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가계부 결산을 해 남편에게 보여줬다. (정확히는 4월부터 8개월)
- 여보, 우리 1년동안 이만큼 벌었고, 이만큼 썼고, 이만큼 모았어.
- 우와, 우리 생각보다 돈이 많네?
1년간 남편에게 생활비를 한 푼도 받지 않았고, 내 월급으로 내 용돈과 생활비를 모두 감당하면서 8개월간 1,200만원 가량을 저축했다.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지 않은 이유는 남편이 은행엘 안갔기 때문... 남편은 인터넷 뱅킹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_- 물론 남편은 자기 돈을 흥청망청 쓴게 아니라, 본인 용돈을 제외한 남은 월급을 고스란히 또 은행에 모아두었다. 나는 거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애초에 워낙 돈을 안쓰는 인간...) 어차피 돈을 받아도 제대로 굴릴 방법도 알지 못했다.
나는 4월에 가지고 있던 대출을 모두 갚고, 시부모님과 집값 정산을 완료하고 진짜 0원으로 시작했다. 바득바득 아낀 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딱히 돈 쓸 데가 많았던 것도 아니었다. 사고 싶은 걸 굳이 참지 않았음에도, 두 명의 살림인데 혼자 살 때보다 소비가 훨씬 줄어든 것은 신기한 일이다. 일단 몇만원이었지만 존재하던 대출 이자가 사라졌고, 월세도 더이상 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외식 빈도도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사실, 사고 싶은게 별로 없었다. 미니멀 라이프 만세? ㅎㅎㅎㅎ
남편에게 연간 식비 칼럼을 보여주면서 (4월부터 식비만 360만원 쓴 우리 ㅋㅋㅋ 하지만 9월 이후로는 월간 20만원 언저리로 줄었다.) 자, 여보 여기 식비 확 줄었지? 이때부터 우리가 마트를 안가서 그래... 라며 조곤조곤 설명해주고, 마켓컬리와 한살림 위주로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이 결코 낭비가 아님을 설파하였다. 차에는 총 100만원이 들어갔고(보험료 제외), 각종 공과금은 80만원 정도(재산세 때문에 많이 나옴). 그 외 1년의 기록을 찬찬히 살펴보니 가계부 쓰느라 쌓인 스트레스가 사르르 사라진다. 아. 꾸준한 기록이란 좋은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