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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채가 나던 내피부가 어느날...


BY dydwls 2001-03-15

전 하얀 피부를 타고 났습니다.
친정엄마는 촌에서 자라셨지만 피부는 우유빛처럼 희고 매끄러웠지요.
그런 엄마의 흰피부를 똑 닮은 저도 유난희 피부가 하얗다 뽀얗다 상큼하다 석고상같다 등
뭐, 듣기 좋은 말만 듣고 20대 초반까지 지냈습니다.
대학시절 한여름에 뙤약볕에서 농총봉사활동을 해마다 다녀와도 허물벗겨지듯 벗겨지던 내 피부는 또 금방 다시 하애졌습니다.
그런 제 피부를 보고 친구들은 늘 찬탄하곤 했지요.
태양 자외선이 피부노화와 주름, 기미의 원인이라는 말은 들어도 못 들은 척하고 살았지요.
수면전의 말끔한 클렌징이 필수라지만 그런 거 모르고 살았습니다.
자외선차단같은 것을 할 생각도 안했어요.
타고난 제 피부만 믿었지요.
끄떡 없을 것만 같던 내 피부도 그러나 피부노화가 시작된다는 25세 이후부터는 그러질 않았나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나서는 동창들을 볼때마다
1,2학년때의 빛나던 얼굴피부의 광채가 사라졌다는 둥,
너도 나이를 못 속이나보다는 둥 아쉬운 소리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건 과거의 나를 알고 있는 친구들이 하는 말이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피부가 참 좋으시네요"
하며 부러움 섞인 첫인사를 건네곤 했습니다.
무슨 화장품을 쓰느냐며 묻는 이들에게
"피부가 원래 좋아서 저는 기초화장품도 잘 안쓰고 그냥 지내요."
라며 얄미운 소리를 해대곤 했지요.
그래도 그게 사실이었어요.
29세때 첫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로 인해서인지 양쪽 눈밑에 기미가 낀 것을 어느날 거울을 보다가 발견했지요.
순간 아차 싶었지만 그 기미에 신경쓸 만큼 제 마음이 여유롭지 못했습니다.
어느덧 마음의 안정을 찾고 수유기도 끝나고 육아에 익숙해질 무렵쯤 눈가의 기미는 놀랍게도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우와, 도데체 내 피부는 뭘로 만들었길래 찍어바르거나 돈들이지 않고도 이렇듯 희고 매끄러운 것일까?'
하는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그 때까지 피부기초손질이나 영양크림 등을 제대로 사용 했겠습니까? 있어도 잘 안발랐지요.
번질번질 발라대는게 귀찮기만했습니다.
피부관리에 무지하고 무심했던 저로 인해 그만 저의 피부를 지켜주던 수호신은 어느날 떠나버렸습니다.
눈가에 기미가 사라졌다고 자찬하던 즈음에 한 쪽 볼에 새끼 손톱만한 검버섯이 떡 하니 자리를 잡더니 수년이 지나도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게 그냥 사라지겠습니까?
나이 30을 넘기고도 잔주름관리나 미백관리를 안해주니 눈가의 잔주름은 심각해져만 갔습니다.
"어머, 너도 이젠 나이를 속일 수가 없구나. 이 눈가의 잔주름 좀 봐. 자글자글하네. 세상에 너 벌써 검버섯까지 생겼니?"
친구들을 만나면 쯧쯧 혀차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이 녀석, 쪼그맣던 꼬마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이 애 눈가에 주름 좀 보게."
제 나이 불과 32세 때 벌써 이런 소리를 들었으니 그건 너무나 억울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믿고 버티던 엄마의 피부도 이제 60을 앞두고 넓게 퍼진 검버섯과 자잘한 기미들이 여기저기 군데 군데 자리를 잡은지 벌써 오래지요.
5남매 뒷바라지에 자신의 피부관리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생활하신 탓이지요.
지금은 거울을 볼때마다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 피부를 광나게 지켜주던 수호신을 다시 불러올 순 없을까요?
구색만 갖추고 있던 화장대의 값싼 화장품들을 몽땅 내다버리고 미백효과에 링클효과가 우수하다는 제품들을 엄선하여 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피부맛사지도 배워서 다시 나의 피부수호신을 불러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줌마 님들, 랑콤 관계자님, 때늦은 저의 피부관리에 해답좀 주세요.
제발 제 피부에 무슨 방랑의 흔적과도 같은 이 검버섯과 기미, 그리고 눈가의 자글자글한 잔주름까지도 몽땅 걷어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세요.