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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화내지않고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


BY 사교계여우 2022-05-17

들은 내가 나를 잘 아는 것 같다고들 하고 나도 그런 줄 알았지만, 확신은 대개 강력한 오해에 불과했다. 내가 굉장히 예민하다는 걸 30년 동안 스스로 몰라주어서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아닐까 짐작한다.


사람들과 나누는 가벼운 이야기에서 매일 어떤 키워드가 하나씩 다가온다. 오늘은 점심 먹고 커피 마시다가 감정 표현과 화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다들 자신이 감정을 너무 잘 드러내는 것, 흥분해서 화를 내버리는 것에 대해 염려하거나 후회했고, 내추럴본 포커페이서인 나는 오히려 그걸 부러워했다. 사람한테 화를 낸다는 것. 생각해보니 생경했다. 물론 하루하루 잔잔하게 화날 일투성이이긴 하지만, 보통은 '불의에 대한 분노'이거나 딱히 직접적으로 화를 낼 대상이 없는 분노이고 그건 머리로 내는 화에 가깝다. 기껏해야 친구들과 토로하는 정도랄까. 정말 화라는 감정 자체에 잠식되는 일은 거의 없다. 나는 여간해선 감정적이어지질 않는다. 화가 날 만한 상황에서는 더 이성적이어지고, 최대한 합리적으로 또박또박 용건을 전달하려고 한다. 혹은 조용히 입을 닫는다. 그래서 사람과 거의 싸우지 않는다. 가끔이지만 내가 '화라는 감정'에 휩싸여서 나의 이성과 존엄을 다 내던지고 바닥을 보이며 폭주하듯 내지르는 대상은 세상에 딱 하나, 아이러니하게도 라블리뿐이다. (내가 선택한, 젤 좋아하는 사람인데...) 달리 말하면, 그 정도의 신뢰와 기대가 없는 사람에게는 화를 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인간은 모두 다르고, 완벽하게 소통할 수 없는 게 너무 당연하니까. 놀고 먹고 웃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굳이 서로 바닥을 보여 무엇하리. 그럴 가치가 없는 인간에게는 쏟을 에너지가 없으며.

내가 사람에게 직접 화를 내고 싸운다는 건 둘 중 하나다. 나로 인해 상대가 상처받더라도 어떻게든 내가 다시 수습하고 노력할 의지와 애정이 있는 관계이거나, 그를 내 인생에서 완전히 아웃시키는 마지막 가위질이거나.


언제 화가 나는지, 그럴 때 어떻게 하는지, 왜 화를 잘 안 내는지 한 선배가 내게 물었는데, 나도 완벽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나도 아직 나의 모든 것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감정 표현 문제에 대해 좀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여러분은 다들 화를 잘 내고 사는지 궁금합니다. 다음번에는 우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