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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엄지발가락의 비명 안들리시나요?


BY 2011-07-05



 

발건강 해치는 하이힐·플랫슈즈

발가락 변형 ‘무지외반증’ 볼 좁은 하이힐이 주원인
6시간 이내 신어야…굽 낮은 플랫슈즈 ‘충격흡수 0’ 
 
전업주부 최서윤(32)씨는 어릴 적부터 유난히 넓은 발볼이 콤플렉스였다. 몇년 전부터는 엄지발가락이 검지발가락 쪽으로 휘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신발을 신었을 때 모양이 예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통증까지 수반돼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최씨는 “나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

최씨와 같은 무지외반증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무지외반증 진료환자는 2005년 2만3561명, 2006년 2만5684명, 2007년 2만9531명, 2008년 3만5803명, 2009년 4만1604명으로 집계됐다. 무지외반증의 원인으로는 대표적으로 킬힐과 하이힐 착용이 꼽힌다. 하지만 평소의 걸음걸이나 잘못된 자세, 유전적 요인으로도 발병할 수 있다. 올봄 여성구두 유행의 두 갈래, ‘하이힐’과 ‘플랫슈즈’가 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 하이힐, 킬힐 등 패션구두의 역습, 무지외반증 무지외반증은 쉽게 말해 엄지발가락(무지)이 두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는 변형(외반)을 말한다. 엄지발가락이 휨과 동시에 엄지발가락의 안쪽은 튀어나온다. 원인은 크게 유전적 원인과 후천적 요인으로 나뉘는데, 선천적으로 엄지발가락 관절면의 각이 큰 경우, 평발이나 넓적한 발, 과도하게 유연한 발을 가진 경우, 가족력 등이 유전적 원인이다.

무지외반증은 대부분 신발코가 좁고 굽이 3㎝ 이상인 높은 신발 착용이 원인이 되어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무지외반증은 외형적으로 보기 싫다는 단점 외에 엄지발가락이 한쪽으로 삐뚤어져(흑백 사진) 나머지 발가락 역시 변형과 함께 통증을 수반하는 것이 더 문제다. 이뿐만 아니라 엄지발가락의 기능이 떨어지는 대신 나머지 발가락의 역할 부담이 커지면서 두번째 발가락 아래 발바닥 면에 굳은살이 생기는 것은 물론 발가락이 저리고 아픈 신경종이 동반될 수 있다.

하이힐을 신으면 무지외반증 외에 발목과 무릎, 허리 관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허리가 늘 앞쪽으로 휘어져 있어 발목, 무릎, 허리의 염좌와 통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발 관절이 항상 꺾인 상태로 있기 때문에 아킬레스건이 짧아진 상태가 되는데, 이는 발의 추진력을 감소시켜 넓적다리를 이용해 보행하게 만들고, 결국 넓적다리에 부담과 피로를 재촉하는 원인이 된다.

■ 하이힐은 일주일에 2~4회, 6시간 이내에서 착용 무지외반증을 예방하려면 신발은 앞코가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이나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김진수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교수는 “굽이 높은 신발을 무조건 신지 않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2~4일 꼭 필요할 때, 하루 6시간 이내에서 신으면 발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며 “힐의 높이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굽이 높더라도 앞볼이 넓고 발바닥 앞쪽이 푹신한 신발을 신어야 무지외반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가락 근육 강화운동은 무지외반증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발가락을 벌린 상태에서 6초 동안 힘을 주는 발가락 벌리기, 발가락으로 바둑알 집기, 발가락으로 책장 넘기기 등을 수시로 해주면 도움이 된다. 외출 뒤 찜질이나 족욕으로 발과 발목, 무릎의 피로를 덜어주는 습관을 갖는 것도 좋다.

무지외반증이라고 해서 반드시 수술할 필요는 없다. 통증이 없거나 보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평소 건강한 발 관리만으로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엄지발가락의 휜 각도가 15도 미만이라면, 교정 깔창이나 발가락 교정기를 이용해 상태를 호전시킬 수도 있다. 다만, 발 모양의 변형이 심한 사람은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권장된다.

■ 굽낮은 플랫슈즈도 발 건강 안전지대 아니다 플랫슈즈는 신발 밑창이 얇고 가벼우며, 발을 지지하는 외피도 천이나 얇은 가죽 재질을 사용해서 만든다. 따라서 활동하기에 편하고, 발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밑창이 너무 얇아 땅에서 오는 충격이 그대로 발에 전달되고, 신발의 탄성을 받지 못해 땅을 박차고 나갈 때도 많은 힘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처럼 충격 흡수가 잘 이뤄지지 못하면 발바닥의 아래층을 구성하고 있는 족저근막에 부하가 걸려 염증이 발생하는 ‘족저근막염’에 걸리기 쉽다. 또한 플랫슈즈는 운동화와 달리 뒤꿈치가 신발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울퉁불퉁한 길이나 경사가 있는 길을 걸을 때 발목 염좌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도움말: 김진수 을지대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교수, 김창우 정동병원 대표원장, 풋닥터(발의사) 박인식씨

 

‘내 발에 맞는 신발’ 고르는 법

발 건강에 좋은 신발이란 ‘발에 맞는 신발’을 말한다. 따라서 신발을 고를 때는 모양보다는 기능과 크기를 고려해서 골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발 굽은 발에 닿을 때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너무 낮지도 높지도 않은 2~4㎝가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을 조언한다. 소재와 밑창은 가급적 부드럽고 푹신한 것을 골라야 지면과의 마찰력이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발의 길이와 너비는 하루 중에도 변화가 많다. 신발 크기를 결정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까닭인데, 아침보다는 저녁 무렵에 신발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활동을 많이 하고 난 오후 3~4시에 측정한 발의 너비가 아침에 측정한 발의 너비보다 2~10% 넓고, 길이도 저녁 무렵에 5~10㎜ 길다. 오전에 신발을 구입하면 발의 혈액순환이 나빠질 뿐 아니라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매장에서 신발을 신어볼 때는 가급적 왼쪽 발을 사용하도록 한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왼쪽 발이 오른쪽 발보다 크다. 앉아 있을 때보다 서 있을 때 10㎜까지 발 크기가 커질 수 있으므로, 선 상태에서 신발을 신어보는 것이 좋다. 하이힐을 고를 때는 가느다란 굽보다는 몸의 무게를 지탱하는 데 안정적인 통굽이나 웨지힐(사진)을 선택한다. 구두의 굽이 한쪽만 닳아 기울지 않도록 수시로 체크해 교체해줘야 발과 발목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운동화를 고를 때는 길이가 운동화를 신은 다음 엄지손가락을 엄지발가락 끝에 놓고 눌렀을 때 엄지가 가볍게 약간 눌러지는 수준에서, 너비는 종족골두(발가락과 발바닥이 닿는 부분)에 해당하는 부위를 엄지와 검지로 집은 폭을 운동화와 맞춰보고 선택한다.

풋닥터(발의사)인 박인식(신발치료 전문가)씨는 “발 건강을 위해 뒤꿈치 부분이 단단하고 발 전체를 잘 잡아주는 신발, 앞볼이 넓고 앞코가 높은 신발, 끈이나 찍찍이(벨크로)로 조정이 가능한 신발, 발가락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신발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영 기자

출처:베이비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