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는 시골에서 살았는데 설날 같은 명절이 되면 좋았다.
맛있는 것도 먹고 도시에 살던 고모 삼촌이 와서 용돈도 주고 그랬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어리지만 나이를 더 먹을수록 명절이 싫었다.
명절에 온 삼촌과 고모는 엄마 아빠와 말다툼을 자주 했다.
할아버지를 잘 못 모시네 어쩌네 하는 이유로 다퉜다.
맘에 안 들면 자기네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고 가면 될 텐데…….
난 고모와 삼촌이 싫었다.
실제로 고생은 다하는데 부모 잘못 모신다고 욕먹는 엄마와 아빠..
내가 아들이라서 부모 편을 드는 것일 수도 있는데…….
어린 내가 보기에 고모 삼촌은 정말 도를 넘었다.
나도 고모 삼촌에게 서운한 감정을 막 드러냈었다.
우리 엄마 아빠한테 그러지 마시라고 정말 기분이 안 좋다고 말했었다.
이러면 가족도 아니니 평생 안보고 살면 좋겠다고 화를 냈었다.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이제는 명절이 되어도 고모 삼촌은 오지 않는다.
그래서 명절이 되어도 집안이 시끄럽지는 않다.
지금은 나이를 더 먹어서 서운 것도 잊어버리고 삼촌과 고모를 이해하려 해본다.
자식이니깐 부모에게 가졌던 애정이 넘친 거였다고 생각해본다.
형제 자매간에도 다툴 일이 있을 텐데 내가 거기에 참견할 필요가 없지 않나 생각도 해본다.
어쩌면 서로 안보고 사니깐 이렇게 마음이 편해진 건지도 모른다.
다시 만나면 불편한 감정이 또 생길지도 모른다.
나는 명절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명절이 썩 반갑지는 않았었다.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화목하게 지내지 않고 오히려 싸우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명절이혼이라고 명절에 다 터트리고 이혼하는 부부들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명절이 문제일까! 아니면 명절이 아니고 사람이 문제였던 걸까!
사람은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나도 다른 누구도 세상의 누구도 인간이라면 실수를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러다 다투고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서로 생각이 다르니 감정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도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지 완전히 상대를 무시하고 상처를 줘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인연을 끊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글을 이렇게 쓰기는 했는데 이 말을 하고 싶은 내 심리는 뭘까..
고모와 삼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고 기원한다.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봐…….
이것이 미운 정이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