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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엄마 속이려는데만 머리가 발달했어요.


BY 속상맘 2011-08-05

지금 너무 힘이 빠져서 글도 못 쓰겠네요 ㅠㅠ

 

애가 자꾸 거짓말을 시키는데,요즘와서 한 일만 적을게요.

 

아이가 6학년이고 내년에 중학교엘 가게 됩니다.

지금까지 학교 시험땐 그때그때 조금씩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제가 보기엔 수학과 영어가 매우 불안합니다.

영어는 구에서 하는 공부방에 가서 혼자 공부 하고 검사 맞고 오는 정도로 하는데(영어만 하고 와요),선생님 말씀으론 영어는 중간 이하 수준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워낙 학원 안 다니고 자기가 하겠다고 해서-목적은 공부하기 싫어서이지요-아이 의사 나름 존중해줬지요.

 

아이가 하고 싶은 일,가고 싶은 곳,경험하고 싶은 일들,제 능력이 되는 한 다 하게 해줬고,애가 공부하기를 싫어했고 아직 초등학생이라 무리 시키고 싶지 않아 정말 최소한의 공부만 시켜왔습니다.제 수준에 어려운 문제집을 풀게 한 것도 아니구요.

 

그런데...

 

처음엔 수학 문제집을 푸는데,자기 핸드폰의 계산기로 풀더라구요.그래서 공부하는 시간에는 핸드폰을 압수했습니다.

그러고서 다시는 그러지 마라 했는데 알았다더니 얼마 안 가서 제 핸드폰으로 그러는겁니다.그래서 제 핸드폰에 비밀번호 걸어놨지요.또 좋게 타일렀습니다.또 다시는 안 그런다 했구요.

그랬더니,며칠 안 가 인터넷 폰으로 또 그러는겁니다.그래서 또 주의를 주고 인터넷폰도 비밀번호를 걸어놨습니다.

 

한동안 그냥 푸는가 싶더니,해답지를 가져다 배끼는 겁니다.엄마 몰래.

그래서,제가 또 주의를 주고 해답지를 숨겼습니다.그랬더니 귀신 같이 찾아내서 또 배끼는겁니다(아마 제가 해답지를 다시 넣어 놓을 때 본 듯 합니다).

그래서 제가 수시로 숨기는 장소를 옮겨놨지요.

한동안 혼자서 푸는거 같더니만,제가 문제집 채점해주고 틀린 답 고쳐와라 해놓고 해답지를 치우지 않은 채 아이가 틀린 문제 푸는 동안 화장실을 가거나 다른 집안일을 하면,또 그 동안 와서 틀린 문제 풀이과정과 답을 배끼고 있는겁니다.

 

어떨 때는 이런 경우 배끼는게 아니라 아예 해답지를 숨겨놔요.

제가 요즘 정신이 오락가락 해서,어~ 해답지 여기 놓은거 같은데 어디갔지? 하고 찾아도 모른척 물어봐도 모른다고 합니다.그래놓고선 숨겨놨다가 그 해답지를 보고 배껴요.

그러다 제가 그 해답지 애 책상 서랍에서 찾고 엄청 혼냈습니다.

 

제가 이사갈 집을 구하느라 집을 좀 많이 비웠고 이사를 잘못해서 이사와서 짐정리를 새로 다시 하느라 문제집 검사를 못 했었는데,가만히 보니 아이가 문제집을 안 풀고 있는겁니다.

그래서 왜 문제집을 안 푸냐 했더니,선생님이 개정되기 전 교과서 진도를 나가느라 현재 6학년 교과서 진도를 안 나갔다고 그래서 안 푸는거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이사 때문에 이래저래 확인을 못해봤는데,단원평가를 보니 작년엔 보지 못했던 점수가 막 나오더라구요.

그래도 아이가 절 속일거란 생각은 못 했는데(지금까지 그래서 여러번 혼났는데 저도 인간이면 안 그러겠지 하고),나중에 알고보니 6학년 진도는 계속 나가고 있었고 아이는 세단원 이상 문제집을 안 풀었더라구요.

처음엔 제가 진짜로 진도 안 나갔냐 하니까 끝까지 안 나갔다고 우기더니 제가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해본다 하니까 그제서야 실토를 하더라구요.

 

저 너무너무 화가 나서 아이 때리고,너 같이 부모 속이는 일 밥 먹듯 하는 애 못 키우겠다 나가라 하고 애를 내쫒았습니다.

아이는 현관밖에 계속 서 있었고,한시간 좀 넘어 남편이 불러들여 반성문 쓰게 하고 다시는 안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런데,그게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제가 병원 갈 일이 있어 병원에 갔다왔더니,또 해답지 찾아내서 배껴놓고 다 했다고 하고...그래놓고도 안 그랬다고 해서,제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묻겠다,그런데도 거짓말 하면 이제 엄마는 네 말 안 믿을거다 그렇게 말했는데도 끝까지 시치미 떼다가 제가 요모조모 빠져나가지 못할 증거를 제시하니까 그제서야 시인을 했습니다.제가 너무 속상해서 애 앞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공부가 문제가 아니고 이렇게 자꾸 엄마를 속인다는게 너무 너무 속상했습니다.자식을 믿지 못하고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처다봐야 한다는게 너무 맘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또 지나지 않았는데....

 

제가 집에서 애 단어 시험을 봅니다.

어려운 단어도 아니고 4살 아래의 동생이 있는데,그 동생도 다 알만한 단어들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동안 단어 시험을 보면 다 맞더라구요.그래서 쉬운 단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제가 책에 나온 단어를 차례대로 부른다는걸 알고(미리 무슨 무슨 단어를 볼 것이다 알려주거든요) 미리 종이에 써놓고,엄마가 부르면 그 써논 단어를 겹쳐 따라쓰면서 다 맞은 척 한겁니다.아이가 종이를 세워놓고 밑에 뭘 받치고 써서 그런가보다 했는데,오늘 알고 보니 그런거였더라구요.

 

아이가 학원도 안 다니고,제가 집에서 아이 하겠다는거 할 수 있는 시간 충분히 주면서,그야말로 공부는 틈틈히 하는 편이거든요.그런데 그 마저도 안 하려고 엄마를 저렇게 속이네요.

 

 

공부 못 하면 어떠냐고 대학 안 가면 어떠냐고 그래요.

무슨 특별한 다른 것에 뜻이 있어서 그런거라면 저도 이해를 하겠는데,그런 것도 아니구요.

 

가끔 만화에 나오는 어떤 캐릭터가 가진 직업을 자기도 갖겠다고 하는데,그게 공부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거든요.그러면서도 공부를 안 해요.

 

다른건 그만 두고 엄마 좀 안 속였으면 좋겠고,전 지금이라도 아이가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공부하는데에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작이 반이라고 의지만 있으면 다른 아이들보다는 늦지만 포기할 정도는 아닐거라고 생각하는데,어떻게 하면 엄마 속여가며 공부 안 할까 그 궁리만 하고 있으니,너무나 절망적이예요.

 

이건 거의 4~5일 간격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니...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