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건축·패션에 불고 있는 미니멀리즘은 주거 공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치 갤러리나 스타일리시한 셀렉트숍에 와 있는 듯 집 안으로 미니멀리즘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복잡다단한 사회 현상과 과장된 장식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다시 꼭 필요한 ‘최소 단위’로 구성된 공간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고 싶어 한다.

 

<미니멀리즘 (minimalism)이란?>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시각 예술 분야에서 출현하여 음악, 건축, 패션, 철학 등 여러 영역으로 확대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소한도의, 초소의, 극미의' 라는 minimal에 'ism'을 덧붙인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는 196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미니멀리즘은 기본적으로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 즉 본질만을 표현했을 때, 현실과 작품과의 괴리가 최소화되어 진정한 리얼리티가 달성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건축 디자인 분야에서도 소재와 구조를 단순화하면서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거실의 미니멀리즘>

섬세하지만 단순하고 절제된 공간미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은 현대사회의 복잡한 변화 속에 화려한 장식과 군더더기 없는 ‘기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가구 또한 매끈하고 덩어리감이 강조된 디자인이 대세를 이루며, 장식 오브제는 마치 가위로 한번에 오려낸 듯한, 선과 면이 강조된 기하학적인 형태로 등장한다.

 

덩어리감이 강조된 디자인과 간결한 라인의 ‘클래시콘’가구.

 

고결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조된 미니멀 스타일이 강력한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이를 극대화하는 컬러로 화이트가 지목 되었다.

 

 

1, 2  화이트 톤으로 연출한 가운데 곡선미가 돋보이는 가구를 매치해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공간. 그린과 , 블랙이 각각 포인트로 더해지면서 화이트를 강조한다. 3 화사한 순백의 공간을 위한 시어 소재의 패브릭. 4 디자이너 로낭&브흘렉 디자인의 화이트 톤의 가구.

 

<침실의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은 불필요한 요소를 털어내고,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진정한 감각을 표현하고자 한다. 인테리어에서는 ‘각’을 없애고 부드럽게 연결해 하나의 덩어리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있으며 전체가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되면서 세련된 모습을 띤다. 이미 건축계에서는 하나로 연결되는 유기적 미니멀리즘이 선보이고 있는데, 2004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자하 하디드의 유연한 건축물과 그의 이음새 없는 가구가 대표적이다.

 

1 천장과벽면, 침대가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되는 공간. ‘푸에르타 아메리카’호텔로 세계적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자하하디드. 장누벨, 마크 뉴슨이 디자인했다. 2 기하학적 곡선으로 이뤄진 시계. 

 

부부 침실에서는 또 다른 트렌드를 찾을 수 있다. 텍스처와 광택이 살아 있는 소재를 이용해 미래적인 느낌을 제안하는 퓨처리즘이 그것. 딱딱하고 차가울 수 있는 미니멀리즘과 퓨처리즘을 보완하는 장치로 선택된 것이 자연 소재의 사용과 포인트 컬러다. 거실과 부부 침실을 자연스레 분할하는 나무의 결과 컬러가 자연스레 살아 있는 가벽, 다이닝 룸의 고벽돌은 편안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1 벽체와 천장을 정리하고 화이트 컬러로 통일감을 줘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공간으로 바뀐 미니멀한 실내. 거실을 장식한 천연 대리석 느낌의 TV장 겸 조명 패널 역시 퓨처리즘의 한 요소 2 천장은 물론 벽 아래 등 집 안 곳곳에서 발견되는 조명은 미니멀한 공간을 채우는 스타일리시한 장치다. 3 블랙 유리를 사용해 마감한 부부 침실의 욕실.

 

3. 그린 컬러의 책상으로 산뜻함을 더하고 맘껏 낙서할 수 있는 유리 보드를 설치한 아이방. 4 글로시한 가죽과 블랙 유리로 메탈릭한 느낌을 강조한 부부 침실.

 

<욕실의 미니멀리즘>

욕실 안의 것들이 작아지고 있다. 양변기, 샤워부스, 세면대, 욕조, 그외 욕실 악세사리가 적당히 줄어들고 있고, 그것들이 공존하고 있는 욕실이라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더 넓고 여유로워 보인다. 작아지고 있다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축소된다는 '미니어쳐'와는 전혀 다른 의미다. 욕실의 경우, 제품은 인체공학적으로 적합한 한도 내에서 불필요하게 크게 설비된 곳들을 제단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욕실의 미니멀리즘이다.

 

미니멀리즘화된 욕실제품들이 처음에는 그 아담함과 소박함에 낯설 수도 있지만, 곧 그것이 더 큰 편안함을 지향하기 위한 건축 시도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욕실제품들이 미니멀화 된 만큼, 욕실 공간은 더 넓게 확보되어 있을 테니까.

 

깔끔하고 심플한 욕실. 세련된 레드 컬러의 벽면이 화이트 컬러의 욕실제품과 조화를 이뤄 멋진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메리칸스탠다드(www.americanstandard.co.kr) 의 모멘트스위트

 

이제는 심플함에 말해보고자 한다. 앞에서 말한 욕실 인테리어와 미니멀리즘이 추구하는 것이 결국 극도로 세련된 심플함이기 때문이다. 다소 좁고 작은 공간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배치된 것들이 심플함을 갖췄다면 그 공간은 이미 감각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룬 하나의 인테리어다. 미적 가치를 논할 대, 결코 심플함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것도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베이지계열로 색상을 통일하였다. 군데군데 색상 톤을 맞춰 장식한 액자나 타월, 바닥에 깔린 융단 등이 눈에 띈다. 완벽한 균형미를 주는 아메리칸스탠다드의 아카시아 스위트

 

글로시한 악어 패턴의 가죽으로 마감한 붙박이장과 블랙 유리로 외관을 마감한 욕실은 미니멀한 베이스와 어우러져 한층 진보된, 트렌디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주방의 미니멀리즘>

 

아이보리나 화이트로 일관하던 깔끔한 느낌의 주방에 패셔너블한 컬러감이 내려앉았다. 가구뿐 아니라 가전, 패션 전반에 걸쳐 소리 없이 시장을 지배하는 트렌드가 있다면 그것은 ‘미니멀리즘’과도 일맥상통한다. 디자인을 극도로 단순화하여 사용자의 사고를 자유롭게 하는 대신, 고감각의 색채들로 한층 도시적인 느낌을 가미하고 있다.

 

밀라노 트렌드인 컬러 글래스를 적용한 뉴도어로 기존 하이그로시 도장 제품의 단점을 해결한 뷔셀 크리스탈 오렌지. 미니멀한 고감도 컬러로 세련된 느낌을 강조했다.

 

1. 단순미와 세련미를 강조한 미니멀리즘을 그대로 반영하여 최대한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수평과 수직라인으로 안정감을 강조한 에넥스의 화이트 핸들리스. 2. 고감도 컬러로 고급스럽고 미래적인 이미지를 지향한 뷔셀 로열 클래스. 3. 칼라풀한 색상과 모던한 이미지가 마치 스튜디오를 연상시키는 한샘 리네아 화이트&그린.

 

다이닝룸에서 살짝 엿보이는 주방. 레드 컬러의 가구를 사용해 극도로 절제된 공간에 포인트를 줬다.

 

※ 출처: 까사리빙, 디자인하우스, 전원주택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