 통해 생태적 쓰레기 처리, 수세식 화장실 대신 건식 화장실 시설, 퍼머컬쳐 원리 등을 존중하여 농어촌 마을에 맞는 다양한 생태적 유형의 화장실 개발과 그 보급이 필요하다. 가령, 소변 분리기를 갖춘 재래식 화장실을 모두 구비하도록 하여 인분은 지하 저장탱크에 모으고 소변은 따로 중앙 탱크로 보낸다. 중앙탱크에서 나온 물은 “그린 파크(Green-Park)”시스템을 통해 오수는 갈대밭이나 골풀을 지나면서 정화되어 땅속에 깨끗이 스며들도록 한다. 집수 탱크, 수질 정화탱크를 활용하여 빗물을 모아 화장실 물 내리는 데 사용한다면 여러 가지 환경적 이점이 있다. 첫째, 물 소비량을 20%나 절약 할 수 있다. 둘째, 수질 오염을 줄인다. 셋째, 절전 효과가 있으며 퇴비로 이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마을 전체가 도시 하수처리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목욕, 설거지, 세탁시 나오는 오염된 물은 모래필터 시스템을 거치면서 일차로 걸러지고 난 뒤 냇가로 방류시키도록 함으로써 수질오염을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생태마을 정의와 미국과 우리나라 생태마을 조성에 대해 언급하여 보았다. 생태마을 운동은 우리로 하여금 자연을 존중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동참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생태마을은 비단 한적한 시골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생태마을의 개념을 실천하고 있는 도시인 덴마크(Fredensgade-Kolding, Torsted-Vest, Vesterbro, Copenhagen), 독일(Kreuzberg, Rehbockstrasse, Hannover, Berlin), 네덜란드(Bikkerhof, Utrecht, Wilhelmina Terrein, Amsterdam)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코펜하겐, 베를린, 암스테르담과 같은 수도도 포함되어 있다.

2 년전 베를린의 도심 생태마을과 생태주택을 몇 군 데 방문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대도시에 주민이 중심이 된 생태마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앞으로 수도인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민들이 도심 생태마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할 것을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도심 생태마을 조성에 관한 인센티브와 지원이 필요하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의 도시 공동주거와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독일, 그리스, 스위스의 비용 효과적인 생태 주거단지는 고도로 산업화된 국가에서 지속가능한 생활 양식의 창출을 위해 도전하고 있는 큰 주류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음을 볼 때, 우리 나라에서 생태마을 운동이 본격적으로 성숙한 단계에 오르게 되면 이것은 우리의 대도시 및 소도시, 교외의 생태적 복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생태마을은 현재 조성 중에 있으나 앞으로는 도심 생태마을이 생태복원 차원에서 일어나기를 바라며, 각 지자체가 지원을 해 준다면 더욱 빨리 보급되리라고 본다. 좀더 진보된 미국의 Loudoun County의 생태마을은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지속성을 추구하는 마을로서 생태건축 기법에 따른 마을 설계에서부터 사회생태학과 건전한 가버넌스의 영역까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앞으로 생태마을을 조성하고자 하는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