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살림살이 엿보기
불볕더위에 버드나무 잎들도 시들거리는 한 낮.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대문에 들어서니 큰 진돗개가 짖어댄다.
마당에 햇살만큼이나 짙은 초록의 향기가 물씬 베어난다.
푹신푹신한 금잔디가 곱게 깔려 있다.
걸음걸이도 잔디의 결따라 사뿐사뿐 두어 걸음 옮긴다.
댓돌위에 가지런히 신발을 벗자.
오래된 한옥집에 넓은 마당 한쪽 구석엔 된더위로 시드는 수국이 소담스레 피어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화사하게 마당가득 풀풀 날렸을 수국향기 콧끝에 와 닿는다.
조상님의 숨결이 곳곳에 배어있는 옛날 건물.
큰며느리인 정향숙(50세)씨는 도시생활도 여러 해 했지만, 몇 해전에 시부모님의 보금자리를 고스란히 물려받은게 그렇게 자랑스러울수가 없다고 말한다.
부모님의 손때가 묻은 집을 가꾸는 일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지만 늘 즐거운 마음으로 집 안팎을 돌아보는 여유가 아름답다.
그녀가 매일 아침마다 들여다보는 거울앞에 향긋한 꽃 향이 매혹적이다.
얼마전에 남편한테 선물받았다는 하트모양의 분홍빛 장미가 한옥의 귀갑살 무늬 창문과 잘 어울린다.
꽃다발을 쌌던 비닐포장지에 물을 넣고 장미 두 송이를 꽂아 놓으니 투명한 빛이 매력적인 비닐봉지화병이 되었다.
그동안 넓은 집에서 꾸리던 살림살이를 오래되고 좁은 공간에 꾸릴려니 공간활용이 쉽진 않았을 터.
구석진 공간마다 선반을 달아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놓았다.
행주는 행주대로 한꺼번에 꺼내서 삶고 말려 차곡차곡 개어서 전자렌지 위에 올려놓았다.
그때그때 하나씩 내어 쓰니 언제나 깨끗한 행주를 쓸수 있다고 한다.
냉장고 속을 들여다 봐도 어디 하나 허름한 구석이 없다.
그렇다고 너무 깔끔떨어 모처럼 찾은 손님이 부담스럽게도 하지 않는 살림.
부부만 사는 집이지만 장성한 자녀들이 한 번씩 찾을 때마다 부족한 것 없이 넉넉한 집.
부지런한 살림꾼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비닐봉지에 싸고 통에 담고 병에 담고 언제나 식구들 중 누구라도 한번 냉장고를 열고 음식을 찾아낼수 있게 놓여져 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복숭아가 그 고운 살결을 드러낸다.
권하는대로 한입 베어 무니 부드러운 그 맛 오래오래 입안에 남는다.
복숭아와 설탕을 넣고 한소끔 끓인거라고 했다.
가족들 주전부리로 그만이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가스렌지 위엔 숯바구니를 올려놓아 음식냄새가 방안에 배지않게 신경쓴다.
사용하지 않는 냄비는 크기별로 차곡차곡 포개서 올려 놓는다.
비상약품이나 자주사용하지 않는 이쑤시개나 면봉 등은 높은 선반 위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둔다.
당장 필요하지 않는 물건들은 한데 모아 서랍 속에 넣어둔다.
농업기술센터 생활원예반에서 배운 화분심기 작품들이 방문 여닫는 대청마루 한 쪽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파아란 잎사귀에 숨은듯 고개를 내민 하얀 꽃이 스파트필름이라고 한다.
두꺼운 잎이 매력덕인 호야 외에도 산호수, 테이블야자, 뱅갈고무나무가 한껏 짙은 초록빛으로 한옥의 하얀 벽과 잘 어울린다.
사람이 드나드는 방문께에 놓여 있어 문을 여닫을 때마다 향기가 방안 가득 스며들겠지.
거울 앞엔 화단에서 캐서 말린 로즈마리를 가만히 걸어두면 두고두고 기분좋은 허브향을 맡을 수 있다.
그녀는 커오는 자녀들을 위해서 집 안에 거울을 많이 둘것을 권하기도 했다.
거울을 자주 보면서 표정이 밝아지는 건 물론이고 세상을 보는 시각 또한 밝아진다고도 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조언이다.
그녀의 화단에 소담히 놓여있는 로즈마리가 아롱다롱 즐거이 손님을 배웅한다.
고동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