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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듣기 싫은 말


BY 사교계여우 2021-01-16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듣기 싫은 말들을 많이 듣게 된다.  난 특히나 사회생활에 서투른 사람이었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동료나 원장님 등 어른들에게 여러가지 가시돋힌 말들을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말들을 들어온 난, 그 모든 것들이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난 속이 넓지 않다. 그럼 차라리 무던한 사람이기라도 했으면 속이라도 편했을걸, 예민하고, 생각이 많다. 들었을 때 유쾌하지 않은 말들은 모두 공격으로 받아들였고, 꼬아서 생각했으며, 말 속에 박힌 가시를 내 가슴에 꽂고 괴로워했다. 그런 내게 사회생활이란 활동은, 그리고 조직이라는 존재는, 참 날카롭고 버거웠다.

 하지만 더 발전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선, 내게 쏟아지는 모든 가시돋힌 말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듣게 될 모든 가시 돋힌 말들 중, 들을 가치가 없는 말들은 쓰레기통으로 버리고, 내게 조금이라도 필요한 정보가 있는 부분은 뽑아내 내 발전 양분을 삼기로 했다. 난 그 일련의 과정을 '단물을 뽑아내는 과정' 이라 명하기로 했다.  사회초년생 영어강사로 근무하면서 들었던 유쾌하지 않은 말 중 기억나는 2가지, 그리고 그 말 속에서 '단물을 뽑아 낸' 과정에 대해 써보려 한다.

1. " 저 선생님 왜 채용하신 거예요? "

 내 어려보이는 첫인상, 그리고 서투른 상담이 불만족스러웠던 어느 학부모님이 원장님께 한 말이다. 작년 봄 쯤, 이 분이 갓 중학생이 되는 딸을 데리고 우리 학원에 상담을 왔다. 아이가 영어를 잘 하는데, 집 근처에 보낼 영어학원이 없다고 하시는 걸, 얼핏 들었었다. 난 나름 영어선생님이라고, 자신감에 넘쳐 사무실에 들어가 영어선생님이라고 밝히며 밝게 인사를 했다. 원래 신규 상담은 원장님 몫인데, 나도 몇 번 한 적이 있고, 마침 원장님이 안 계셔서 상담을 이어가려 자신있게 들어갔다. 그런데 왠걸, 그 분은 신입 강사가 어설프게 상대할 만한 학부모님이 아니었다.

 아이의 교육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쓰시는 분이었고, 학교 성적 이외에도 아이의 전반적인 영어 실력 향상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다. 학원 커리큘럼에 관심이 있어 하시길래, 아이들 시간표랑 진도, 교재 등, 내가 가르치고 알고있는 선에서 친절히 말씀드렸다. 그런데 계속 '그 다음은요?' '자기학년보다 더 어려운걸 해야 할 때는요?' '그럼 그 다음은요?' 하고, 더 어려운 건 없냐며, 끝없이 질문을 이어가셨다. 그리고 날 굉장히 힘있고 똑바로 쳐다보며 대화를 이어 가셨는데, '우리 애 제대로 못 가르치기만 해봐. 가만 안 둬.' 라고, 눈빛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안그래도 무서워 죽겠는데, 이어지는 질문들에는 내 한정된 경험으로 대답을 해드릴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모르겠다고 하면 나 때문에 신규학생을 놓치게 될 것 같아, 겁먹은 상태로 우물쭈물했다. 그러다 원장님이 오셔서 그 학부모와 상담을 재상담을 하셨는데, 그 때 그 분이 원장님께 그랬다고 한다. '저 선생님 왜 채용했냐'고.

 그 말을 듣고 난 굉장히 화가 났다. 그렇게 잘났으면 본인이 자기 애들 가르치던지. 아님 과외를 하던지. 결국 원장님과의 상담 후 얼마 있다가 등록을 하긴 했는데, 그 집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지 않았다. 이 얘기를 원장님께 했는데, 원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선생님이 만약 학부몬데, 우리 아이를 가르칠 선생님이 어려보이고, 상담하는데 똑부러지지도 않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믿음이 안가겠죠? 굳이 돈 내고 등록도 안 할거고. 그 분은 그랬던 거예요. 그래도 내가 쌤 학원에서 어떤 선생님인지 설명해드리니, 믿고 맡기겠다고 합니다."

 그 말이 납득은 갔지만 여전히 기분은 나빴다. 하지만, 내 서툶이 그분의 신뢰를 잃게 했다면 그건 나의 책임이다. 학부모의 성향이 어떻든, 난 내 연구와 지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기에, 학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신뢰를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그 분이 하신 저 말 속에서 난 그 깨달음을 '단물'로 받아들였다. 좀 더 자신있는 태도로 학부모를 대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계기가 되었고, 실제로 이 분의 아이들은 내게 재밌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

2. " 선생님은 다른 학원갔으면 진작에 내쳐졌을 사람이야."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것이다. 이 말은 동료에게 들었다. 약 1년 전, 이자까야에서 술을 마시고 취한 동료가 했던 말이다. ' 그러니까, 선생님은 나랑, 원장님을 만난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해.' 하고 말을 이어갔었다. 난 그 말을 듣고 그 날 울면서 집으로 갔고, 다음 날 오전 근무였는데, 해가 뜨도록 잠을 자지 못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나는 말이지만, 난 이 사람이 왜 이런말을 했는지 알고 있다. 이 사람은 내가 첫 학원생활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근무하는 걸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사람이다. 이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40대 강사인데, 일을 굉장히 잘 한다. 청소도 빨리빨리 확실하게, 업무도 깔끔하게, 학부모님 상담도 편안하게, 초등학생 자녀를 키워서 그런지 아이들 컨트롤도 똑부러지게 한다. 이 사람이 일하는 것을 볼 때마다 경력자의 노련함이 느껴진다. 그런 이 사람 입장에선, 평소에 손이 빠르지 못하고 학부모님들 상대하면서도 많이 부담스러워하며 어설프게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초년생인 내가, 너무 답답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이 심하다고 생각해서 사과를 하길 바랬지만, 그 사람은 끝내 사과를 하진 않았다. 다음 날 편하게 보자는 둥,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본인이 말이 좀 직설적이라 내가 상처를 받은 적이 있을것이다 라는 둥, 간접적인 언급만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저 말이 그리 틀린 말만은 아니라는 걸, 내가 제일 잘 안다. 그 당시의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봤을 때, 난 굉장히 움츠러들어있는 사람이었다. 외모도 어려보이고, 사회란 정글 속에서 잔뜩 겁먹고 쫄아있는 작은 초식동물의 모습이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돌이켜보니, 내가 원장이어도 나 같은 사람은  안 뽑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모습이 지속되면, 계속같이 일하기 힘들거라 여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 속에서 내가 뽑아낸 단물은, '같이 일하고 싶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깨달음이다. 요즘은 한창 그러려고 노력 중이다. 밝은 모습을 보이고,일을 자신있게 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인간은 모두가 완벽하지 못하고, 모두가 모두에게 너그러울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시돋힌 말을 마구 내뱉곤 한다. 모두가 여유롭지 못한, 이런 가시 돋힌 말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나 자신을 스스로 지키는 힘을 키워야 한다.

 난 '사회 초년생'으로써의 내 부족함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고, 앞으로도 온갖 말들을 많이 들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난 내가 들은, 그리고 듣게 될 가시돋힌 말들에서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양분을 뽑아내며 발전할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들은 나라는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상처를 견뎌내는 힘도 준다. 그렇게 발전하고, 상처를 양분삼아 성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