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을 꾸리고 다시 풀러 새 둥우리를 단장할 때 아줌마들의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최고의 집, 멋진 집, 인형집같이 꾸미리라.'
하지만 주방용기를 하나씩 풀러 요리조리 갖다 놓다보면 해는 어느덧 뉘엇뉘엇, 몸이 아프고 지치니 에이 그만
내일 하지 하고 휩쓸어 대충 대충 놓기 쉽죠.
그래서 이사후 한 달동안 집안 분위기는 뒤숭숭, 어지러움, 공중에 뜬 것 같은 어정쩡한 상태.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한 달치 일정표를 만들어 매일의 과제를 점검하며 하나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하죠.
아파트는 다 고만고만 하다, 개성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을텐데 이 아래 그림 좀 보세요.
저의 모임의 회장님이 어제 집들이를 했는데 요렇게 꾸몄더라구요.
초등 5, 2학년 남매와 함께 벽에 그림을 그린 건데 푸르른 나무들이 세그루로 원근감이 살아있죠?
모니터도 배경의 하나 같아요. 가만 보니 하늘을 나는 새같기도 하고 잠자리, 아님 나비가 있네요.
오른쪽 끝의 가지는 그림이 아니라 진짜라네요. 그림속의 나무순 같아 보여요.
이 그림앞에 몸을 길게 뻗어 누워있으면 초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단잠을 잘 수 있겠지요.
고양시 중남미문화원에서 더 들어가면 고양시장지나 풍림아이원 아파트라고 있어요.
이곳이 그녀와 낭군, 그리고 두 자녀가 마치 늑대, 여우와 두 토깽이처럼 사는 보금자리랍니다.
아이들 배냇저고리, 아장 아장 걸을 때 신겼던 신발까지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어 이사다닐 때마다 5톤 트럭 2대가 필요하다는 그녀의 작업실이자 아이들 놀이터, 공부방, 손님맞이방, 식탁, 휴식처로 쓰이는 곳이 아래 사진.
어린이 도서관 뺨치는 책들이 과학, 우주, 상식들을 가득 담고 켜켜 꽂혀 있었어요. 물론 이 식탁겸 책상에서 9인분 삼겹살 잔치가 있었는데 그녀가 쓰는 그릇들은 모두 직접 전통가마에서 구워낸 것들이랍니다. 친정언니가 천안에서 공방을 하거든요. 넓은 거실에 탁자와 책장을 겸하게 한 것은 넓은 공간이 다목적으로 편하게 사용되기 바랐고 손님과 밥도
먹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곳,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원했기 때문이라네요.
오른쪽 햇살이 퍼지는 곳이 베란다인데 평상을 거실로 옮기고 바닥에 타일을 깔았어요. 특이한 것은 천장을 회벽으로 바른 후 살짝 굽어 자란 서까래를 붙여놓아 전통 가옥의 처마처럼 장식한 곳이죠. 밤이라 천장이 잘 사진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아래 펴놓은 평상에서 아이들이 부르스타로 '달고나'를 해먹곤 합니다. 쭈그러진 국자에 나무 젓가락으로 부글부글 끓는 설탕엿을 콕콕 찍어먹는 맛이라니...
한달이 지난 이제야 좀 짐 정리가 된 것 같다는 그녀의 푸짐한 밥상을 받고는 황송해서 사진도 찍지 못했어요.
알콩달콩 산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매일 매일 자기의 공간을 최고의 최적의 공간으로 연출하기 위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꾸미고 다듬는 만큼 추억을 쌓는 것.
최중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